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세 줄여 기금 조성 뒤 재배분 문제 제기…재원 조성·운용 재검토 촉구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내국세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 세수 등을 재원으로 약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한다. 이 가운데 53조 원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4대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로 현행 기준을 적용할 경우 내년도 지방교부세 규모가 올해보다 약 32조 원 증가한 100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래대응기금 조성 계획이 시행되면 현행 기준보다 전국 지방교부세는 약 30조 5000억 원, 대구시 보통교부세는 약 7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특히 인구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수도권 지방정부의 경우 지방교부세 감소가 지역 현안사업 축소는 물론 필수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와 지방채 추가 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대응기금 가운데 15조 3000억 원을 지방계정으로 편성해 지역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지방교부세 감소를 보완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지만, 기금은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과 기준에 따라 배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으로 사업을 정하고 재원을 배분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이에 따라 내국세 중 현행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지방 몫의 재원을 먼저 배분하고, 미래대응기금은 이를 제외한 내국세 증가 재원을 바탕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지방정부도 경기변동으로 세수 상황이 호전될 경우 지방세입(지방교부세 포함)의 일부를 불황기 세수 악화에 대비해 지방채 상환이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적립에 활용하는 등 자체 재정안정 장치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미래대응기금 신설로 현행 지방교부세 기준과 비교해 각 지방정부의 재정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정부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시·도지사를 비롯한 지방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중앙과 지방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기금 운용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방정부에 재원을 직접 배분하기보다 중앙정부가 기금을 조성해 사용처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지방의 재정 운용 능력과 판단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시장은 "미래를 위한 기금이 오히려 지방의 미래를 빼앗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재원 조성 및 운용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kej29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