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유튜브서 조회 수 노린 신상 폭로 확산…사적제재 논란 속 허위 정보·제3자 피해 속출

2025년 10월 20일 경기 구리시 수택동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영화계의 전도유망한 인재였던 김 감독의 목숨을 허망하게 앗아갔다. 당시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과 식사 중이던 고인은 소음 시비 끝에 20대 남성 A 씨와 B 씨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병원에 이송됐으며, 11월 7일 뇌출혈로 인해 뇌사 판정을 받고 끝내 숨졌다. 사건 현장 인근 CC(폐쇄회로)TV에는 김 감독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유가족 측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났는데도 가해자들이 일상생활을 한다는 점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특히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인 A 씨가 사건 이후인 2026년 3월 “양아치 같은 놈이 돼”, “계속 쳐다보면 얼굴부터 구겨” 등의 가사가 담긴 힙합 음원을 발매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현재 해당 음원은 각종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A 씨와 B 씨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A 씨는 4월 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창민 감독님과 유가족에게 죽을죄를 지은 것을 안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A 씨는 “김 감독님을 해할 의도도 없었고 싸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9일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채널에 출연해서도 유족에게 사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한 번도 찾아오거나 연락 온 적이 없다”면서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사과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A 씨 등에 대해 사적제재를 하려는 누리꾼들의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폭로되는 양상이 포착됐다. 사건의 잔혹함과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는 피의자들의 후속 행보 등에 분노한 대중이 직접 ‘심판자’를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이들은 A 씨와 B 씨에 관한 정보를 자극적인 방식으로 공개하며 조회 수 등을 챙기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에는 피의자들의 이름과 나이, 직업, 사진 등 신상 정보를 박제한 계정들이 우후죽순 생성되고 있다. 이러한 계정들은 ‘잊지 말자 가해자’, ‘가해자 신상 공개’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며, 실시간으로 피의자들의 지인 계정까지 추적해 댓글 테러를 유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일부 유튜버들은 피의자들의 폭행 장면 등을 선정적인 AI(인공지능) 그림으로 편집해 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섞이며 무고한 제3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SNS 계정은 피의자의 이름을 잘못 기재하거나 사건 당시 피의자와 동석했던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제를 전문으로 하는 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A 씨의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올리며 이름과 태어난 해 등을 적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 기재된 A 씨의 이름을 정정해 새 게시물을 게재했는데 사진은 여전히 모자이크 없이 공개됐다.

손 변호사는 이들 지인의 말을 빌려 A 씨는 헬스트레이너, B 씨는 배달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A 씨는 몸에 문신이 많아 눈에 잘 띄었으며, 사건 이후에도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SNS 계정은 폐쇄됐지만, 아직 폐쇄되지 않은 B 씨 추정 SNS 계정 게시물에는 “지옥이나 떨어지길”, “○○○야 밤길 조심해라. 똑같이 당해봐야 알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 씨가 불법 도박 총판이라거나, B 씨는 실제 조직원이지만 폭력조직에서 일부러 ‘손절’한 것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A 씨와 B 씨로 추정되는 사진을 언급하며 인신공격을 하는 댓글도 수없이 많았다. 또 한 유튜버는 A 씨가 주변에 “(김 감독) 한 대 치니까 쓰러지더라”, “내 주먹 아직 녹 안 슬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무차별 신상 박제 등 사적제재는 처벌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실제로 202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잘못 박제해 전혀 관련 없는 일반인에게 피해를 입힌 한 40대 유튜버는 1·2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신상털이 목적은 경제적 이익”…부실 수사 논란 여전
법조계에선 이러한 무분별한 신상털이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거나 피의자를 엄벌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유포는 수사 기관의 행정력을 낭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이러한 사적제재는 절대 허용될 수 없으며, 위반 시 처벌이 약해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민우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피의자 신상을 멋대로 공개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알 권리나 재범 방지 등 공익적 취지를 주장하지만 이는 완전한 사적제재에 해당한다”면서 “이들은 피의자가 얼마나 죄를 지었는지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는지 판단할 아무런 자격도 전문 지식도 없다. 이들이 주장하는 목적은 합리화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이들은 조회 수나, 팔로어 수, 후원 등 유무형의 이익을 노리고 타인을 해치는 행동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방민우 변호사는 “사적제재로 인한 경제적 기대 이익에 비해 손해배상 책임이 크지 않다. 현행법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예측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법률을 보완해 유튜브 후원금 등 수익금을 추징하거나 형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부실 수사 논란 등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가 사적제재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주부터 사건 당시 현장 출동과 수사에 관여한 구리경찰서 관계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 확인 등 감찰을 진행 중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검사 3명, 수사관 5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속하고 엄정한 보완 수사를 진행해 피해자에게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