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벤처스·SK증권·KT&G 등 투자 손실 수순…글루업 “만랩커피 가맹점주 피해 제한적”

9월 21일 서울회생법원 공고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16일 글루업에 파산을 선고했다. 글루업은 2018년 설립됐다. 식품의 제조·유통과 외식 브랜드 운영을 결합해 여러 브랜드를 확보한 뒤 국내외 판매망에 공급하는 사업을 벌였다. 주요 사업은 식품 도소매·수출입, 건강기능식품 제조와 기타 식품 제조 등이다. 2023년 기준 연결 대상에는 커피 브랜드 만랩커피 운영사 만랩을 비롯해 아이언가이즈와 호주·태국·미국·대만·베트남 법인 등이 들어갔다.
투자 유치 자료를 종합하면 글루업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시리즈A~C를 거치며 모두 313억 원을 조달했다. SK증권과 롯데벤처스가 운용하는 펀드, KT&G, IBK금융그룹 등이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벤처스가 운용하는 롯데쇼핑이노베이션펀드1호와 KT&G가 각각 30억 원, SK증권이 1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지원도 받았다. 글루업은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 육성사업에 뽑혔고 이듬해에는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대상에 선정됐다. 회사는 당시 식음료 브랜드 약 20개와 11개국 유통 기반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파산 선고 석 달 전인 올해 6월에도 만랩커피의 프랑스 진출 계약을 알리며 파리 매장 개설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외형 확대에도 수익성과 재무상태는 악화했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은 482억 5000만 원이었지만 영업손실 68억 3700만 원, 당기순손실 104억 7500만 원을 기록했다. 당시 감사인은 주요 종속기업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의견을 거절했다.
최신 자료인 2024년 글루업 별도감사보고서에서도 감사의견은 거절이었다.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 기준 자산은 74억 2100만 원, 부채는 139억 7300만 원이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매출 56억 5800만 원, 영업손실 36억 4400만 원, 당기순손실 65억 3600만 원을 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억 2100만 원이었다. 유동부채도 유동자산을 21억 5800만 원 초과했다. 감사인은 특수관계자 거래 등을 확인할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고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도 유의적인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주주가 출자금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분 투자는 대출채권과 달라 주주는 파산채권자로서 투자 원금을 배당받지 않는다. 회사 자산으로 채권자에게 먼저 변제한 뒤 잔여재산이 있어야 주주에게 돌아갈 몫이 생긴다. 글루업이 이미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점은 투자 지분의 회수 가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KT&G 관계자는 “2024년 4분기에 손상 처리해 장부가치는 0원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스타트업 단계에서 투자했지만 글루업이 파산한 만큼 사실상 투자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만랩커피에 미칠 영향은?
글루업의 파산 선고로 자회사 만랩의 운영 프랜차이즈 만랩커피가 받을 영향에도 눈길이 쏠린다. 글루업이 보유한 만랩 주식은 권리관계와 현재 보유 현황에 대한 확인을 거쳐 매각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글루업과 만랩은 현재 같은 서울 서초구 주소를 본점으로 두고 있으며 대표이사도 이재우 대표로 같다. 모회사 파산만으로 만랩 명의의 가맹계약이 종료되거나 점포 영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공개서에는 만랩이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법인으로 기재돼 있다.
만랩의 자체 재무 여건은 좋지 않다. 2025년 매출은 57억 1500만 원, 영업손실은 7400만 원, 당기순손실은 2억 7100만 원이었다. 자산 12억 9500만 원보다 부채가 많은 16억 1100만 원으로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억 1600만 원이다. 매출은 2023년 91억 4700만 원에서 2년 연속 감소했다.
만랩커피 매장 수도 줄었다. 전체 점포는 2023년 106개에서 2024년 84개, 지난해 75개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가맹점은 74개, 직영점은 1개였다. 같은 해 신규 개점은 4개였고 계약 종료는 14개였다.

만랩 정보공개서는 가맹본부가 사업을 양도하면 가맹점주가 양수인과 계약을 유지하거나 관계에서 이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탈을 택하면 계약 잔여 기간을 반영한 가맹금 일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협회 팀장은 “가맹본부 오너가 보유한 지분이 매각되더라도 가맹점주에게 즉각적인 영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새 오너의 경영 방침에 따라 불확실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 변경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며 새 주인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글루업 측도 모회사 파산과 가맹점 영업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글루업 관계자는 “가맹점주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글루업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파산관재인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