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기준 명문화 등 주장, 롯데·현대로 확산 가능성…“과도한 수준 아니야” “실적 변동 감안을” 의견 분분

신세계 노조는 지난 6월 11일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에게 공문을 보내 2026년 상반기 성과급 지급 기준과 산정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영업이익의 10% 수준인 성과급 지급 규모를 15%로 늘리고 제도를 명문화하자는 내용도 공문에 담겼다. 노사가 참여하는 성과급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추가 보상안 협상도 포함됐다.
노조가 요구한 기준은 (주)신세계 연결 실적이 아니라 백화점 사업부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다. 올해 1분기 백화점 사업부 영업이익 1410억 원에 단순 적용하면 성과급 재원은 10% 기준 141억 원에서 15% 기준 211억 5000만 원으로 70억 5000만 원가량 늘어난다. 실제 상반기 성과급 규모는 2분기 실적과 회사 내부 산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23년 설립된 신세계 노조가 성과급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 지급 기준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지 않아 이를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취지”라며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알려진 뒤 조합원들의 문의가 늘어난 것도 요구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노조가 성과급 확대 요구를 꺼낸 배경에는 신세계의 호실적이 있다. 신세계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총매출 3조 2144억 원과 영업이익 197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7%, 49.5% 증가한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백화점 사업부의 경우 총매출은 2조 257억 원, 영업이익은 1410억 원으로 각각 13.0%, 30.7% 늘었다.
이번 공문 발송은 법률상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정식 교섭에 들어가려면 해당 사안이 교섭 의제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는 상반기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노사가 의견을 나누는 초기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처럼 성과급 문제를 놓고 노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통상 상·하반기 두 차례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노조로부터 상반기 성과급 지급 규모에 관해 대화해보자는 취지의 공문을 받았다. 법적인 교섭을 요구한 것은 아니며 회사는 대화 과정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노조가 공문에 언급한 ‘영업이익 10%’가 현행 성과급 산식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노조 공문에 언급된 10% 기준이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라며 “회사는 특정 비율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기보다는 경영 실적과 사업 성과,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가 신세계의 대응을 주시하는 이유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다른 회사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한 뒤 신세계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카카오 등에서도 이익 연동형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신세계가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연동한 산식을 명문화하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물론 이마트 등 다른 유통업체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유통업은 반도체 등 제조업과 비교해 노조가 생산시설을 멈춰 회사를 압박하기 어려운 구조다. 백화점 매장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판매사원 상당수는 입점 브랜드나 협력업체 소속이고 신세계 노조원은 본사와 점포의 영업관리, 상품기획, 마케팅 등 직접고용 직원이 중심이다. 조합원들이 업무를 중단하더라도 공장 파업처럼 점포 전체 영업이 즉시 멈추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대신 유통업체는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만큼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백화점은 경쟁 점포로 고객이 이동하기 쉽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도 대체재가 많다. 파업에 따른 직접적인 영업 중단보다 성과급 갈등이 반복적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 불매나 브랜드 선호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회사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증권사 한 연구원은 “영업이익에 연동해 성과급을 요구하는 방식이 전통적인 자본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에는 성과를 직원과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의 보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며 “신세계가 성과급 기준을 영업익의 15%로 높인다고 해서 지급 규모가 과도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형성된 성과급 기준을 유통업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슈퍼사이클에 들어간 특수한 산업 분야”라며 “백화점은 점포 공급이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환율 상승에 따른 고소득층 증가와 외국인 수요가 더해져 최근 실적이 반짝 좋아진 것이지 전 세계 수요를 상대로 하는 반도체 산업과는 성장성과 부가가치 구조가 다르다. 제조업처럼 시설을 해외로 옮기거나 생산라인을 자동화해 인건비를 줄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백화점업은 소비 경기와 명품 수요에 민감하고 점포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리뉴얼과 공간 개선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배분율을 명문화하면 매출이 둔화한 시기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유통업은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도 큰 만큼 영업이익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고객 증가율과 점포 생산성, 중장기 성장 지표 등을 함께 반영해 사업연도 시작 전에 지급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과의 귀속 범위를 신세계 소속 직원으로만 한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직원들의 기여가 명확하다면 성과를 나누는 것이 맞지만 백화점 실적에는 입점 브랜드와 협력업체의 기여도 함께 포함돼 있다”며 “투자 재원과 협력업체를 포함한 이익 배분 문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가 요구를 수용하면 다른 백화점과 유통업체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