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아이오닉5 등 5개 차종 대상…원고 “수십만 대 판매”, 미국 전역 차주 집단 인정 요구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에 따르면 9월 16일 캘리포니아·플로리다·뉴욕에 거주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현대차와 현대차 미국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상은 2024~2026년형 싼타페, 2025~2026년형 아이오닉5·투싼·싼타크루즈, 2026년형 팰리세이드다. 원고들은 이들 차량에 적용된 직접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DMS)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DDMS는 실내 적외선 카메라로 운전자의 눈과 얼굴, 머리 위치를 살피고 이를 토대로 운전자가 도로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원고 측은 운전자가 실제로 전방을 보고 정상적으로 운전하는데도 현대차 시스템이 이를 ‘주의태만’으로 잘못 인식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즈 컨트롤 사용 중 이런 판단이 계속되면 크루즈 기능이 해제되고 비상정지 기능이 작동해 차량이 감속하거나 멈출 수 있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장에는 2025년형 투싼 차주가 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시스템 때문에 크루즈 기능이 해제되고 차량이 갑자기 감속했다고 신고한 사례, 2025년형 아이오닉5 차주가 반복된 오경고 끝에 고속도로에서 급제동을 겪었다고 신고한 사례 등이 기재됐다.
오인식이 차량 제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운전자의 주의 상태를 한 차례 더 확인하도록 보수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운전자가 한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실내 카메라의 오작동일 수도 있다”며 “운전자가 실제로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판별하도록 프로그램을 보수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25년 1월 정비망에 안경이나 좌석 위치, 햇빛 반사 등에 따라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안경을 바꾸거나 좌석 위치를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GM은 북미 슈퍼크루즈 적용 차량에서 유사한 문제를 겪었으나 운전자 얼굴 인식 실패가 반복되면 카메라 장착 상태와 주변 환경 등을 점검하고 원인을 찾지 못할 경우 운전자 모니터링 카메라를 교체하도록 했다.
원고들은 현대차가 관련 문제를 알고도 적절한 수리나 교체 조치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구매·리스 전에 오인식 가능성과 주행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거나 더 낮은 가격을 지불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소비자보호법 위반과 보증 위반, 부당이득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과 반환, 결함 시정을 요구한 상태다.

소송 범위는 법원의 집단 승인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원고들은 미국과 워싱턴DC, 푸에르토리코 등 미국 영토에서 대상 차량을 구매하거나 리스한 현재·과거 이용자 전체를 하나의 집단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에서는 원고가 먼저 집단소송을 제기한 뒤 법원이 실제 집단소송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진행한다면 어떤 소비자까지 하나의 집단으로 묶을지를 별도로 심사한다. 연방민사소송규칙 23조에 따라 대상자가 충분히 많고 공통된 쟁점이 있는지, 대표 원고가 다른 대상자들을 적절히 대표할 수 있는지 등을 따진다. 이번 사건도 집단소송 형태로 제기됐지만 아직 미국 전역의 차주가 모두 소송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소송 업무를 하는 한 변호사는 “5개 차종에서 제기된 문제가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는지, 여러 차주의 문제제기를 하나의 소송으로 병합해 해결할 수 있을지가 심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전국 차주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것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소송 자체가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소규모 소송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집단의 범위를 조정하거나 법적 쟁점을 바꿔 다시 집단소송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소송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앞서의 변호사는 “집단소송의 범위를 정하는 단계부터 필요한 디스커버리(증거개시)가 진행될 수 있고 이후 회사 내부 자료 제출이나 관계자 증언 등으로 범위가 더 커질 수 있다”며 “변호사 비용도 시간 단위로 쌓이기 때문에 소송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진다. 이런 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합의로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소비자 분쟁에서는 규정 위반이나 제조사의 책임이 확정되기 전에도 집단소송이 장기간 이어지고 합의로 종결되는 사례가 있다. 현대차·기아 도난 사태가 최근 사례다. 현대차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일부 차량도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을 충족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차량이 절도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기아는 2023년 약 830만 대를 대상으로 무료 도난방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나섰고 관련 집단소송은 2024년 1억 4500만 달러 규모 합의가 최종 승인됐다. 합의 과정에서도 현대차의 법적 책임이 인정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운전자 모니터링 카메라 사건도 기술적으로 오인식을 완전히 없애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기술로서는 해결하기가 쉽지는 않다. 안경을 쓰게 되면 렌즈에 반사되는 빛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고 햇빛도 카메라에서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카메라를 교체해도 동일한 사양이라면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카메라가 아니면 바꿔주나 마나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점에서 현대차가 안경이나 좌석 위치를 조정하도록 안내한 대응이 기술적 한계를 감안한 조치라고 봤다. 반면 GM이 카메라 교체 절차까지 마련한 데 대해서는 실제 성능 개선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대응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교체해준다는 행위 자체를 통해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데 포인트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교수는 “기술적 해결 가능성과 미국 시장에서 요구되는 소비자 대응은 별개의 문제다. 미국에서는 소비자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는 상당히 중요하다”며 “미국 시장에서 고급차 판매와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부품업체의 개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런 부분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측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