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과정 불공정 시비·선거인단비 대납 등 의혹 난무…예비후보 27.5% 전과자, 직선제 회의론 커져

이 관계자는 “정당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면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를 향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데,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은 상당히 크다”고 했다. 그는 “한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데다, 교육 관련 예산 집행 권한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교육감의 권한은 유권자가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방대하다”고 덧붙였다.
교육감 선거의 핵심 변수는 단일화다. 보수, 진보, 중도 성향 후보자들이 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인다. 통상 단일화는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단일화기구에서 이뤄지는데, 이를 둘러싼 시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수많은 잡음이 쏟아졌다. ‘선거인단 비용 대납 의혹’도 그중 하나다. 단일화 선거인단으로 참여하는 유권자는 소정의 비용을 납부하고, 후보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권을 얻게 된다.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선거인단 모집 경쟁이 펼쳐지는데, 이 과정서 선거인단의 선거비를 대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울시 교육감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과정서 투표권을 행사한 선거인 A 씨는 “교육감 선거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지인으로부터 단일화 선거에 투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선거에 참여했다”면서 “선거에 필요한 비용을 보내줄 테니 꼭 선거에 참여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선거인을 누가 더 많이 동원하는지에 당락이 결정되는 단일화 선거 과정을 지켜보니, 교육감 선거가 지자체장 선거보다 훨씬 정치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라기보다는 후보들 간 세 결집 크기가 승부를 좌우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4월 28일 진보 단일화 경선에 참여했던 한만중 강신만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는 서울경찰청 앞에서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단일화추진위에 대한 수사의뢰서 제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만중 예비후보는 독자 출마를 선언했고, 강신만 예비후보도 경선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홍제남 예비후보 역시 선거 완주를 예고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도 예비후보 4명이 난립하는 형국이다. 단일화기구가 여론조사를 통해 윤호상 예비후보를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그러나 류수노 예비후보가 여론조사 과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김영배 예비후보 역시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 가운데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두 차례 낙선했던 조전혁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삼수 도전’을 선언했다.

경기도 교육감의 경우 진보 진영은 단일화 과정을 거쳐 4월 22일 안민석 전 민주당 의원을 후보로 확정했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감 진보진영 단일화기구인 경기교육혁신연대(혁신연대) 소속 운영위원 일부가 경기남부경찰청에 후보 단일화 참여 특정 후보 선거캠프 소속 성명 불상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선거인단 대리 등록 및 가입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요청했다.
평택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특정 후보의 단일화 선거인단 가입 링크를 배포하고 그 자리에서 가입을 요구해 고발당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행위는 학생들의 중앙선관위 신고를 통해 공론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장관은 5월 4일 입장문을 통해 경기도 교육감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유 전 장관은 “혁신연대라는 틀도, 단일화 과정도 실패했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금지돼 있던 집단적 대리 등록, 대리 납부라는 심각한 정황은 서둘러 덮어버리고, 선관위원장이 수사의뢰를 하고도 즉각적인 결과 승복만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력”이라고 했다.
서울과 경기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도 진영별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 양상이 표면화하고 있다. 후보 난립에 따른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배경이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의 ‘전과 이력’도 주목받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교육감 예비후보자 명부에 따르면, 전국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 80명 가운데, 22명이 전과자였다. 전체 예비후보 중 27.5%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기 지역에서 일하는 한 교사는 “교육감은 한 지역의 교육 정책이나 예산 등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동시에 일선 교육현장 교육인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하는 큰어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예비후보들이 교육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네거티브를 남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과 관련해 부끄러움은 교사들의 몫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