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동의·환원책 갖춰 상장 승인…HD현대·LS·SK,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방안이 재추진 관건

덕산넵코어스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잠정안 공개 이후 나온 초기 상장예비심사 승인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6일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 침해를 막기 위해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골자로 한 거래소 규정 개정안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잠정안을 공개했다.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평가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모회사 투자자 보호 노력을 엄격히 심사해 예외적으로 상장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거래소 규정 개정안은 7월 31일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았으며, 관련 규정과 가이드라인은 8월 3일부터 시행됐다.
덕산하이메탈은 덕산넵코어스 상장에 앞서 일반주주를 위한 환원 계획을 제시하고 주주총회에서 동의를 얻었다. 덕산하이메탈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일반주주에게 덕산넵코어스 주식 15만 주를 현물배당하고 현금배당을 확대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지난 5월 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자회사 상장 안건이 가결됐으며, 주총에 참여한 일반주주 의결권의 약 73%가 찬성했다.
덕산넵코어스 상장 승인 사례를 통해 중복상장 심사 방향을 일부 가늠할 수 있게 되면서 HD현대·LS·SK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 재추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HD현대그룹의 산업용 로봇 제조 계열사 HD현대로보틱스는 중복상장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IPO 준비 작업을 중단했다. 2020년 5월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됐으며 올해 1월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고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원칙 금지 방침을 제시하고 예외 허용 기준 마련이 늦어지면서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4월에는 회사에 상주하던 주관사 인력이 철수했고, 5월로 예정했던 준비 작업 재개도 미뤄졌다.
최근에는 새 가이드라인에 맞춰 IPO를 다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 8월 이후 주관사단과 상장 일정 및 새 가이드라인에 따른 중복상장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물적분할로 설립된 HD현대로보틱스는 모회사 주주동의가 필수인 만큼, HD현대 일반주주를 설득할 보호 방안이 향후 상장 추진의 핵심 과제다. 다만 HD현대로보틱스는 공식적으로 IPO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구리 제련·금속 소재 기업 LS MnM과 변압기 제조사 LS파워솔루션은 FI(재무적 투자자)와의 약정에 따른 투자금 회수 부담이 IPO 검토 요인으로 남아 있다. LS는 2022년 LS MnM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를 발행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로부터 4700억 원을 조달하면서 2027년 8월까지 LS MnM을 상장하기로 약정했다. LS파워솔루션의 경우 지분 49%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LB프라이빗에쿼티가 2027년 5월부터 모회사 LS일렉트릭에 지분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의 건설·플랜트 계열사 SK에코플랜트는 FI 지분을 정리해 기존 약정에 따른 상장 의무를 해소했다. 2022년 FI를 대상으로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6000억 원을 조달하면서 올해 7월까지 상장하기로 약정했으나, 중복상장 논란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이후 SK㈜가 4월 30일 약 4000억 원 규모의 보통주와 전환우선주를 인수하고, SK에코플랜트가 6월 11일 나머지 전환우선주를 약 6500억 원에 자기주식으로 취득했다.
향후 SK에코플랜트의 IPO 재추진 여부는 사업 재편 이후의 실적과 성장 투자에 필요한 자금 수요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SK트리켐 등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편입했고, 올해 8월 31일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 계열사 SK오션플랜트 지분 35.62%를 약 410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플랜트 설계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도 오는 12월 1일 흡수합병해 설계·시공 역량을 통합할 예정이다. 재편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대형 프로젝트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 상장 논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업계에선 자회사 상장 추진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돌아갈 이익과 주주 보호 방안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중복상장 규제의 도입과 시장의 대응’ 보고서에서 “자회사 상장은 자금 조달이나 성장 전략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며 “자회사 가치가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귀속되는지, 별도 상장이 모회사 주주의 지분 가치와 현금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주 영향 평가와 보호 방안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