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발끈에 비명 진영 반박하며 갈등 재점화…추 지사 자기 정치 움직임에 “도정에나 충실” 비판도

추 지사는 민주화 완성의 전제로 검찰개혁 완성을 꼽았다. 추 지사는 “한동훈과 한 배를 탔던 사람이 초대 중수청장이 된다면 그것이 민주화인가, 그것이 주권자 국민의 뜻을 섬기는 것인가”라면서 “그래서 민주화는 끝난 것이 결코 아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내란을 극복하고 선거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웠으며, 내란 세력이 훔쳐 갈 뻔했던 헌법 질서를 돌려세웠다”면서 “그렇다면 대통령은 이들 세력을 징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들 세력에 업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검찰 출신 김지용 변호사를 지명한 이 대통령의 인선을 조준한 발언이었다.

그러자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코끼리 발언’으로 김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김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비판하기 위해 ‘노무현 탄핵’을 꺼냈다”면서 “이렇게 되면 ‘이재명 탄핵’이라는 관념이 유포돼 버린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를 모른단 말인가”라고 적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 되지 않는 발언”이라면서 “이 대통령 탄핵은 어림없는 일이다. 위헌, 위법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제가 노무현 대통령 당시 탄핵 전조를 이야기한 것은 ‘탄핵의 결론’이 탄핵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탄핵 시도를 했던 세력들이 망했다는 교훈(에 있다)”이라면서 “이번에는 (이 대통령의) 법적인 하자도 없고 정치적으로 큰 근본적 도덕적 하자도 없기 때문에 ‘흔들려는 생각을 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망할 것’이란 얘기를 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괜히 탄핵 얘기를 꺼낸 것이 경솔했다는 얘기는 그럴 수 있다”면서 “본질은 제가 이 정부를 흔든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의 과도한 비판, 비합리적인 비난이 ‘코어’를 얘기하면서 지지층을 오히려 흔든다”고 반박했다.

강성 친명으로 분류되는 황명선 의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발언 수위와 시점을 보면, 대통령을 흔들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도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추미애 지사 발언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할 수 있는 충정 어린 비판의 선을 한참 넘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윤석열에게나 퍼부었을 법한 극언을 우리 대통령에게 쏟아냈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 ‘정혜승의 아침저널’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개혁에 집중하셨으니 그렇겠지만, (지금은) 경기도지사 업무에 좀 충실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민석 대표는 9월 15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지방정부 단체장이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우리 당 이름을 걸고 우리 당의 공천자로서 당선된 후보들이 우리 당 정책과 노선과 품격을 지키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살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천받을 때까지만 당원들에게 잘 보이고, (선거가) 끝나면 제왕이 돼 버리는 그런 단체장들을 두는 것은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볼 때 옳지 않다”고 했다. 정치권선 사실상 추 지사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였다.

이 관계자는 “어떤 포인트에 알람이 맞춰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추 지사의 ‘자기 정치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명확해지고 있다”면서 “다만 추 지사가 본인만의 메시지를 낸 타이밍과 방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추 지사의 발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친명과 친청은 갈등을 빚어왔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중용됐던 추 지사가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 속도와 강도에 대한 견제 심리를 내비쳤다. (이런 선택을 통해) 정치적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그는 “추 지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과 강경하게 부딪혔던 법무부 장관이었다”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X맨으로 꼽히기도 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추 지사가 다시 X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도 “민주당엔 공공연한 속설이 있다. 추 지사가 목소리를 내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정권을 내준다는 내용이다. 노무현 정부 때 그랬고,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라면서 “민주당 강경 지지층은 열광할지 몰라도 추 지사가 전면에 나서면 이재명 대통령에겐 부담이 된다. 제발 경기도정에만 집중해 달라”고 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9월 11일 경기도 청원에는 추미애 지사 사퇴 청원이 올라왔다. 재정비상 선언과 맞물린 추 지사 ‘긴축 재정’ 행보가 이재명 정부 기조에 역행한다는 견해와 함께 ‘관사 전세금 논란’을 거론한 청원이었다. 9월 16일 기준 해당 청원 동의자 수는 3만 77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기도 청원에서 동의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설 경우엔 경기도지사가 직접 답변을 해야 한다. 경기도 측은 “경기도정은 민생 필수 사업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마치 민선 9기 도정이 멀쩡히 편성된 민생 예산을 고의로 삭감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경기도는 “당장의 재정 공백을 메우는 한편, 같은 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제개편 등 근본적 해법을 중앙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면서 “경기도가 처한 재정 상황에 대해 도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부탁드리며 도민의 삶을 지키고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지금이 (경기도의) 재정 위기는 아니다”라면서 “2025년 경기도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2.86%로 전국 평균(15.52%)은 물론 서울시의 21.62%보다도 낮다”고 반박했다. 김 전 지사는 “정부가 정한 채무 비율 주의 기준 25%에도 크게 못 미친다”면서 “채무 증가폭만으로 재정 위기를 단정해서는 안 되고, 객관적인 재정 지표와 실제 상황 분담, 자금 운용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추미애 경기도지사 발언은 민주당 내 주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라면서 “추 지사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명분을 말미암아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는데, 노무현 정부 당시 탄핵소추안 의결 직전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후반이었다”면서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내 비주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지율이 낮아졌을 때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김 대표가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