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안 ‘퇴임 전 제청’ 송영길안 ‘추천·재추천’까지 규율…민주당 공석 방지 공감, 해법은 두 갈래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제청 지연에 이어 재제청 문제로 번졌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월 후임 후보자 4명을 추천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그로부터 209일이 지난 8월 18일에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다. 청와대가 지난달 28일 손 후보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현행법상 대법관 제청 시한과 재제청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당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대법관 제청에 시한을 두되 규율 범위가 서로 다른 두 법안이 나왔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후보 추천, 대법원장의 제청까지 단계별 법정기한을 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원이 발생하면 14일 이내 추천위를 구성하고 추천위는 30일 이내 후보자를 추천하며, 대법원장은 추천받은 날부터 14일 이내 제청하도록 했다.
송 의원안은 제청 시한뿐 아니라 제청이 이뤄지지 않거나 임명 절차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의 추가 추천 절차까지 법률로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현행법과 달리 대법관이 최종 임명될 때까지 추천위를 존속시키고, 대법원장이 기한 내 제청하지 않거나 제청된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거나 대통령의 임명을 받지 못하면 추천위가 추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했다. 송 의원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헌법기관 구성을 장기간 멈춰 세우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 법의 공백을 이용해 사법의 공백을 만들고, 그 결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송 의원보다 15일 앞선 지난달 26일 제청 완료 시점 자체에 초점을 맞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법원조직법 제41조에 후임 대법관 제청을 퇴임 예정 대법관의 퇴임 1개월 전까지 완료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공포 후 6개월이 지나 시행하도록 했다. 정 의원은 노 전 대법관 퇴임 이후 장기간 공석이 이어진 데다 2028년부터 대법관 증원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발의 이유로 들었다.
15일 간격으로 나온 두 법안은 공석 장기화를 막겠다는 목적은 같지만 해법에는 차이가 있다. 정 의원안이 대법관 퇴임을 기준으로 후임 제청 완료 시한을 설정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이라면 송 의원안은 추천위 구성부터 추천·제청, 재제청 과정까지 단계별 절차를 규율한다. 특히 송 의원안은 제청된 후보자가 대통령의 임명을 받지 못한 경우까지 규정해 추천위를 존속시키고 추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도 한 명도 겹치지 않았다. 정 의원안에는 정청래·한민수·문정복·최민희·권향엽·김영환·강준현·이성윤·박은정·박지원 의원 등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송 의원안은 송영길·임문영·허종식·민병덕·서미화·박선원·김교흥·임미애·김영호·양부남 의원 등 10명이 발의했다.
민주당 법사위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제도 개편 방향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대법관 제청 문제에 대해서는 당내에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지만 개편 방향을 놓고는 이견이 나오고 있다”며 “현재 발의된 두 법안 모두 중요한 측면이 있다. 결국 당내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부는 현재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 문제를 우선 해결하려는 모습이라 답답한 측면이 있다.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대법관이 매년 4명씩 추가로 증원되는데 지금 인선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을 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내놓은 메시지는 당장 새로운 후보추천위를 구성하기보다는 기존 후보군에서 신속하게 재제청하라는 요구에 맞춰져 있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2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이미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신속하게 재제청 절차를 진행하라”며 “이미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쳐두고 추천위원회부터 다시 구성해 후보군을 원점에서 짜려 한다면 대법관 인선을 장기화하는 또 다른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제도 개편이 헌법상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법률로 시한을 두고 후보추천위의 존속과 추가 추천 절차까지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권한의 행사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대법관 수를 늘린 뒤 이재명 정부 입맛에 맞는 대법관으로 남은 수를 다 채우기 위한 것”이라며 “여당 몫 대법관 추천뿐만 아니라 대법원장 몫 대법관 추천까지 입맛대로 해 결국 이 대통령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삼권분립을 망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도 지난 11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등의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법권 독립을 강조했다. 다만 손 후보자 재제청이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 개정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