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컴퍼니, 파산선고 뒤 재고 매각 중…미국 유통망 진출했지만 지난해 매출 22억 원대

대전회생법원은 지난 7월 1일 지구인컴퍼니에 파산을 선고하고 기은현 변호사를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했다. 파산관재인은 지난 8월 회사의 재고자산을 일괄 매각하겠다고 공고했다. 매각 목록에는 식물성 단백질 원료, 각종 식품 소재와 소스 등이 포함됐다. 1차 입찰 마감일은 10월 2일이다.
2017년 설립된 지구인컴퍼니는 곡물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고기 대체 제품을 주력으로 삼았다. 2019년 출시한 언리미트 브랜드 아래 슬라이스와 불고기, 풀드포크 등 제품을 선보였다. 육류를 먹지 않는 소비자뿐 아니라 고기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지구인컴퍼니는 2021년 들어 잇따라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지구인컴퍼니에 따르면 그해 2월 IMM인베스트먼트와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시리즈B에서 약 100억 원을 유치했다. 언리미트 제품은 CU의 채식 간편식과 도미노피자의 식물성 메뉴에도 공급됐다. 회사는 생산량을 늘리고 해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28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발표했다. 앞서 투자한 IMM인베스트먼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에이벤처스, 인비저닝파트너스가 다시 참여했고 산업은행, 스틱벤처스, 프리미어파트너스, 크릿벤처스가 새로 합류했다. 산은은 산업 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총 80억 원을 투입했으며, 여기에는 새 공장 건설을 위한 시설자금 60억 원이 포함됐다.
생산 규모도 늘렸다. 지구인컴퍼니는 2021년 제천시와 제3산업단지 내 공장 신설을 위한 25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고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대체육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맞춰 제조시설을 갖추는 데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해외 판로도 확보했다. 지구인컴퍼니는 2024년 언리미트 제품을 미국 스프라우츠 파머스 마켓 약 400개 매장에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사업 확대의 성과가 실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지구인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22억 3403만 원으로 2024년 38억 2879만 원보다 줄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37억 1332만 원에서 23억 2426만 원으로 축소됐지만,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76억 4924만 원을 기록했다.
원가 부담은 이전부터 이어졌다.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의 ‘농식품기업 리포트 시리즈: 지구인컴퍼니’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매출원가가 매출액을 웃돌았다. 2024년 매출원가율은 106.01%다.
#대기업도 대체육 사업 속도 조절 중
대체육은 기후변화 대응과 동물복지, 단백질 공급원 다변화 흐름 속에서 주목받았다. 이른바 가치 소비 열풍을 타고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집계에 따르면 국내 대체육 시장은 2020년 115억 원에서 2022년 212억 원, 2024년 282억 원으로 커졌다. 지구인컴퍼니가 공장을 확충하고 해외 판로를 넓힌 것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다만 기대치만큼 가치 소비의 열풍이 이어지지 않았다. 판매 감소는 미국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굿푸드인스티튜트(GFI)가 유로모니터 자료를 분석한 2025년 세계 식물성 고기·해산물 대체품 소매매출은 두부·템페를 제외하고 약 66억 달러였다. GFI의 미국 소매판매 분석에 따르면 같은 해 해당 제품의 매출액과 판매량이 전년보다 각각 10%, 11% 줄었다. 지난해 미국 전체 포장육 소매매출에서 식물성 고기·해산물 대체품이 차지한 비중도 1.4%에 그쳤다.
이와 관련, 대체육 상품을 제조하는 업체 한 관계자는 “대체육은 일반 육류보다 비싼 편이다. 현재 기술로는 고기의 맛을 완전히 재현하기도 어려워 소비자가 선택을 망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푸드테크협의회가 올해 발간한 ‘식물성 대체육(대체식품) 핵심기술동향’에 따르면 원료 선정부터 단백질 추출·가공, 조직 형성, 향미와 저장 안정성 설계까지 여러 공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기업들도 매출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 지구인컴퍼니와 함께 관심을 모은 이노하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213억 원, 영업이익은 약 5억 원으로 집계돼 영업이익률이 2%대에 머물렀다. 바이오믹스테크는 지난해 254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31억 1878만 원으로 적자였다.
대기업 역시 사업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농심은 2022년 개장한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키친’의 영업을 2024년 말 종료했다. 신세계푸드는 미국에서 대안식품 사업을 위해 세운 베러푸즈를 지난해 청산했다.
업황 부진이 대체육 연구의 필요성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서 대체육 관련 회사 다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식량난에 대비하려면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관심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지속하려면 그 관심이 기술 개선과 안정적인 판매로 연결돼야 한다.
이상준 월드푸드테크협의회 연구원장은 “대체육 분야에서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기업이 늘고 있다”며 “세계 시장의 성장 흐름과 달리 국내에서는 수요가 빠르게 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맛이나 가격의 약점을 넘어 구매를 이끌려면 환경 등을 고려하는 가치 소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3~5년 사이 경기 여건이 나빠지면서 소비자의 선택이 가격 대비 만족도로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