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아동 ‘학대 전력’ 외조모와 함께 생활…사망 직전 직접 도움 요청했지만 분리 보호로 이어지지 않아

8월 5일 오후 8시 49분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의 한 교회 관계자는 “교회에서 생활하던 A 군이 고열과 의식 저하 증세를 보인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조 당시 의식 저하 상태였던 A 군은 천안에서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세종시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3시간 뒤인 6일 0시 2분께 숨졌다.
당시 출동한 119구급대는 A 군의 손목 등에 난 멍자국을 확인하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이달 2일과 3일 잇따라 교회를 빠져나와 시민의 도움을 받아 “외할머니가 때린다”고 호소했지만 경찰과 지자체 등의 판단에 따라 다시 교회로 보내졌다. 경찰은 A 군이 교회로 돌아간 뒤 약 38시간 동안 침대에 묶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회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 군이 수시로 밖으로 나가 이를 막기 위해 결박했고, 식사나 용변, 씻을 때는 풀어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군과 함께 생활했던 60대 여성 목사 B 씨와 외조모 C 씨가 결박과 체벌 등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일요신문i’ 취재를 종합하면 A 군은 갓난아이 때부터 해당 교회에서 생활해왔다. B 씨의 남편은 ‘일요신문i’와 인터뷰에서 A 군의 친모가 출산 이후 가족과 연락을 끊었고, 다른 친인척들도 직접 양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목사 B 씨가 사실상 주된 보호자 역할을 맡아왔다고 말했다.
교회 측은 양육 과정에서 종종 친모에게 A 군의 상황을 알렸지만 친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친부와는 연락 자체가 닿지 않았다고 한다. 또 A 군이 숨진 후에도 교회 측 사람이 친모에게 연락했으나 '알았다'는 답만 돌아왔을 뿐 다시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적장애가 있던 A 군은 2021년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2학기에는 수업일수 부족 등으로 유급 처리되기도 했다. 2024년 8월 전학한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어 일반학급에서 생활했고, 이듬해부터는 특수교사 순회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었고 학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측은 지적장애와 돌봄 부담 등을 이유로 A 군을 병원에 입원시켰다. A 군은 약 1년 동안 입원한 뒤 올해 4월께 퇴원했다. 이 기간에 C 씨가 A 군에 대한 취학면제를 신청했고 학교 의무교육관리위원회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A 군은 퇴원한 뒤 학교로 복귀하지 않고 교회에서 홈스쿨링 형태로 생활했다.
이 무렵부터 별도 주소지를 둔 C 씨도 교회에서 함께 생활했다. B 씨가 주로 A 군을 돌보고 C 씨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함께 아이를 살폈다고 한다. A 군을 돌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다른 정신병원을 알아보며 재입원을 추진하고 있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군과 관련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모두 네 차례 접수됐다. 2021년에는 방임 의심 신고가 있었고, 이후 세 차례 신고에서는 외조모 C 씨가 학대 행위자로 지목됐다.
첫 신고는 2021년 12월이었다. 당시 경찰에 “아동을 방치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천안시는 A 군의 친모와 연락해 세 차례가량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는 B 씨와 C 씨 등 주변인도 포함됐다. 친모와 혼인신고조차 없는 친부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조사 결과 A 군의 친모를 아동학대로 판단해 경찰에 통보했고, 친모는 경찰 조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았다.
2024년 3월에는 C 씨가 A 군을 때렸다는 두 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천안시는 주변인을 포함해 관련 조사를 진행한 뒤 아동학대로 판단했다. C 씨 역시 이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2021년과 2024년 신고 당시 천안시는 각각 A 군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계해 사례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 다만 분리 보호 등 별도의 추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세 번째 신고는 지난 8월 2일 발생했다. A 군은 교회 인근 편의점을 찾아 “외할머니에게 맞았다”고 말했고, 이를 들은 한 손님이 A 군을 천안서북경찰서로 데려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외조모 C 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훔친 것에 대한 훈육 목적의 체벌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당시 C 씨가 2024년에도 A 군을 학대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이번 행위는 훈육 과정에서 이뤄진 체벌로 보고 경고 조치만 한 뒤 귀가시켰다.
이날 교회에 대한 현장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다. C 씨에게 별도 주소지가 있고, 목사 B 씨가 오랫동안 A 군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다는 점 등을 근거로 A 군과 C 씨가 따로 지내는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 때문에 경찰은 두 사람이 교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A 군을 다시 교회 측에 인계했다.
하루 뒤인 8월 3일 A 군은 또 다시 교회를 빠져나와 인근 식당에 도움을 요청했다. 식당 관계자는 아이를 파출소로 데려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이틀 연속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과 천안시 아동학대 담당자는 교회를 직접 찾았다. 현장에 C 씨가 머물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C 씨를 교회에서 퇴거시킨 뒤 법원에 접근금지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A 군을 보호시설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실제 분리로 이어지지 않아 A 군은 교회에 남았다. 법원은 이틀 뒤인 5일 C 씨에 대한 접근금지 신청을 기각하고 상담·교육 위탁 등 일부 조치만 인용했다. 이에 경찰과 천안시는 다시 A 군을 분리 보호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즉각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오후 A 군은 교회에서 고열과 의식 저하 상태로 발견됐다.

관계기관들은 뒤늦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충청남도는 오는 9월 30일까지 고위험 아동과 재학대 우려 가정을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천안시도 제3자 양육 가정과 위기 의심 아동을 집중 점검하고, 홈스쿨링 아동에 대한 안전 점검을 천안교육지원청에 요청하는 등 아동학대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