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USA몰, 교민층 타깃 50개주 직배송 ‘틈새 공략’…물류비와 운송시간 등 현실적인 제약도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컬리의 미국 역직구 서비스인 ‘컬리 USA몰’이 10월 16일 공개몰로 전환하면서 정식 개장했다. 주문 상품은 평택 물류센터에서 출고돼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항공편으로 미국 50개 주에 직배송된다. 통관 지연이 없을 경우 48시간 내 배송을 목표로 한다. 다만 상품 신선도 유지와 안정적인 배송을 위해 상품은 월·화·수 주 3회만 출고된다. 컬리는 현재 자사 직매입 상품만 기준으로 약 3만~5만 품목을 판매 중이지만, 이번 미국몰에서는 육류, 유제품 등 통관 제한 품목을 제외하면서 약 9000종만 판매한다.
컬리는 지난 7월 베타 테스트를 시작해 8월 말부터 프리오픈 형태로 소비자 수요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사업은 사전 신청을 받아 초청 링크를 전달한 수백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진행됐으며, 이 기간 통관 절차와 배송 현황, 실제 수요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송은 평택 물류센터에서 출고된 뒤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항공편으로 미국 현지 거점에 도착하면, 국제특송기업 DHL이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전담하는 구조다.
미국 현지에서는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지만, 유통되는 제품이 대기업 수출품 등 기성상품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처럼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경험하기 어렵고, 한인마트까지 왕복 몇 시간씩 걸리는 지역도 많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다양한 한국 식품을 집 앞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는 점은 현지 교민과 한국식 식문화를 찾는 소비자에게 뚜렷한 차별화 요인으로 평가된다.
컬리 관계자는 “간편식과 소용량 제품 중심의 구성으로 현지 시장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고객 후기에서도 생선이 들어간 조림이나 탕 등 한국식 반찬류를 찾는 수요가 많지만, 현지에서는 생선튀김 정도밖에 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메뉴를 냉동 형태로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참기름 같은 기본 식재료도 종류가 다양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컬리USA몰의 초기 수요는 교민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사이트는 한국어 기반으로 운영 중이며, 영어 버전은 준비 단계에 있다. 컬리는 향후 현지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가격은 국내 대비 2~4배
컬리USA몰에서는 동일 제품의 가격이 국내보다 최소 2~4배가량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샛별배송으로는 3280원에 판매되는 ‘저당참소스’는 컬리USA몰에서 5.60달러(약 8011원)에, ‘저당쌈장소스(300g)’는 국내 5480원에서 11달러(약 1만 5000원)에 판매된다. ‘명인 튜브 명란’ 역시 한국 판매가 6200원보다 더 높은 가격인 16.95달러(약 2만 4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예상 배송비는 24.9달러(약 3만 6000원)로, 냉동·냉장 제품을 포함한 주문의 경우 179달러(약 25만 6000원) 이상을 결제해야 무료배송이 적용된다.
물류비가 높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 운송을 기반으로 한 역직구 방식은 해상 운송을 통해 컨테이너 단위로 대량 수출되는 기존 한국 식품들과 비교해 단가 경쟁에서도 불리하다. 신선식품 중심의 사업 특성상 고정비가 높은 콜드체인 역시 부담 요인이다. 콜드체인 비용은 컬리의 성장 과정에서도 고정비 부담으로 작용해,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남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온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역별 주문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물류 효율을 확보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현재 수요의 대부분이 교민층에 집중돼 있어 매출 확대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한인들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주하며, 주변에 H마트 등 대형 한인마트가 다수 위치해 있다.
사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컬리USA의 모델은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배송 속도는 3~7일 정도로 예상되는데 가격 경쟁력이나 배송 속도 면에서 확실한 강점이 드러나지 않으면 이용자 확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마케팅과 입소문 등으로 빠르게 매출 볼륨을 확보하지 못하면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큰 모델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 또한 “한국처럼 샛별배송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고, 이틀 넘게 기다려서 도착하는 상품을 프리미엄 가격을 내고 살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범 사업 기간 동안에는 구매 의향이 뚜렷한 소비자 중심으로 수요가 확인됐지만, 정식 론칭 이후에도 꾸준한 수요가 확인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격이 높아 꾸준한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내 특정 지역에 물류센터를 두고 효율을 높이거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냉동·냉장 상품은 상할 위험과 안전사고 우려가 크고, 문제가 생기면 신뢰도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미국은 국토가 워낙 넓어 실제로 48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판매는 반품·품질 관리·고객 응대 등 사후 서비스 부담도 크고, 특히 신선식품 등 냉동·냉장 제품은 운송 난도가 높다. 공산품 시장은 이미 대기업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어 중소기업 제품이 틈새를 공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물류비와 운송 시간 등 현실적인 제약이 크고 관세 부담까지 감안하면 컬리에 유의미한 수익원이 될지 모르겠다. 일정 부분 수요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얼마나 매출 볼륨이 규모가 나올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컬리 관계자는 “당초 미국 52개 주 전체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시범 사업 과정에서 조정을 거쳐 현재는 50개 주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통관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걸리는 품목들도 확인이 돼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공개는 실제 수요를 확인하기 위한 단계로, 신규 고객층의 반응과 주문 패턴을 관찰하며 데이터 축적에 집중하고 있다”며 “고객 주문 패턴과 배송 과정이 안정화된 후 사업 방향을 더 구체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