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술파티’ 국회 증언 위증 유죄, 나머지 4개 혐의는 무죄·공소기각…민주당 특검 추진 강행 분위기 속 공소 취소 권한엔 신중론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과 정치자금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국회 위증 혐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2024년 국회 청문회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수원지방검찰청 영상녹화실에서 연어와 술을 제공받고 검찰로부터 진술을 회유당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부분을 허위로 판단했다. 당시 영상녹화실에 있었던 관련자들의 진술은 대체로 일관되고 서로 부합하는 반면, 이 전 부지사는 시기와 장소, 음주 여부와 양 등과 관련한 진술이 계속 바뀌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 7명 중 4명은 유죄, 3명은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공모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대북 묘목·밀가루 지원 사업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지방재정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검찰이 같은 사건의 실무자를 먼저 기소하면서 이 전 부지사를 공범으로 적시했고, 이 전 부지사가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당 사건의 유죄 판단이 내려진 뒤 그를 별도로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부의 국회 위증 혐의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위증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판결 직후 민주당의 사과와 특검법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인정한 것은 검찰의 조작이 아니라 이 전 부지사의 위증이라며, ‘연어 술파티’ 주장을 주요 근거로 삼은 특검법의 명분이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고, 일부 혐의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기각된 점을 들어 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할 특검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에게 적용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범죄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배심원단도 7명 전원이 무죄 의견을 낸 것을 근거로 짚었다.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민주당 서영교·이건태·이용후 의원은 판결 다음 날(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과 일부 혐의 공소 기각을 통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확인됐다며 특검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연어 술파티 위증 부분도 배심원 3명이 무죄 의견을 낸 만큼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 등 31명이 지난 4월 30일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은 특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 등이 수사·기소하거나 공소를 유지 중인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특검법안 제8조 제7항은 특검이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에 ‘공소취소’라는 직접적 표현이 포함되진 않았지만 특검이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 취소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각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특검 추진과 공소유지 여부 결정 권한을 구분해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이번 판결이 조작수사 의혹을 전면 부정하거나 인정한 것은 아닌 만큼 특검의 역할과 권한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온다”며 “국정조사의 핵심 근거였던 연어 술파티 주장이 위증으로 판단된 것처럼 다른 사건에서도 당의 예상과 다른 사법부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까지 부여하면 시민들의 반발과 정치적 역풍이 커질 수 있다. 특검 추진과 별개로 공소취소 권한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에서 “특검은 반드시 간다”면서도 특검법에 공소취소 권한을 포함할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원내대표단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법학계에서는 기존 형사사법 절차로도 부당한 기소를 통제할 수 있는 만큼 특검에 재판을 직접 종결할 권한까지 부여할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전 부지사 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특검 수사에서 조작기소가 확인되면 그 결과를 진행 중인 관련 재판에 제출해 법원이 공소권 남용과 증거능력 등을 판단하도록 할 수 있다”며 “검찰의 공소취소나 법무부 장관의 지휘, 법원의 공소기각, 확정판결 이후 재심 등 잘못된 수사와 기소를 바로잡을 수단도 이미 마련돼 있다. 특검이 직접 재판을 끝내는 권한까지 가질 필요가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