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디밍 기능 없어 미니 LED라 할 수 없다는 주장…삼성전자 “표준화된 업계 정의나 기술 표준 없어”

캘리포니아 소비자 루벤 플로레스는 9월 22일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집단소송 형태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플로레스는 9월 3일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서 85형 M70H를 구입했다. 판매 직원은 미니 LED 기술을 적용해 해당 가격대에서 가장 좋은 화질과 디밍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고, 플로레스는 제품명과 삼성의 광고를 믿고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삼성전자 제품의 사양이 광고와 다르고, 구매 당시 이 사실을 알았다면 같은 가격에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2026년형 M70H·M80H·M90H를 미니 LED 제품군으로 판매하고 있다. TV업계에서는 통상 일반 LED보다 작은 100~200마이크로미터(㎛) 안팎의 LED를 더 많이 촘촘하게 배치하고, 화면 각 구역의 밝기를 따로 조절하는 로컬 디밍 기능을 결합한 방식을 미니 LED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본다. 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도 미니 LED를 일반 LED보다 작은 LED를 사용해 화면 뒤 조명을 세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TV 제조사 한 관계자는 “화소를 아예 끌 수 있는 OLED와 달리 LCD는 백라이트가 뒤에서 빛을 비추기 때문에 검은색 표현에 한계가 있다”며 “미니 LED는 더 작은 LED를 촘촘하게 배치해 화면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어두운 부분의 빛을 더 세밀하게 낮춰(로컬 디밍) 명암비와 화질을 끌어올린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원고 측은 실제 M70H의 내부 구성이 이런 설명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소장에는 M70H가 삼성의 보급형 크리스탈 UHD처럼 일반 크기의 LED를 배치했고 LED 크기와 개수에도 차이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LED 크기는 약 500㎛이며 로컬 디밍이 가능한 제어회로도 갖추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원고 측은 공개된 제품 분해 사진과 분석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원고 측 주장 가운데 로컬 디밍 부재는 외부 시험에서도 확인됐다. 캐나다 소비자가전 평가업체 RTINGS는 65형 M70H와 M80H를 직접 구입해 시험한 결과 두 제품 모두 어두운 장면에서 검은색 표현과 명암 성능이 떨어지고 로컬 디밍 기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RTINGS는 삼성이 M80H를 미니 LED로 마케팅한 데 대해 소비자를 크게 오인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RTINGS는 공신력이 높은 소비자 평가 매체다. 제품을 직접 사서 시험하고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때문에 업계와 소비자 모두 많이 참고한다”며 “그곳에서 M70H와 M80H에 로컬 디밍이 없다고 확인했다면 삼성도 어떤 특성 때문에 이 제품을 미니 LED라고 부르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이 내세울 수 있는 근거는 있다. 어느 크기까지를 미니 LED로 볼지를 정한 업계 공통 기준이나 기술표준이 없기 때문이다. 베스트바이의 85형 M70H 판매 화면에도 정밀한 명암 조절을 강조한 광고 아래 해당 기능이 ‘풀어레이(화면 뒤 LED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제어하는 방식) 하드웨어 기반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이라고 적혀 있다.

미국 변호사 데릭 건희 김(Derek Kunhee Kim)은 미니 LED에 공식 기술표준이 없더라도 소비자가 광고를 통해 형성한 합리적인 기대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미니 LED처럼 전문적인 기술은 일반 소비자보다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회사가 훨씬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다”며 “회사가 기술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그 설명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기대한 성능에 실제 제품이 부합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보 격차를 놓고 보면 회사 쪽의 설명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소비자가 설명을 실제로 파악할 수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표시 위치와 글자 크기도 함께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낮춰 미니 LED 1위…TCL도 허위광고 제소
M시리즈는 삼성의 기존 프리미엄 미니 LED TV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보급형 제품이다. 삼성은 올해 M시리즈를 내놓으며 미니 LED 제품군을 더 낮은 가격대까지 확대했다. 같은 크기의 프리미엄 네오 QLED 제품과 비교하면 M시리즈 가격은 3분의 1 안팎까지 낮아진다.
가격을 낮춘 제품군은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힘을 보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TCL은 올해 1분기 세계 미니 LED TV 출하량의 30.2%를 차지했다. 삼성과 LG전자가 미니 LED 제품군을 확대하고 진입가격을 낮춘 2분기에는 삼성이 출하량 점유율 28.2%로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미니 LED TV가 전체 세계 TV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까지 늘었다.
플로레스 측은 삼성전자가 보급형 M시리즈에 미니 LED 명칭을 붙인 데 경제적 유인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일반 LED보다 상위 기술로 인식되는 미니 LED를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제품으로 내세우면 프리미엄 화질을 원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쟁사 TCL도 같은 논리를 앞세워 지난 9월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허위광고 소송을 제기했다. TCL은 삼성이 저렴한 M시리즈를 미니 LED로 판매해 미니 LED 화질을 원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자사의 매출과 영업권에도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앞서의 TV 제조사 한 관계자는 “하드웨어 사양이 다르더라도 소프트웨어로 고가 미니 LED와 유사한 고객 경험을 구현했다면 명암비나 검은색 표현 등 실제 성능으로 그 차이를 설명해야 한다”며 “더 저렴한 제품으로 유사한 경험을 제공한다면 그 ‘유사함’을 보여줄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품을 사용한 뒤 광고를 통해 기대했던 성능과 차이를 느끼는 소비자가 나온다면 브랜드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잘 발견하기 어려운 형태로 정보를 제시했다면 제대로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드웨어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면 단순한 기만을 넘어 허위 표시·광고에 해당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경험이 퍼지면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미니 LED를 규정하는 표준화된 업계 정의나 기술 표준이 없다”면서도 추가적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