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김승원 검증 논란에 야당 ‘김현지 실세설’ 공세…잡음 반복에 대통령 부담 가중, 지지율 38% 최저

그러나 용혜인·김승원 후보자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개각 카드가 효과를 내기는커녕,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 의원은 비례의원 장관 겸직 관행 파기, ‘언더조직’ 가담, 배우자 셀프 임명 등 기본소득당 사당화 의혹, 성평등 문제 관련 자질 논란 등에 휩싸였다.
김승원 후보자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청탁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음주 운전 경력도 뭇매를 맞는다. 김 후보자가 과거 음주운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던 장면이 함께 거론되면서다.
9월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8%로 집계됐다. 한국갤럽 기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24%) 다음으로 인사(16%)가 꼽혔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9월 10일 일요신문 유튜브 채널 ‘신용산객잔’에 출연해 “김승원 용혜인 후보자에 대한 부정평가가 대통령 지지율 급락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장관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김 후보자가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은 43%, 적절하다는 응답은 22%였다. 용 후보자는 부적합 61%, 적합 13%로 조사됐다. ‘일제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박근혜 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적합 응답률이 낮았다(무선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일요신문에 “그 부처에 이해관계가 있는 시민사회든 여성이든 이런 쪽에서 환영하는 입장이 나와야 하는데 다 반대입장”이라며 “용 후보자 인선에 정무적 평가와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겸직 문제도) 안 물어봤다면 문제고, 물어봤다면 더 문제”라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김 후보자도 기소유예 전력이 있다. 사건에 대해 소상하게 문제가 될 만한 대목들이 무엇인지, 한동훈 의원을 통해 나오는 자극적인 스토리에 대해서도 걸렀어야 했다”며 “인사라는 게 추천과 검증 두 단계가 있다. 이런 것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진숙 강선우 후보자 낙마 후 대통령실 인사수석을 신설하고 조성주 한국법령정보원장을 내정하며 인사 시스템 재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부적격 후보자의 임명 논란은 계속됐다.
주요 보직의 공석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장기간 비어 있는 상태다. 약 4개월간 공석이던 AI미래기획수석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임명됐다. 8개월간 공석이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는 이성훈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 임명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약 7개월째 공석이다.
인사 적체는 외교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연 1회 정기적으로 개최하게 돼 있는 재외공관장 회의는 11월말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다. 공관장 인사가 늦어진 탓이라고 한다. 공관장 회의는 공관장들과 정부 외교 기조를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회의 결과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 보고된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금도 13곳의 공관장 자리가 공석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야심차게 꺼냈던 ‘탕평 인사’는 당사자들의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이는 내부 지지층 분열로까지 번졌다. 보수 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장남 위장 미혼 의혹·특혜 입학 등으로 낙마했다.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응원가’ 논란에 대해 “5·18이 성역이 됐다”는 글을 올렸다가 사실상 경질됐다.
인사 논란이 터질 때마다 이른바 ‘김현지 실세설’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곤혹스러운 지점이다.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을 성남시장 재임 시절부터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강선우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 김 실장과 통화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실세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진석·김남국 인사 청탁 논란’에서도 김 실장 이름이 등장한다.
9월 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서용주 맥 정치사회 연구소장이 JTBC ‘장르만 여의도’ 사전 준비 방송 과정에서 “청와대에 인사라인이 있느냐. 인사라인이 김현지잖아”라고 말했다. 방송 마이크가 켜진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발언으로 알려졌다. 서 소장은 소셜미디어(SNS)에 “가볍게 농담으로 한 말이 뜻과 다르게 전달된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해명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9월 8일 논평에서 “(김승원·용혜인은) 단순한 검증 실패가 아니다. 공식 인사 라인을 짓뭉개고 비선 실세가 국정을 주무른 ‘인사 농단’의 참담한 결과물”이라며 “공식 인사수석실은 허수아비로 전락했고, 비선 실세 한 명이 밀실에서 ‘만사현통’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사 난맥상의 원인을 검증 시스템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부 시스템이라는 것이 정무적 판단은 제외하고 일종의 정량적 평가를 하는 것이다. 전과, 재산 유무 이런 것들을 보는 것이다. 적어도 정부에서 정한 기준에 걸리지 않으면 그냥 가는 것”이라며 “다 시스템화돼 있다. (과거 정부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특히 고위 공직자와 관련돼서 2급 이상 공직자들을 청와대에서 검증하는데 그 시스템은 지금도 예전과 같고 윤석열 때도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결국 인사는 인사권자 결심의 문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증과 최종 인선 판단을 별개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검증 결과를 토대로 후보자 인선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몫인 셈이다. 인사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때마다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이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박원석 전 의원은 “대통령의 권위는 대부분 인사에서 나온다. 그런데 인사 실패가 되면서 ‘정부가 일 잘하고 실력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 이런 느낌을 준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국정 전반이 가벼워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인사 기준과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일단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9월 7일(현지시각) 이 대통령이 국빈방문 중인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구체적인 인사검증 과정에 대해 말하긴 어렵지만, 국민 눈높이에 부족함이 없도록 인사검증 체계를 갖추고 강화하겠다”면서도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국민적 검증 과정으로 알고 있다.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자인 만큼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어쨌든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지명했고, 청문회를 통해 검증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면 될 일이다. 검증해서 어렵다면 (국민의힘이) 채택 안 해주면 된다. 그다음 공은 청와대로 넘어간다. 이게 그동안의 인사청문회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