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재학생으로 남구의회 입성…“과속하지 않되 반보 앞서가는 지역 정치인 될 것”

당선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길을 걷다 공무원이나 주민들이 그를 알아보고 붙잡아 이야기를 건넨다. 그때마다 자신이 이제 이전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정치인의 '온(On)'과 '오프(Off)'를 어떻게 구분할지도 고민했다. 하지만 의원이 된 뒤 오프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새벽에도 주민들의 연락이 온다. 그는 "구의원이 된 뒤 개인으로 돌아가는 시간의 빈도와 길이가 모두 줄었다"고 말했다.
젊음은 무기인 동시에 약점이다. 첫 회기를 경험하면서 그 사실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선거 전부터 남구 현안을 공부했지만, 의원이 된 뒤 받아 든 행정 자료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업무 보고 자료를 읽고 과거 회의록을 찾아보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관심 있게 지켜본 부서는 깊이 있는 질문을 할 수 있었는데, 임기가 시작되고 처음 공부한 부서는 제가 가진 정보가 거의 없었어요. 질의 과정에서도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았다. 대신 공부하면서 발전하겠다고 했다.
22세여서 가장 좋은 점을 묻자 그는 거창한 이유 대신 "체력이죠"라고 답했다. 공부할 시간도, 주민을 만날 시간도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체력이 좋은 만큼 정치인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어린 나이에 대한 '시선'이다. 지역에 나가도 자신이 구의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하는 주민이 많고, 경험과 추진력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따라온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향한 우려를 '무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너무 패기나 치기로 앞서가지 않을까, 과속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과속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보다 반보 정도 앞으로 나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3학년, 광장에서 정치에 눈뜨다
주 의원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집회 현장을 경험했고, 이후 출마 연령을 낮추기 위한 참정권 운동에도 참여했다. 주변의 지인이 지방의원이 되는 과정까지 지켜보면서 정치와의 접점도 조금씩 넓어졌다. 정치인을 멀리 있는 존재로 여기거나 특별한 환상을 품지는 않았다. 그러나 직접 정치에 뛰어든 뒤에는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좌와 우가 대립하고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정치를 정반합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만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정치죠. 그리고 그 합의조차 정답은 아닙니다. 다시 끊임없이 합의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거죠."
주 의원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과도 자주 대화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 주변에는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완전히 다른 친구들도 있다. 어떤 친구는 오히려 그를 '극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거나 동의하는 것과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대화와 관계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순간부터 갈등이 시작되는 거죠."
SNS에서는 이보다 훨씬 거친 언어를 만난다. 하루에 악성 댓글이 20개 넘게 달린 적도 있다. '좌파', '빨갱이' 같은 색깔론적 공격도 받았다. 그런데 그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전국에 지방의원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중 기초의원인 저를 찾아와서 댓글까지 남긴다는 것 자체가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 관심도 저는 좋습니다." 다만 그는 SNS 정치에는 경계심을 보였다. 알고리즘 속에서 확증 편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기성 정치가 이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정치인이지만 여전히 평범한 '이대남'
정치 이야기를 잠시 내려놓자 22세 청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의원이 되기 전에는 롯데리아와 배스킨라빈스에서 일했고 학원과 과외,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도 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었을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대구를 떠날 생각은 없었지만, 문과 대학생이 지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공무원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지역 정치인으로
주 의원은 자신이 언제까지나 '청년 정치인'으로 불릴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10년 뒤면 서른을 훌쩍 넘긴다. "제가 32세가 되면 지금의 20대가 살아가는 삶을 완전히 대변할 수는 없을 겁니다. 20대와 30대 초반, 30대 중후반의 삶은 또 다르니까요." 그래서 10년 뒤에는 '젊은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자신만의 방향과 의제를 가진 지역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정치란 무엇인지 묻자 정치외교학과 학생다운 답변이 먼저 나왔다. "정치학에서는 희소한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하죠." 잠시 생각한 뒤 자신만의 답을 내놓았다. "저에게 정치는 사람과 사람, 세상과 세상이 만나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사람마다 가진 세계관이 다르잖아요. 그 세계들이 만나서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10년 뒤 자신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초심을 잃지 말자. 가상의 적을 만들지 말자. 적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라고 말했다. 22세에 시작한 정치가 앞으로 그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0년 뒤 다시 그를 만난다면, 가장 먼저 묻고 싶은 말은 이미 정해졌다. "아직 당신에게는 적이 없습니까."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kej29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