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조정·반도체 우려·전쟁 원인으로 지목…“위험 회피심리 가세로 순유출 규모 확대”

지난해 한해 동안 코스피는 75.4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 21.07%,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17.32%의 상승률을 보인 것과 비교해 가파른 상승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각 국가별로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이 정해져 있다. 최근 코스피에 속한 주요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식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가치가 급등한 국내 주식을 현금화 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외국 증시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흐름이 나타났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반도체 종목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이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실적 발표 이후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 3월 1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은 양호했다. 매출액 기준 238억 6000만 달러로 전년(80억 5000만 달러)보다 3배 이상 급증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을 발표한 그날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는 3.78%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이 이미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하방 압력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3월 19일부터 4월 9일까지 16거래일 중 3일을 제외한 13거래일에 외국인이 물량을 던졌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중은 3월 19일 49.53%에서 4월 9일 48.64%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외국인 지분 비중이 53.55%에서 52.79%로 내려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3월부터 반도체 기업에서 매도물량이 대량 출회했다”면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측이 실적 발표 당시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시사하면서부터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 대 수준에서 거래되던 두바이유는 지난달 19일 137.82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7일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들어가면서 102.7달러로 하락세를 기록하지만 전쟁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국제 유가 변동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년간 배럴당 평균 100달러 수준을 지속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0.3% 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연 평균 국제 유가가 150달러면 경제성장률은 0.8%p 하향 조정될 것으로 추산된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이라면서 “이 같은 영향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화되면서 증시에 투입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