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전산부터 관계법 정비까지 진행형…여 “출범 전 마무리” vs 야 “1년 유예”

공소청과 중수청이 오는 10월 2일 동시에 출범한다. 지난해 10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 폐지와 두 기관 신설이 결정된 뒤 지난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제정됐다. 이어 지난 8월 4일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직접 보완수사권을 없애고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검사는 공소제기·유지와 영장 청구를 담당하면서 수사기관에 보완수사·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같은 날 문을 여는 두 기관의 준비 속도는 차이가 있다.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중수청 직제 제정안은 지난 8월 1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5일 대통령령으로 공포됐다. 본청 396명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 2478명을 합쳐 정원은 2874명이다. 반면 공소청은 조직과 정원을 담은 직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수사 기능이 빠진 기존 검찰 조직의 축소폭과 인력 재배치 등을 놓고 관계기관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수청의 직제 확정도 준비 완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례임용 신청자는 당초 정원의 82.6%인 2376명으로 집계됐지만 이후 615명이 신청을 철회해 1761명으로 줄었다. 특히 수사 경험을 갖춘 검사 지원자는 100여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특례임용으로 충원되지 않는 인력은 공소청 소속 검사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추가 특례임용을 추진하고 경찰과 변호사, 회계사, 사이버기술·금융분석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경력경쟁채용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청일 실제 충원 규모뿐 아니라 중대범죄 수사를 이끌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남았다.
전산 체계 준비에서 두 기관의 사정은 다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이 사용하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일부 정비해 사용하는 방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로 만들어지는 중수청은 독자적인 KICS 구축을 출범 이후로 미뤘다. 개청 초기에는 경찰의 KICS를 중수청 업무에 맞게 개편해 사용하고 10월 2일에는 사건 접수와 배당 등 필수 기능부터 가동한다. 나머지 사건 처리 기능은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조직의 틀은 중수청이 먼저 갖췄지만 전산에서는 오히려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업무에 필요한 후속 입법이다.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하면서 함께 정비해야 할 관계 법률은 18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출범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현재 이를 정비하기 위한 핵심 후속 개정안들은 아직 국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법무부 장관 지명자)이 지난 8월 24일 대표발의한 공소청법 개정안은 61개 관계 법률을 새 체계에 맞게 정비한다. 같은 날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한 69개 관계 법률을 손본다. 검사에 있던 수사 관련 권한을 사법경찰관으로 옮기거나 특사경과 검사의 관계를 수사지휘에서 협력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핵심 후속법조차 아직 법사위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두 법안은 지난달 2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김승원 지명자의 공소청법 개정안은 31일 법안심사1소위에서 축조심사까지 진행됐지만 의결되지 않았고, 서 위원장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역시 법안심사1소위에 계류돼 있다. 출범에 맞춰 정비해야 할 핵심 관계 법안이 아직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외에도 수사·기소 분리와 실제 수사 업무를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지만 상당수는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나 법안소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의 이용 중지 요청 주체를 검찰총장에서 중수청장으로 바꾸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대표발의), 전자금융거래와 통신비밀보호 관련 권한을 새 수사체계에 맞게 정비하는 전자금융거래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황운하 의원 대표발의), 성폭력·아동학대·스토킹·가정폭력 등 7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서 중수청이 보완수사·재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수청법 개정안(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등이 대표적이다.

하위 법령 정비도 진행형이다. 법무부가 새 형사사법체계의 실제 수사 절차를 담아 마련한 수사준칙도 완성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 8월 28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이달(9월) 4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를 받은 뒤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행하고 결과 통보 전 검사와 협의하는 절차 등이 담겼다. 10월 2일부터 적용할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핵심 실무규칙을 출범 한 달여 전에야 최종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남은 법률과 하위 규정을 공소청·중수청 출범 전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8명의 부처 장관 후보자와 특별감찰관·대법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 820.9조 원 규모의 예산안 등 처리해야 할 많은 일이 있지만 민주당은 그중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완성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출범한 이후 법안이 수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당 내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막판에 입법을 몰아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시행 자체를 미뤄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기간을 줄이는 등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여러 입법 드라이브를 동원했지만 현재 실질적으로 결정된 것은 조직을 나누는 것 외에는 많지 않다”며 “중수청과 공소청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법령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제안한 것처럼 시행을 1년 유예하고 관련 법률과 하위 법령을 꼼꼼하게 심사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7월 15일 공소청·중수청 시행을 1년 유예하는 내용의 ‘범죄피해자 보호 3법’을 당론 발의한 상태다.
정치권 밖에선 출범 시한에 맞춘 입법보다 형사사법체계의 정교한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역임한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정도 검찰 개혁 규모의 개정은 학자와 실무가들이 장기간 연구하고 토론해도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제도 개편의 비용은 결국 국민이 치른다는 것을 국회는 명심하고 형사사법체계의 급격한 변화일수록 정교한 설계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중수청, 공소청 출범까지 한 달가량 남았지만 관련 법안은 더 숙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