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많지만 결국 작품이 답…프랑스·독일·미국까지 국경 넘어 교육 문제에 공감해 놀랐죠”

"작품 공개 전엔 그저 '재미있게 봐주실 것 같다'는 기대감만 있었어요. 그런데 국경을 넘어서까지 반향을 일으키고 공감을 살 것이라는 건 정말 생각도 못했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프랑스, 독일, 미국에서도 '참교육' 에피소드와 비슷하거나 이처럼 놀라운 일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런 걸 보면서 부모와 학생, 선생님의 입장은 어디든 다들 똑같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교육의 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던 거죠."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참교육'은 선을 넘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로 인해 무너진 대한민국의 교권과 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나화진은 군인 출신의 교권보호국 감독관으로 막장으로 치닫는 교육 현장에 직접 뛰어들며 주로 '몸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작품 특성상 통쾌한 액션과 사이다식 전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김무열이 해석한 나화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숙제는 단순한 무력 행사가 아닌 '교육'이란 목적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김무열이 연기한 나화진은 능글능글한 여유와 차가운 판단력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상대가 누가 됐든 장난스럽게 툭툭 말을 던지곤 하지만 피해자가 있는 사건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갱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에게도 실낱같은 가능성을 보려 하고, 이를 위해 분노가 아닌 자신만의 판단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이런 나화진의 배경에는 과거 헌신적인 교육자였지만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의 손에 목숨을 잃은 약혼자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고통을 넘어서 그 사람이 바랐던 교육의 방향을 함께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이 그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화진은 편견이 없고 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피해자에겐 감정적으로 매우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죠. 약혼자의 죽음으로 교권국에 참여하게 된 나화진은 마음 한구석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고통과 아픔, 슬픔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도 그 사람이 가고자 한 교육의 길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를 위해 객관적이면서도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나화진이 가진 내면의 갈등이나 고민들은 계속해서 마음속에 쌓여서 담겨 있다가 결국 결말에 이르러 서야 해소되죠."
2023년 첫 아들을 품에 안은 뒤 김무열은 이제 막 교육이란 것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는 초보 아빠이기도 하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도 전에 작품 안에서 교실의 빌런들을 먼저 마주하게 된 셈인데, 그중에서도 김무열이 꼽은 최고이자 최악의 빌런은 5회에 등장하는 '우진 맘'이었다. 아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담임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반복하다 끝내 교사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는 이 인물에 대해 김무열은 "현장에서 진짜 너무 무서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출연한 배우부터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까지 포함해 작품 자체의 화제성도 컸지만, 공개 이후에는 뜻밖의 이슈도 생겨났다. 미국의 전 프로레슬러이자 배우인 존 시나가 김무열의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이미 '소년심판' 때부터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 '코리안 존 시나'로 불리며 주목받긴 했지만 당사자가 직접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국의 김무열'과 '한국의 존 시나'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김무열 역시 상대의 프로레슬러 시절 시그니처 대사인 "You can't see me"를 댓글로 달며 화답했다.
"앞선 보도에서 제가 '참교육' 배우들끼리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고 하시던 데요, 사실은 제가 아니라 표지훈 배우가 먼저 말했던 거예요. 저도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 입으로 '존 시나가 저한테 이렇게 해줬어요'라고 나서서 말할 순 없잖아요(웃음). 처음엔 고민이 많이 되기도 했어요. 나도 (존 시나의) 사진을 올려야 하나, 어떻게 화답하지, 그러다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존 시나의 유명한 유행어를 댓글로 남기게 된 거죠. 제 딴엔 유머러스하게 대응해 본 건데 그분은 아직 거기에 답이 없으시더라고요(웃음)."
관심은 논란만큼 컸고, 높아진 화제성은 곧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청 지표로 이어졌다.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비영어 시리즈 정상에 오른 '참교육'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나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처럼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의 대표 흥행작으로 꼽히는 작품들과 나란히 거론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우로서는 당연히 달가운 성과지만, 김무열은 이 작품이 단순히 통쾌하고 재미있는 '사이다물'로만 소비되지는 않기를 바랐다. 교육 현장을 둘러싼 문제는 한쪽의 입장만으로 답을 낼 수 없는 만큼 진정한 참교육이란 무엇인 지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시청자 분들께서 봐 주시고, 각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참교육이 어떤 것인 지를 생각해 주신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해냈다는 자부심도 생길 것 같고요. 드라마든 공연이든 배우와 제작진이 만들지만, 결국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은 이걸 봐 주시는 개개인이니까요. 열 분이 봐 주시면 열 개의 참교육이 나올 거고, 천 분이 봐 주시면 천 개의 참교육이 나올 거예요. 이번 작품을 보신 것을 계기로 그렇게 한 번씩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