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 경쟁률 공개 지원자 간 ‘정보 비대칭’ 발생…민간 대행업체 위탁하는 원서 접수 ‘시스템 개편론’도

대입 원서 접수 과정에서 전산장애로 마감이 연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에도 2006학년도 정시모집 당시 수험생이 몰리며 서버가 마비돼 교육부 권고로 접수기간이 하루 연장됐다. 당시에도 교육부 등에 수험생과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논란은 주로 서버 용량과 민간 대행업체에 의존한 접수 시스템의 안정성에 집중됐다.
9월 14일 대교협과 유웨이어플라이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변장섭 유웨이어플라이 기술본부장은 "웹 서버와 원서 정보가 저장되는 DB(데이터베이스) 서버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마감 당일 트래픽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기정 대교협 회장은 "원서 접수 마지막 순간에 혼란과 불편, 큰 걱정을 겪으신 것에 매우 무겁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정상적으로 접수를 마치지 못한 수험생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구제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스템 장애로 원서 접수를 완료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수험생을 최대 1200여 명으로 추산했다. 실제 구제 여부는 수험생의 신청을 받은 뒤 장애 당시 접속·결제 시도 등 객관적인 기록을 확인해 결정한다. 대교협에 따르면 15일 낮 12시 기준 피해구제를 신청한 수험생은 891명이었다. 피해구제 신청은 16일 오후 6시까지다.
하지만 이번 '먹통 사태'에서는 피해구제와 별개로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웨이어플라이가 원서 접수를 대행한 56개 대학 가운데 일부 대학이 당초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직후 경쟁률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오후 6시 이전에 원서를 낸 수험생과 연장시간에 지원한 일부 수험생 사이에 정보 격차가 발생했다.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일부 대학이 6시에 경쟁률을 발표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경쟁률을 보고 지원하는 수험생과 그렇지 못한 수험생 사이에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실제 구제 대상자가 정확하게 특정되고 그 규모가 전체 지원자와 비교해 크지 않을 경우 최종 경쟁률에 미치는 영향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경쟁률 공개 이후 추가 지원이 이뤄졌다면 기존 지원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별개의 쟁점으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경쟁률이 공개된 대학에 연장시간 동안 새롭게 원서를 접수한 수험생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 사례가 확인될 경우 제재를 포함한 추가 조치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입시 전문가 A 씨는 "이번 먹통 사태의 '피해자'가 나오는 순간 경쟁률 발표 전에 미리 원서를 넣은 수험생들은 또 다른 피해자로 바뀌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장 사실을 당사자인 수험생들에게 얼마나 신속하게 알렸는지도 논란거리다. A 씨는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교육부는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며 "이번에도 단순 연장 조치가 아니라 교육당국의 긴급 안내가 필요했다. 현장의 교사와 강사들조차 뉴스를 보고 마감 연장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근거 자체는 있지만 '정보 비대칭'만으로 기존 지원자가 곧바로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소송에서는 연장시간의 지원이 기존 지원자의 불합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홍 변호사는 "6시 이후 접수한 학생이 실제 경쟁률을 확인하고 그 정보를 보고 해당 대학이나 모집단위를 선택했다는 점, 더 나아가 그 학생의 지원·합격이 없었더라면 6시 이전에 접수한 수험생이 실제 합격했을 것이라는 점까지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6시 이전 지원자가 일률적으로 권리침해를 주장하기는 어렵고 접수시각과 최종 합격 여부, 기존 지원자의 최종 순위 등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송 대상은 피해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산장애 자체로 인한 손해배상이라면 시스템을 운영한 유웨이어플라이의 책임이 우선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입학전형 결과를 다툰다면 학생을 선발한 개별 대학을 상대로 한 법적 절차가 중심이 될 수 있다.
홍 변호사는 "유웨이어플라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시스템 장애를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었는지, 서버 용량이나 장애 대응 등에 과실이 있었는지와 그 과실로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져보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이번처럼 마감 시각이 정해져 있고 특정 시간대에 접속자가 집중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서비스라면 운영자가 이에 대비해 어느 정도의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간업체에 의존하는 현행 원서 접수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대입 원서 접수는 개별 대학과 민간 대행업체 간 계약을 통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대행업체의 서버 용량이나 장애 대응 능력 등을 직접 관리·감독할 수 없는 구조다.
정부도 과거 공적 원서 접수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다. 2013년 교육부와 대교협이 공적 원서 접수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지만 민간 대행업체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무산됐다. 이후 2015년 두 민간업체의 시스템을 연계한 현행 공통원서 접수 체계가 마련됐다.
입시 전문가 A 씨는 "국가가 주관하든 민간에 위탁하든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원화된 접수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피해 수습에 훨씬 도움이 된다"며 "접수뿐 아니라 마감 연장이나 경쟁률 공개까지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유웨이어플라이뿐 아니라 진학어플라이의 시스템까지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원서 접수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원서 접수 시스템 구축 가능성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고 귀띔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