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부탄 ‘토르트호르미초’ 파키스탄 ‘시스퍼’ 페루 ‘팔카코차’ 등 위험 노출
[일요신문] 지난 8월 26일, 네팔-중국 티베트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의 충격이 쉬 가시지 않고 있다. 9월 3일 기준 사망자 수는 이미 12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처음에는 지진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이후 잇따른 조사를 통해 현재는 빙하호 붕괴(GLOF)가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과거의 일반적인 빙하호 붕괴와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요컨대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빙하와 산사면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과 진흙, 토사가 뒤엉켜 빙하호의 물을 밀어내면서 촉발된 참사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하고 보다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히말라야 곳곳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고, 그 결과 빙하호의 개수와 면적 역시 그만큼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된 곳은 아시아뿐만이 아니다. 남미 안데스산맥 일대의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며 부탄, 파키스탄, 인도, 스위스 등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네팔-중국 티베트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 사진=EPA/연합뉴스이번에 발생한 유례없는 대홍수는 평범한 계절성 홍수와는 출발점부터 달랐다. 거대한 빙하와 암석 덩어리가 산에서 굴러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계곡의 물길이 뒤틀리면서 엄청난 양의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진 대참사였다. 당시 영상을 분석한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의 크리스토프 앙세이는 물벽의 높이를 20m로 가정할 경우, 순간적인 유량은 초당 약 2만㎥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평소 초당 몇 ㎥ 수준인 네팔의 산악 하천이 순식간에 거대한 물길로 변한 셈이었다.
이번 재앙이 더욱 참혹했던 이유는 물과 함께 쏟아져 내린 퇴적물 때문이기도 했다. 일반 홍수는 물의 비중이 90%에 달하는 반면, 토석류는 최소 80%가 퇴적물로 구성돼 있어 마치 액체 콘크리트처럼 점성이 높다. 그 결과 강 하류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가옥이나 교량이 흔적도 없이 쓸려 내려갈 정도로 처참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유사한 대재앙이 벌어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지금까지 빙하 재난을 감시하는 작업은 주로 ‘어느 빙하호가 위험한가’를 찾아내는 데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빙하호 외에도 빙하와 암석이 불안정한 곳, 물길의 형태, 물길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계곡, 그리고 그 물길 아래에 사람과 기반시설이 얼마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부탄이다. 부탄의 빙하호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연구에서는 빙하 말단에서 1km 이내에 있고, 면적이 0.05㎢보다 큰 빙하호들을 대상으로 GLOF가 발생했을 때 발생 가능한 피해를 시뮬레이션으로 유추해 보았다. 그 결과 1만 1000명 이상의 주민과 2500개 이상의 건물, 250km 이상의 도로, 400개 이상의 교량, 약 20㎢의 농경지가 잠재적인 피해 범위에 포함됐다.
특히 이 가운데 토르트호르미초 빙하호는 ‘매우 높은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문제는 인접한 라프스트렝초 빙하호와의 거리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토르트호르미초는 라프스트렝초 방향으로 매년 약 10m씩 팽창하고 있으며, 현재 두 호수 사이의 거리는 약 30m까지 좁혀진 상태다. 두 호수에 저장된 물의 부피를 합치면 약 5300만㎥에 달한다. 이와 관련, 일본 측 현장조사 전문가인 지로 고모리는 두 호수 사이의 장벽이 무너질 경우 토르트호르미초의 물이 라프스트렝초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네팔 초롤파 빙하호. 사진=ICIMOD(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파키스탄 북부 길기트-발티스탄의 시스퍼 빙하 역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위성 영상과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석에 따르면, 잔해로 덮인 빙하는 2015년 약 161㎢에서 2018년 197㎢로 확대됐고, 주변에는 0.1㎢가 넘는 얼음댐 호수가 형성됐다. 현재 이 호수에 저장되어 있는 물은 100만~1000만㎥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곳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사실 호수의 크기보다는 하류의 기반시설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해 있는가다. 조사에 따르면 하산아바드 마을 기반시설의 약 80%가 GLOF 침수지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카라코람 고속도로 교량과 인근 수력발전시설 역시 위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측 히말라야 산맥으로 넘어가면 위험 규모는 더 커지고,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인도 국가원격탐사센터 관련 자료에서는 크기가 2500㎥가 넘는 빙하호만 무려 2만 8043개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인도 영토 안에 위치한 호수는 7570개, 국경을 넘는 지역에 위치한 호수는 2만 473개였다. 사실 이렇게 숫자만 보면 인도 히말라야 전체가 거대한 시한폭탄처럼 보인다. 하지만 2만 8043개와 네팔의 47개는 조사 대상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도의 자료는 일정 규모 이상의 빙하호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이고, 네팔의 47개는 그 가운데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평가된 특정 호수들만 집계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위험 신호는 있다. 바로 빙하호의 크기 변화다. 1984~2023년 위성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2017년 기준 0.1㎢ 이상의 빙하호 가운데 676개 호수의 크기가 더 커졌으며, 이 가운데 130개가 인도 내에 위치해 있다.
네팔의 경우에는 공동 조사에서 코시, 간다키, 카르날리 유역을 중심으로 잠재적으로 위험한 빙하호 47개가 확인됐고, 이보다 더 넓은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에서는 약 200개의 빙하호가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네팔 국경의 히말라야 산맥만 분석한 자료에서는 2377개의 빙하호 가운데 76개가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안데스 산맥 일대의 국가들, 즉 페루, 아르헨티나, 칠레 등 3개국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산악 지대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빙하가 녹아내렸고, 그 결과 빙하호들이 대거 형성했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페루다. 현재 528개의 빙하호가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8개는 ‘매우 높은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우아라스시 상류에 위치한 팔카코차 호수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1700만㎥ 이상의 물을 품고 있는 이 호수에 빙하의 일부가 녹아내려 떨어질 경우 강 하류에 있는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 사라질 수도 있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1941년 한 차례 비극이 일어난 바 있었다. 당시 빙퇴석이 무너지면서 약 1000만㎥의 물과 잔해가 계곡으로 쏟아져 내렸고, 이 재해로 최소 1800명에서 최대 50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괴된 도시 면적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주민이 촬영한 알래스카 주노 멘덴홀 강. 사진=페이스북아르헨티나의 경우에는 특히 파타고니아 엘찰텐에 위치한 토레호를 주목해야 한다. 업살라 빙하가 녹아내려 형성된 빙하호들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는 산후안주의 에리소스 빙하호가 무너지면서 3100만㎥의 어마무시한 양의 물이 쏟아져 내리기도 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형이 바뀔 정도의 강력한 대홍수였다.
칠레도 안심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칠레에는 무려 2만 6000개가 넘는 빙하가 분포해 있으며, 비록 규모는 작지만 언제든 산사태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세계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면 이는 아시아와 남미 특정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0년 이후 전 세계 빙하호의 숫자는 53%, 면적은 51%, 부피는 48% 증가했다. 2018년 기준, 확인된 빙하호는 1만 4394개며, 전체 면적은 약 9000㎢, 저장된 물의 양은 156.5㎦로 추정된다. 잠재적으로 GLOF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약 15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약 930만 명이 히말라야를 포함한 고산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위험을 어떻게 다룰지는 알래스카와 스위스의 사례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알래스카 주노 인근 수어사이드 베이신에서는 2011년 이후 거의 매년 여름마다 빙하호 붕괴로 인한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2025년 8월에는 멘덴홀 강 수위가 약 4.5m까지 올라가면서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단, 반복적으로 홍수가 발생한다고 해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지질조사국과 기상당국, 지방기관이 호수 수위와 하류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위험을 감지하고 있으며,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즉시 주민들에게 경보를 보낸다. 언제 정확히, 그리고 얼마나 큰 홍수가 발생할지를 완벽하게 예측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 대응할 시간은 확보해 주는 것이다.
스위스 발레주 역시 약 50개의 빙하를 대상으로 빙하 붕괴, 빙하호, 빙하 내부의 물주머니, 토석류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현장조사, 항공조사, 위성자료를 비롯해 지방 당국과 산악 전문가들의 보고를 종합해 매년 위험 정도를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위험이 사라지면 관리 목록에서 빙하를 제외하고, 새로운 위험이 발견되면 다시 추가하는 방식으로 지도를 계속 바꿔 그리고 있다. 일례로 바이스호른 일대의 경우, 지난 8월 여러 차례 암석 붕괴가 발생하자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접근을 통제한 바 있었다.
이 같은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산악 재난을 ‘막을 수 있느냐, 혹은 예측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는 점이다. 빙하가 정확히 언제 무너질지 예측하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산이 움직이고 있는지, 빙하호 수위가 상승하고 있는지, 위험구역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지, 홍수가 발생했을 때 물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등은 상당 부분 관찰하고 계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난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위험을 감지하고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카니 위나그라자 유엔 사무차장은 “빙하호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을 막기에는 기술이 충분히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특히 이번과 같은 거대한 ‘진흙과 얼음의 파도’는 기존의 방어시설만으로 막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모든 홍수를 막으려고 하기보다는 산 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하고, 그 정보를 국경 너머까지 전달하고, 쓰나미가 마을에 접근하기 전에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대응 방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도시 3분의 1 파괴되고 수력발전소 휩쓸리기도…역대 빙하호 붕괴 참사들
티베트 상류 빙하. 사진=구글어스#1941년-페루 우아라스
남부 안데스산맥 북부에 위치한 도시 우아라스에서 빙하호가 터지면서 발생한 홍수다. 도시의 3분의 1이 파괴됐고, 약 5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빙하호 붕괴 사고 가운데 하나다.
#1962년-페루 란라히르카
페루에서 가장 높은 우아스카란산에서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붕괴됐고, 이로 인해 약 1000만㎥에 달하는 암석과 얼음, 눈이 불과 7분 만에 산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거대한 토석류는 란라히르카 마을과 인근 여러 정착지를 최고 12m 높이의 진흙과 잔해로 뒤덮었다. 이 재난으로 숨진 사람은 약 4000명에 달했다.
#1970년-페루 융가이
규모 7.9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우아스카란산 북쪽 사면이 불안정해지면서 빙하가 붕괴됐다. 빙하의 얼음과 암석이 뒤섞인 거대한 눈사태는 시속 최대 335km의 속도로 융가이와 란라히르카 마을을 향해 돌진했고, 두 지역을 진흙과 잔해 속에 파묻어 버렸다. 이 눈사태로 약 2만 5000명이 사망했고, 지진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수는 5만 명을 넘었다.
#1981년-티베트 치렌마초
중국과 네팔 국경에서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치렌마초 빙하호로 떨어졌다. 이 충격으로 빙하호의 자연 제방인 빙퇴석 제방 너머로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고, 약 2000만㎥에 달하는 물과 얼음, 토사가 한꺼번에 네팔 쪽으로 쏟아져 내려갔다. 이 사고로 네팔에서는 약 200명이 사망했으며 교량, 도로, 수력발전소 등 각종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2021년-인도 차몰리
인도 제2의 고봉인 난다데비 인근 론티봉에서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고, 약 1500m 아래 계곡으로 암석과 먼지, 얼음이 뒤섞인 토석류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에서 대규모 돌발 홍수가 발생해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마을이 초토화된 것은 물론이요, 수력발전소 두 곳도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