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연동 주주 자본주의 근간 흔들어” 지적, “교섭 의제로 가능” 시각도…RSU 지급엔 대체로 동의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산업계 관심은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란 요구를 받은 다른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조선·통신·정보기술(IT) 등 업종의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보장하라는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는 ‘상한 없는 영업이익 10%’ 성과급을 제도화했다.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를 주장한 삼성전자 노조 역시 적자 사업부에도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내면서 다른 기업 노조들의 성과 공유 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영업이익과 기계적으로 연동시키는 성과급 지급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홍 교수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제는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주주자본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은 이자비용이나 세금이 빠져나가지 않은 중간 단계의 이익이다. 자본주의 체계에선 이 같은 비용을 모두 차감한 뒤 남는 최종 잔여이익에 대한 권리를 주주에게 부여한다. 그런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먼저 배분하면 주주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박지순 교수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결국 기업 종업원에게 주는 배당을 고정적으로 정해놓자는 이야기인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상법도 기업에 이익이 생기면 그 이익을 어떻게 배당할지는 원칙적으로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미리 떼어놓는 방식은 기업 경영을 굉장히 경직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기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지순 교수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 대상인지도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쟁의 대상으로 인정할지를 두고는 아직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정리해고나 전환배치 같은 구조조정 문제를 중심으로 좁게 해석하고 있지만 법원은 더 넓게 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손실이 날 경우 주주만 책임진다는 주장에 대해 김종진 소장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있을 때는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며 “권고사직 역시 인사권으로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종진 소장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영구적으로 고정하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노사관계에서 임금은 교섭을 통해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정하고 매년 조정하는 구조”라며 “회사가 더 많은 흑자를 내면 노조가 더 많은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성과급 규모도 유연하게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기업 초과이윤은 누구 몫인가

주주 자본주의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관점에서 기업이 예상한 목표치를 넘어선 이익을 냈을 때의 분배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종진 소장은 “자본주의 형태는 단일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초과이윤의 어느 정도를 분배해야 적정한지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동체 구성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정부 지원을 받는 다른 업종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화하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단 의견이 나왔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이 해마다 설정한 목표 이윤치를 초과하면 일부를 협력업체와 나누도록 하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하지만 법제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박지순 교수는 “회사를 국가가 통제한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기업에 자발성을 부여하는 것이 기초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홍 교수는 “(초과이윤 분배 문제에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는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현하려면 헌법에 명시돼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러한 요구가 활발해질수록 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는 기업은 줄어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확대 지급하는 방안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데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RSU는 현금이 아닌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증시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주식 중심의 보상 체계가 자리 잡기엔 한계가 있었다. 다만 최근엔 국내 증시가 활성화됐고 정부도 증시 부양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RSU 도입을 확대할 여력이 생겼다는 평가다.
박지순 교수는 “RSU를 지급하면 노동자들에게는 동기 부여 효과가 있고, 기업의 주식 가치도 올릴 수 있어 (노동자와 주주엔) 윈-윈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당장 현금이 나가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RSU 제도가 일반화됐다”라고 말했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김종진 소장은 “주가에 영향을 끼치면 결국 노조의 투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면에서 RSU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