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보호 취지에도 형사면책 한계와 평등권·아동복지법 쟁점 산적…“정교한 법 정비 없인 실효성 의문”

현장체험학습 위축 현상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속초 초등학생 사망 사고와 관련해 당시 인솔 교사가 1심(금고 6월, 집행유예 2년)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금고 6월, 선고유예)를 받으면서 불이 붙었다. 일선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조치가 잇따르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교사들의 대응 태도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교원단체들은 “장을 담그다 장독이 깨졌을 때 오롯이 교사 혼자 법정에 서야 하는 ‘민·형사상 독박 책임’이 문제”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체험학습 인솔 교사에 대한 법률적 면책을 검토할 것을 교육부에 지시했고, 교육부는 이달(5월) 7일 간담회를 열어 교사 소송 지원과 면책 지침 마련 방침을 밝히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교사들은 정부를 향해 더욱 적극적인 수준의 책임 대응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교육활동 중 발생한 분쟁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교사를 대신해 소송 대응을 맡는 ‘국가소송책임제’ 도입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정부와 국회에 관련 제도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법조계와 교육계 일부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마련한 지침이나 매뉴얼이 형법상 자기책임 원칙과 학교안전법, 아동복지법 등 기존 법 체계와 충돌 소지가 커 세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원단체가 요구하는 국가소송책임제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형사법 측면에서 형사 책임은 원칙적으로 실제 행위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국가가 법률 지원을 하더라도 형사 피고인의 지위 자체를 대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출신 변호사 A 씨는 “교육활동 중 형사처벌 완전 면제는 헌법과 형법 체계상 불가능한 이야기로 판단된다”며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의사나 소방관, 경찰과 같은 직업군 역시 업무상 과실로 처벌을 받는데 ‘의무 사항을 다 지킬 시’라는 조건을 달고 형사 면책 특권을 주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법상 교사는 부모를 대신해 학생을 지켜야 할 ‘보증인(보호 의무자)’으로 막중한 지위에 있는데, 형사 책임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해당 법적 보호 의무와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육부가 교사 면책 판단의 기준 근거로 삼으려는 ‘사고 사전 예방 조치 매뉴얼’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예방 조치 지침이 촘촘해질수록 지도 교사 입장에서 도리어 과실 소지가 쉽게 발생해 유책 사유가 생기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B 씨는 “현재 여러 교원단체가 현행 학교안전법이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을 가려면 인력과 준비할 것이 많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며 “교사들의 요청대로 교육부가 사고 예방 조치 매뉴얼을 강화하게 되면 교사들의 관련 업무량은 더 늘어나면서 한편으론 단 하나의 매뉴얼만 이행하지 않아도 과실로 판단돼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발생 시 학부모가 인솔 교사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방임) 등 다른 죄목으로 고소에 나설 경우 현 교육부 지침만으로는 막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교사가 학생 안전 보호를 위해 교육부 행정 지침을 모두 준수했더라도 사고 결과에 따라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하면 수사기관의 수사 절차가 이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동학대사건 전문 변호사 C 씨는 “현장체험학습 중 사고가 나면 부모가 교사에게 책임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은데, 교사에게 완전 면책권이 생기더라도 학부모가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방임) 혐의로 고소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학부모가 교사를 방임으로 고소하면 관련 경찰 수사는 무조건 개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 소지를 반영한 교육부의 행정 지침 개정에 더해, 유관 법률과 충돌을 줄이는 정교한 입법 설계 필요성을 강조한다. 교육법 전문 변호사 D 씨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교사의 경과실과 중과실의 법적 경계를 정교하게 규정하는 것이 법안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특히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아동복지법 등 타 법률의 고소 조항과 충돌할 소지가 다분하므로, 이를 입법적으로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현장 보호의 실효성이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교사들이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을 덜고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지적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범위와 학교안전법상 면책 기준을 어디까지 명확히 할 수 있을지, 국가가 교육활동 관련 소송을 어느 수준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해 관계 부처 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