지난해 9월부터 아내 향한 폭행 장모로 이어져…시신 유기 도운 아내 공범인가 피해자인가

사건은 3월 18일 발생했다. A 씨는 약 2시간 동안 C 씨에게 주먹과 발로 폭행을 당했다. 당시 A 씨가 “아파서 죽을 것 같다”며 딸 B 씨에게 호소했지만 폭행은 멈추지 않았고, A 씨는 끝내 숨졌다. 예비 부검 결과 갈비뼈와 골반 등 전신에 다발성 골절이 확인됐고, 사인은 외력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파악됐다. C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모가 집안에서 소음을 내고 설거지와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때렸다”고 진술했다.
범행 이후 딸 B 씨는 어머니가 숨지자 C 씨의 지시에 따라 시신 유기에 가담했다. 평일 낮 시간대 이들은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거주지부터 유기 장소인 칠성잠수교 인근 신천 둔치 공영주차장까지 거리는 약 750m. 도보로 20분 정도 되는 거리다. 이들은 오피스텔 앞 지하도를 지나 칠성시장을 통과하는 최단 경로로 유기지점까지 곧장 이동했다.
칠성시장은 상인과 대구역 이용객이 뒤섞여 오가는 골목형 시장이다. 기자가 찾은 평일 낮 칠성시장은 과자 가게와 마트가 길목마다 이어졌고, 길에는 대형 가전과 주방 설비가 놓여 있었다. 또 리어카와 손수레를 끄는 상인들과 시민들이 뒤섞여 끊임없이 오갔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모습 자체는 낯설지 않은 환경이었다.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시장 상인 신 아무개 씨는 “이 동네에서는 주민들도 캐리어를 자주 끌고 다닌다”며 “낮에 그런 모습이 보여도 특별히 이상하게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부부는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 한복판을 태연히 지나 신천 공영주차장으로 이동했고, 캐리어를 하천에 유기했다. 일대 신천은 산책과 운동을 위해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다. 평소 수심이 얕고 바위가 많아 유속이 빠르지 않은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 한 주민은 “여름철 집중호우 때가 아니면 물에 잠기기 어려운 곳”이라며 “최근에는 가뭄 때문에 수심 더 얕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신천교·동신교 수위 측정 자료에 따르면, 시신이 유기된 3월 18일부터 31일까지 수위는 약 1.5~1.8m 수준이었다.
유기된 캐리어는 최근 내린 비로 인해 유기 지점에서 약 300m 떨어진 잠수교 인근까지 떠내려갔다. 그로부터 2주 정도가 흐른 3월 31일 “캐리어가 물가에 떠 있다”는 행인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캐리어가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피의자들의 이동 동선을 특정했고, 시신 발견 약 10시간 30분 만에 이들을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4월 2일 사위 C 씨를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로, 딸 B 씨를 시체유기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이들은 대구 북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가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는 A 씨의 남편 D 씨가 딸 부부와 함께 살겠다며 집을 나간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가족 간 불화로 D 씨가 딸의 거처를 알지 못해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로 A 씨가 딸의 집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해당 신고는 종결됐다.
이듬해 2월 세 사람은 대구 중구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C 씨 명의의 월세 계약이었다. 세 사람 모두 별도의 직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부터 C 씨는 A 씨에게도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삿짐 정리를 빨리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였다. A 씨는 집을 떠나라는 딸 B 씨의 권유에도 원룸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경찰에 접수된 폭행 관련 신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수사기관에 “C 씨가 무서워 폭력을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며, 아버지 D 씨에게도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당 오피스텔에서 만난 일부 주민들은 기자에게 “밤마다 여성의 고함이 들렸다”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남성이 여성 2명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해당 정황이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C 씨는 캐리어가 발견되기 전까지 약 2주 동안 원룸과 외출 시에도 대부분 B 씨 곁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수사기관에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범행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B 씨를 공범으로 판단할지, 지속된 폭행과 강압에 따른 피해자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판단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단계에서는 B 씨를 시신 유기 혐의 피의자로 보고 있다”며 “다만 C 씨의 폭행 정황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B 씨의 양형에 반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모와 사위, 딸 등 3명이 모두 지적장애인으로 등록됐다는 보도와 관련해서 경찰은 “개인정보에 해당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향후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정신질환 여부 등에 대해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