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 대규모 소집해 4연전 돌입…4-4-2 포메이션 예고, 아시안게임 차출 변수 속 11월까지 ‘시험대’

모레노 감독의 첫 대한민국 대표팀 명단은 30명으로 구성됐다. 최근 국가대표팀이 26명 내외의 선수를 선발하는 것보다 많은 숫자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나 모레노 감독의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이번 A매치 기간의 특성, '첫 소집'이라는 특수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A매치 기간 운용에 변화를 줬다. 그간 9월과 10월 A매치 기간은 별개였다. 하지만 잦은 선수단 이동, 프로리그 일정 중단에 대한 지적이 나왔고 FIFA는 이를 수정했다. 대표팀은 16일간 4경기를 치르는 비교적 장기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전에 비해 긴 기간에 넉넉한 선수단을 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감독 체제에서 선수들과의 첫 대면이다. 모레노 감독은 1700명의 선수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전했다. 분석 과정을 거쳤으나 감독으로서 더 많은 선수들을 실제로 만나 체크해 보고 싶은 열망 또한 감지된다.
30명의 대규모 선수단이 꾸려지면서 이번 대표팀은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선수들이 새롭게 합류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손흥민(LA FC), 이강인(AT 마드리드), 황인범(FC 포르투) 등 기존 대표팀 주축 자원들은 그대로 자리를 유지했다.

생애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이는 김건희(인천), 김민수(레인저스), 박태준(김천) 3인이다. 각각 중앙 수비수, 2선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로 다양한 포지션에 새 얼굴이 합류하게 됐다.
김건희는 장신 센터백 자원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해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빠르게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지난 시즌 팀의 1부리그 승격, 올 시즌 팀의 안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192cm의 큰 신장에도 스피드와 공 다루는 능력을 겸비한 '현대형 센터백'으로 통한다.
김민수는 이강인과 유사하게 스페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장한 사례다. 10여 년 전 스페인으로 이주했고 지로나 FC에서 프로 선수로 성장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스페인 라리가 데뷔까지 성공했다. 지난 시즌 스페인 2부리그의 안도라에 임대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스코틀랜드의 레인저스로 이적해 활약하고 있다. 이적 과정에서는 이적료 1000만 유로(약 157억 원)를 발생시키고 등번호 10번을 받아 관심을 모았다. 어린 시절부터 좌우 측면과 중앙 등 공격 지역 다방면에서 뛸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해왔다.
20대 초중반인 김건희, 김민수와 달리 박태준은 1999년생(27세)으로 국내에서 다양한 팀을 거치는 등 경험이 많은 자원이다. 중원에서 활동량이 많고 볼 소유 능력도 갖춘 미드필더다. 이정효 현 수원 삼성 감독이 돌풍을 일으켰던 광주 FC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다 현재는 김천 상무에서 뛰고 있다.
이외에도 김봉수(대전), 김태현(전북), 정승원(서울), 조현택(울산), 최준(서울) 등 A매치 출전 경험이 1~2회에 그쳤던 선수들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 K리그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정승원은 FC 서울에서 29경기 8골 6도움의 기록으로 팀을 선두로 이끌며 리그 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대표팀이 경기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모레노 감독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작은 힌트를 줬다. 그는 자신만의 강한 색깔을 갖고 있는 지도자로 통한다. "현재 가진 시간이 길지 않다. 국가대표팀에서 특정 게임 모델을 구현하는 게 어렵다"면서도 "시도해보려는 포메이션은 4-4-2"라고 말했다. 4-4-2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2년간 K리그 경기들을 분석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스템이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도자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모레노 감독이 압박을 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4-4-2 포메이션이라고 해서 전통적인 킥 앤드 러시나 수비 시 내려서서 기다리는 축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시작은 4-4-2 대형을 갖추겠지만 경기를 풀어갈 때는 측면 수비수를 높이 올려 공격 숫자를 늘리고 후방에서는 변형 백3 형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K리그에서 4-4-2를 사용하는 팀들 역시 비슷한 모습으로 운영된다"고 내다봤다. 모레노 감독은 과거에도 4-3-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경기 중 수시로 대형을 바꾸는 방식을 애용해왔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으로는 '균형 잡힌 선수'를 이야기했다. 그는 "공격도 잘하고 수비도 잘하는 선수를 원했다"고 말했다. 공격 포지션이라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나서는 능력을 높게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모레노 감독은 지도자 생활 중 공격 지역에서의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다.

이번 30명의 대표팀 명단이 다음 11월 A매치 기간까지 대거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모레노 감독이 선발을 염두에 둔 인원이 뽑힐 수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 다름 아닌 아시안게임 때문이다.
이번 A매치 기간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간과 겹친다.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대표팀은 15일부터 첫 경기를 시작한다. 이 대표팀에는 강상윤, 배준호, 양현준, 엄지성, 이기혁 등 A대표팀을 오가는 자원들이 합류했다. 이들 중 다수는 최근 월드컵까지 경험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단 23명 중 유럽파만 9명이다. 국내외 미래 자원이 다수 포함됐다. 모레노 감독이 눈독을 들일 만한 자원이 즐비하다.
월드컵에서 홍역을 치른 대표팀은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 하지만 아직 앞길은 알 수 없다. 모레노 감독은 11월까지 6경기 동안 계약이 된 '임시 감독'이다.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다. 11월까지의 경기 결과와 내용에 따라 2027년 아시안컵까지 동행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이에 더해 대한축구협회장 공석, K-축구혁신위원회의 개혁 작업까지 맞물려 있다. 다가올 모레노 감독 체제 4경기는 단순 평가전을 넘어 한국 축구의 다음 방향을 정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