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과 대통령의 ‘리트윗’ 공방 등 화약고 뻥뻥…중수청장 인선 등 조국혁신당과의 갈등까지 겹겹

범여권 내분 한복판에 있는 유시민 작가는 9월 20일 유튜브 방송 ‘탁현민의 더뷰티플’에서 “(이 대통령이) 계속 발바닥에 작은 돌멩이들이 있는 채 걸어가실 것 같다”고 혹평했다. ‘돌멩이’는 상대편을 향해 멸칭을 사용하는 친명계 지지층을 뜻한다.
유 작가는 9월 22일 미디어오늘 유튜브에서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을 두고 “지금까지 국민을 속였다”고 했다. 유 작가는 검찰총장 명칭 유지와 중수청 수사사법관 도입 등을 담은 1차 정부안, 자신이 1차 정부안과 거의 같다고 평가한 2차 정부안, 이 대통령의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 취지 발언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법무부 안에서 수사 담당 기관과 기소 담당 기관을 나누는 것이 원래 최대 목표였다’라는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수사·기소,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같이 썼지만 내용이 달랐던 것”이라고 했다.
유 작가는 “그런 말(기자회견 발언)로 수습할 수 있는 국면은 일찍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명계가 이른바 ‘코어 지지층(올드 민주당)’ 동의 없이 민주당 노선을 중도 보수로 바꾸려고 했다고 봤다. 친명계 인사들이 멸칭을 써가며 반발하는 올드 민주당 측을 공격했다고 했다. 이러한 사태 배후에 이 대통령이 있다는 인식이 지지층 사이에 퍼졌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유 작가 주장이다.
정부·여당은 유 작가가 진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24일 청와대는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했다. 법적 대응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비서관은 9월 29일 MBC라디오 ‘조승원의 뉴스하이킥’에서 “(법적 대응은) 현재 결정된 바 없고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다”고 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월 27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억지 주장으로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진보 진영 내 쓴소리에 대해 ‘과유불급’이라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고 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9월 28일 민주당 유튜브 ‘민주당티비’에서 “멸칭 사용을 자제해 달라”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유 작가에 대한 당 차원의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청차 의견에 대해서는 “상대가 (공격) 한다고 꼭 (대응) 해야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차적으로는 흔히 이야기하는 멸칭, 상대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표현 등을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전용기 민주당 최고위원은 9월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유튜버들과 전직 대통령을 싸잡아서 입에 담기도 싫은 그런 멸칭을 쓰고 있는데 그게 갈등의 씨앗인 거고 또 우리끼리 싸워 봐야 좋아하는 건 국민의힘이지 않겠나”며 “멸칭을 좀 자제하고 과도한 비난은 좀 멈추자. 그리고 오해가 있다면 이를 푸는 일들이 먼저 이루어져야 통합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하는 부분들을 저희가 후면에서도 접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갈등 봉합 시도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이미 되돌리기엔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여전히 곳곳에서 화약고가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 대통령부터 범여권 갈등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이 대통령은 9월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을 개혁에 대한 반동 사례로 거론했다. ‘국보법 완전 폐지’를 외친 강경파 때문에 독소 조항을 삭제하는 합의안이 좌초됐다는 것이다. 이는 2004년 당시 ‘국보법 폐지파’였던 유 작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X에 ‘1분만 투자하면 리트윗 대상자의 생각 정도는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안 해서 20% 지지율로 가겠다’는 한 이용자의 글에 대해 “누군가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그의 모든 과거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며 “인용하는 글의 작성자가 작성한 과거 글을 모두 조사할 만큼 시간도 필요도 없다. 우리는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X에 ‘10월부터 호남 태양광 접속제한 풀린다’는 기사를 올린 지지자의 게시글을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그리고 이잼(지지자 계정명)님, 누군가에게 책잡힐 험한 표현 하지 않으셨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지지층 갈등을 유발할 뇌관들도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전당대회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받는 반명(반이재명) 성향의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 운영자 이종원 씨는 윤리감찰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친문계 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수청장 인선, 합당 문제를 두고 조국혁신당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도 여권의 리스크다. 9월 30일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연대와 통합이 실질적인 목표인지, 연대와 통합 공세를 통해서 민주당 내부와 민주·진보 진영 전체에 본인의 주도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아직 어느 쪽인지 잘 판단 못 하겠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격도 없지만 눈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은 봉합이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말 자체는 좋게 본다. 그러나 그 이후 트위터에 여전히 멸칭을 쓰는 계정들을 리트윗하고, 중수청장이나 차장 같은 경우에도 검사를 앉히는데, 대통령 기자회견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태도 변화는 없는 것”이라며 “당연히 지지층에서는 신뢰하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극적인 계기가 있지 않은 한 봉합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통합책임은) 결국 당 대표 몫”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지율 회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유시민이 멈추지 않을 것 같다”며 “우리는 (지지율) 회복을 먼저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청이 (대응) 기조를 못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에는 힘이 센 사람이 이길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당·청 쪽이) 상황이 안 좋다고 본다”고 했다.
갈등 국면이 길어지면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범여권 단일대오가 깨지면서 향후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여론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9월 28일 SNS에 “국민은 당장 물가와 집값, 일자리와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 AI 대전환에 대비해 경제와 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외교와 안보의 해법도 찾아야 한다”며 “할 일이 산더미인데, 범여권이 서로의 자존심을 건 말싸움만 벌여서야 되겠나. 자존심을 세우는 데 쓸 힘이 있다면, 우리 앞에 놓인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써달라. 정치는 말로 상대를 이기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