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의·중과실 없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 면제 추진…교원단체 “수사·재판 부담 여전”

우선 안전사고관리지침을 현저히 위반한 수준의 고의·중과실이 아닌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학교안전법’ 개정을 추진한다. 특히 형법 제268조상 업무상과실치사상 책임까지 면책 범위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명시했다.
사고 발생 시 교육청 전담팀이 초기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전담 변호사가 초기 대응부터 소송까지 맡는 방안도 포함됐다. 교원보호공제사업 등을 통한 소송 비용 및 배상 책임 지원 확대 계획도 담겼다.
안전인력 지원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기존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하고, 교육지원청이 보조인력 배치를 지원하도록 했다. 소방청 등과 협력해 응급구호 역량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관련 연수 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전국 교육지원청에 현장체험학습 전담 인력을 배치해 계약, 보조인력 섭외, 안전점검 등 기존에 교사가 맡아왔던 업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체험학습 매뉴얼도 필수 내용 중심으로 간소화하고, 민간업체가 숙식· 차량· 프로그램뿐 아니라 안전관리까지 통합 책임지는 패키지 상품 확대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체험학습의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역 기반 프로그램 개발과 공공 교육기관 연계 확대 방안도 내놨다. 창의교육넷 ‘크레존’을 현장체험학습 통합 지원 플랫폼으로 고도화해 지역 프로그램 정보와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AI 기반 계획서 작성 지원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교사는 여전히 수사와 기소, 형사재판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2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표현만으로 무죄인지 형 면제인지 불분명하고, 중과실 여부 역시 수사기관과 법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업무 경감 대책을 두고도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교총은 “보조인력 확대나 민간 위탁 활성화는 결국 시·도교육청의 협조와 예산 투입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계약 등 행정업무 자체를 교육청이나 외부기관으로 이관하는 방향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도 “그동안 교육부 정책은 발표 당시에는 요란했지만 실제 현장 체감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번 방안 역시 추경 확보와 교육청 집행 의지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제도 정비 전까지 숙박형·당일형·소규모 체험학습 여부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교원들이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 없이 교육 활동에 헌신하고 학생들의 성장을 일궈 나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적 보호망 구축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올해 예정된 ‘목포 현장체험학습 사건’ 2심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제시한 법 개정 방향이 실제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지, 고의·중과실이 아닌 학교안전사고에서 형법 제268조 적용이 실질적으로 배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률 문구만 바뀌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현장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