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투표자 수 오입력 은폐 위해 수치 임의 수정 정황…여야 특검법 합의, 수사 대상과 범위는 이견

합수본은 지역 투표소 관리를 담당한 선관위 실무자급 직원들이 투표자 수 집계 과정에서 오입력 문제가 발생하자,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전산상 통계 수치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와 본투표 당일 1시간 단위로 전국 투표소 투표자 수를 집계해 투표율을 공개한다. 전국 투표소별로 투표관리관이 투표자 수를 전화 등으로 보고하면 읍·면·동 위원회가 누적 투표자 수를 선거관리시스템에 입력한다. 이후 구·시·군 위원회에 현황이 보고되고, 시도 위원회와 중앙선관위가 이를 확인하는 구조다.
특정 투표소에서 투표자 숫자를 오입력하면, 상부에 보고하고 결제를 받아 수치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선관위 직원들은 이번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를 어기고 임의로 투표자 수를 다른 지역 투표소로 분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이 지나면 투표자 수가 늘어나 수치가 맞춰질 것을 노리고 실무자들이 ‘짬짜미’해 수치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상부에 보고하지 말고 임의로 조정해 ‘숫자 맞추기’를 하자고 모의한 내부 메신저 대화 등도 확보된 상태다. 선관위 직원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허위 입력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최종 투표율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선관위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 직원들의 관리부실 혹은 직무태만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통계 조작은 중대한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선관위 실무자급 직원들이 손쉽게 통계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었던 만큼, 투표율 통계뿐 아니라 다른 통계나 전산의 조작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일로 선관위 특검 수사범위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문제로 한정 지을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일체의 전산 조작 시도를 포함한 선관위의 모든 것을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투표용지 한정 특검이 아니라 ‘선관위 종합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7월 21일 ‘제9회 지선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선거 관리 부실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수사대상과 범위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선관위 직원들의 통계 임의 조작 의혹은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조직이 얼마나 썩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안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관위 문제를 이재명 정부의 관리 부실로 엮으려고 한다. 민주당은 선관위를 옹호해줄 필요가 없다.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다 받아들이고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여론이 결국 선관위는 해체돼야 한다는 데 모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헌을 해야 한다. 민주당이 먼저 앞장서서 원포인트 개헌을 강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