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환경 관리 부실·반복된 위험 방치 여부 주목…아리셀 대표 1심서 징역 15년

노동청과 대전경찰청은 전날 오전 안전공업 본사와 공장에 대해 합동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근로감독관과 경찰 등 약 60명이 투입됐으며 손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10명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손 대표는 참고인 신분으로 약 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노동당국은 확보한 증거물과 손 대표 진술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위한 법리 검토에 주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참사가 난 안전공업은 2024년 1월 기준 직원이 364명에 달하고 연간 매출은 1351억 원이다. 중견기업의 규모로 4년여 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시점부터 법 적용 대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작업 환경에서 경영진의 안전조치가 실질적으로 이행됐는지와 안전의무 위반이 사고로 이어졌는지 여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라고 말한다.
이번 사고에서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 무허가 증축이 대표적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9명이 발견된 헬스장 공간은 건축 도면에 없는 복층 구조로 사측이 무단으로 증축한 공간이었다. 이 공간이 정식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구조인 만큼, 화재 시 필요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 여부나 대피로 확보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공장 내부에 축적된 절삭유와 유증기 등 작업 환경도 주요 쟁점이다. 안전공업은 금속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절삭유를 사용했는데, 이 절삭유가 평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삭유는 사용 과정에서 기화돼 유증기를 형성하는데 이 상태에서는 작은 불꽃에도 연소가 급격히 확산될 위험이 크다.
김영규 법무법인 비에이치 변호사는 “불법 증축으로 화재 예방시설이나 대피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의무’ 위반과 결합돼 인과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름 찌꺼기나 유증기 등 화재 위험 요인을 장기간 방치했다면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해당 공장이 나트륨 약 100㎏ 상당을 보관 중이었고 소방당국으로부터 위험물관리법 위반 통보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화재 당시 물에 닿으면 폭발하는 나트륨이 공장 옆에 쌓여 있어 초기 진화에 제약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규 변호사는 “현장 노동자들이 위험성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는데도 이를 묵살했다면 ‘종사자 의견 청취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사전에 지적된 위험을 개선하지 않은 경우 반복 위반이나 장기간 방치 여부에 따라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시선은 아리셀 판결에 쏠린다. 이번 사고가 2024년 6월 23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아리셀 참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두 참사 모두 무단 구조 변경이 이뤄졌고 가연성 물질 등으로 인해 큰 피해로 이어졌다.
당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2025년 9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안전 교육 미비와 비상구 부족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 부실을 유죄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