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찰개혁안에 제동 걸고 조기·흡수 합당에 선 긋기…“개혁 입법 협력하되 선거·당 운영은 독자 노선”

조국혁신당은 7월 25일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당대표에 단독 출마한 신장식 의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창당 이후 조국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이 정식 대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난달 6·3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 2명(전남 장흥·신안군수)과 광역의원 5명을 당선시키는 정도의 성과에 그쳤다. 특히 조국 전 대표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해 당의 위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신 대표는 커진 위기론을 돌파해 당을 재정비하면서 스스로 리더십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 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검찰개혁과 당의 체질 강화를 앞세워 선명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6일 고 노회찬 전 의원 묘역 등을 참배한 뒤 “오직 국민과 당원을 믿고 뿌리가 튼튼한 자강의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개혁 완수와 민생 강소정당 건설을 강조했다. 당선 수락 연설에서는 민주당 일각의 “적대적 M&A 방식의 합당 논의”를 거부하되 비전과 가치에 기반을 둔 수평적 연대와 통합 가능성은 열어뒀다.
취임 뒤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선명한 개혁정당’을 앞세웠다. 신 대표는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전건 송치(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사건을 혐의 유무와 무관하게 모두 검찰 또는 공소청으로 송치해 최종 기소·불기소 통제를 맡김)’ 방식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이전으로 되돌리는 ‘개혁 역행안’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에 수사권을 주는 조항이 법안 심사 과정에 들어가는지 “매의 눈으로 감시하겠다”며 민주당의 개혁 입법에 협력하되 후퇴 가능성에는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대표의 이 같은 강경 기조는 이미 혁신당 내부에 확산된 ‘독자론’ 위에 서 있다는 평가다. 조국혁신당 내부 관계자 A 씨는 “조 전 대표 체제에서 혁신당은 민주당이 어려운 길을 갈 때 뒤에서 뒷받침하는 우군 역할을 해왔고 내부에서도 그것이 올바른 개혁 방향이라고 봤지만 민주당이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김용남 후보를 공천하면서 인식이 달라졌다”며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우당이지만 선거에서는 경쟁하는 정당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민주당과 협력하면서도 독자적 길을 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계는 신 대표 취임 전 국회 표결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민주당은 7월 21일 2차 종합특검 수사 기간 연장법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끝내기 위해 혁신당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혁신당은 표결 참여를 바로 확약하지 않았다. 당시 김준형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혁신당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거수기’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신장식 체제 출범과 맞물려 혁신당과 합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8·17 전당대회 당대표 본경선에 출마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는 모두 혁신당과의 통합·연대를 당의 향후 나아갈 길로 제시하고 있다.
정 후보는 대표가 되면 혁신당과의 합당 여부를 민주당 전 당원 투표에 묻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양당 당원의 찬성과 민주당의 당명·정체성 유지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세 조건이 충족되면 합당하고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연대하면 된다는 구상이다.
혁신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합당 문제를 당권 경쟁에 반복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경계하고 나섰다. 황현선 최고위원은 민주당 당권 주자들을 향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며 “혁신당은 민주당의 입맛에 따라 밥상에 올렸다 내리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혁신당이 합당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아닌 혁신당 당원과 지도부가 조건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혁신당의 독자론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검찰개혁 이외 ‘정책 파이팅’과 추가 지지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메타보이스 김봉신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혁신당의 지지율이 1~2%로 나오는데 독자 노선을 택하든, 통합을 택하든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올라서야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총선까지 약 1년여 시간 동안 조 전 대표라는 상징적인 인물이 지도부 전면에서 뒤로 한 발 뺀 상황에서 신 대표가 당원과 국민들에게 당의 정체성을 얼마나 뚜렷이 보여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