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길 안내만 하는 ‘내비양’은 가라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집계가 나온 적이 없다. 각 회사들이나 언론에서 내놓고 있는 추정치도 각각 다르다. 이것은 100곳이 넘는 업체들이 내비게이션을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품 분류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 하지만 점유율 1위가 팅크웨어에서 출시하고 있는 ‘아이나비’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팅크웨어가 내비게이션 전용 단말기 ‘아이나비 PRO’를 출시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국내에서 내비게이션이 최초로 나온 것이 1997년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출발. 하지만 팅크웨어는 후발주자답지 않게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잠식했다. 2005년 480억 원이던 판매액이 지난해엔 16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팅크웨어가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단말기를 출시하기 전인 2000년부터 자체 개발한 지도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시장은 단말기 시장과 지도 시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지도 시장에서 이미 1위를 달리고 있었던 것.
팅크웨어의 고민은 내비게이션의 시장 추세가 점점 애프터마켓(AM·After Market·차량 구입 후 별도로 장착)에서 비포어마켓(BM·Before Market·차가 생산될 때 옵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에 있다. 최근 팅크웨어가 BM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팅크웨어의 최신품은 아이나비 ‘G1’으로 노래방, 영화보기, DMB 시청 등을 지도 보기와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을 갖췄다. 또한 팅크웨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G센서’를 장착했다. G센서는 GPS보다 한 발 앞선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오르막길, 터널, 주행, 정차 등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최첨단 기술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밖에 도로의 정체 및 원활한 곳을 속보로 알려주는 TPEG 기능도 지원한다. 단 이 기능은 별도의 사용료를 내야한다. 팅크웨어는 올해 새로운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제 곧 내비게이션 업계에 획을 긋는 제품이 나올 것이다”라며 1위 수성을 자신했다.
현대오토넷은 1997년에 국내 최초로 내비게이션 단말기 ‘폰터스’를 출시했다.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만 해도 내비게이션은 고급차에만 장착하는 사치품 정도로 인식됐기 때문. 하지만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폰터스의 판매량은 점점 증가, 업계 2위권을 달리고 있다.
현대오토넷의 지난해 실적은 1000억 원가량이라고 한다. 1위인 팅크웨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금액. 하지만 전망은 밝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BM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시장의 ‘절대강자’인 현대·기아차의 승용차에 장착되는 내비게이션을 독점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에 발맞춰 현대오토넷은 그동안 고가로 인식되어오던 차량 옵션용 내비게이션의 가격을 대폭 낮췄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현대오토넷의 기술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현대·기아차의 판매에만 편승하다 보니 기술개발에는 소홀히 했다는 것. 이에 대해 현대오토넷 관계자는 강하게 반발했다. “자동차 생산단계부터 내비게이션의 성능이 뛰어난지 수백 번 실험한다. 특히 내구성은 시중 제품들 중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 그 관계자의 말이다.
현대오토넷은 지난해 11월 ‘인텔리전트 DMB내비게이션’을 쏘나타에 장착해 출시했다. 동영상 지원, TPEG 기능, 노래방, 게임 등은 기본으로 갖췄다. 특징은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선보였던 차량 옵션용 내비게이션이 300만 원을 훌쩍 넘겼던 것에 비해 이 제품은 100만 원대 초반이다.
지오텔의 ‘엑스로드’는 2004년 3월 출시됐다. 엑스로드는 내비게이션 생산업체인 카포인트가 만들었지만 지난해에 카포인트와 지오텔이 합병하면서 지금은 지오텔 이름으로 나오고 있다. 이 제품은 출시 당시 최초의 휴대용 내비게이션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지오텔이 밝힌 지난해 매출액도 1000억 원가량이다. 현대오토넷과 비슷한 수준. 두 회사가 2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두 회사는 자사가 업계 2위라고 서로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오텔이 현대오토넷에 비해 국내시장에서는 다소 열세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지오텔은 “우리는 해외 시장에도 주력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다소 밀릴 수 있다”라고 항변한다. 실제로 지오텔은 2004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현재 37개국에 엑스로드를 수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오텔은 지난 연말 히트작인 ‘V7’을 업그레이드시킨 ‘V7 시즌 2’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국내 내비게이션 제품 중 가장 고성능의 CPU를 장착했다. 특히 다른 제품에서는 유료인 TPEG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 제품의 고화질 LCD를 사용해 화면의 선명도를 높였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