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공개 불만에 대통령 사법리스크 재점화…국힘 재판 재개 압박, 친명·친청 갈등 연장전 뒷말도

김 변호사는 “이 대통령 사건과 연루된 김용 민주연구원 수석부원장,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대장동 일당은 모두 석방된 상태인데 이 전 부지사만 계속 수감돼 있다”며 “이 전 부지사도 ‘(이 대통령이) 나를 수년째 방치하고 있어 서운하다’는 취지의 심경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대통령 쪽에 이 전 부지사를 가석방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대통령 측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기다리기는 힘들다”고 했다. 가석방 불발 시 이 전 부지사 측이 어떤 대응을 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변호사 폭로로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전 부지사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 측이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통령은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관련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 전 부지사는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 형을 확정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그는 수원지검에서 김성태 전 회장 등과 술자리가 마련됐고, 이때 검찰이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6월 국민참여재판 1심 때 ‘연어 술 파티’ 위증 혐의에 대해 국회증언감정법(위증)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이 선고됐다.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7일 소셜미디어(SNS)에 “따지고 보면 (이 전 부지사는)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시킨 사람은 청와대 가 있고 본인은 감옥에 있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라며 “게다가 수천억 챙긴 대장동 일당은 죄다 풀려났다. 항소 포기까지 시켜줬다. 김용은 출마한다고 설치고, 정진상은 김현지와 ‘투톱’이라고 한다. 속이 터질 것”이라고 적었다.
장 대표는 이 전 부지사 석방을 요구하는 취지의 김 변호사의 글을 인용하며 “전제조건부터 선후 관계까지 모두 틀렸다. 대북송금이 조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온 국민이 확인했다. 이화영을 당장 석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당장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10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화영 변호인이 가석방 요건에 해당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을 텐데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는 것은 ‘나(이화영) 풀어줘라.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국감에 출석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이 전 부지사 쪽이나 대통령실, 여권 관계자로부터 가석방에 대한 문의나 요청이나 의사를 전달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같은 날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대통령이 가석방을 함부로 해줄 수는, 법무부가 가석방을 함부로 해줄 수는 없는 문제”라며 “재심 절차를 거쳐 억울함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그런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김용 민주연구원 수석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각각 보석 석방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청구서를 보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용이나 정진상 등 다른 관련자들은 바깥에 나와 활동하고 있는데 이화영 본인은 감옥에 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을 향해 관련 내용을 함구하는 대신 석방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 8·17 전당대회 때 불거졌던 친명(친이재명)과 친청(친정청래) 진영 간 연장전이라는 뒷말까지 나온다. 친명 진영은 ‘문조털래유’라는 멸칭 사용, ‘명청대전’ 및 자기 정치 프레임 씌우기 등 네거티브 공세를 폈다. 친청 진영은 2002년 김민석 대표 민주당 탈당 사태를 거론했다. 이런 식으로 양측은 전당대회 기간 내내 이른바 ‘파묘 내전’을 벌였다.

김 전 최고위원은 “유시민, 김어준, 그리고 임은정까지. 이분들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몰이를 했다”며 “지금 이 부분에 있어서 이재명 대통령이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덫을 던졌다고 본다”고 했다.
사태가 커지자 이화영 전 부지사는 입장을 냈다. 이 전 부지사는 “김 변호사님이 저의 오랜 수형생활을 지켜보고서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 모양”이라며 “쌍방울 대북송금에 관한 수원지검 조작이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상당부분 드러났음에도 그에 대한 진상규명이 진행되지 되지 않고 지체되는 게 답답하고 억울하다. 그리고 조작된 누명으로 저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받고 계실 대통령님의 고뇌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거짓을 조작한 수원지검 검사들은 특검이 신속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범죄를 저지른 검사들을 처벌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당연한 과정”이라며 “대북송금을 조작한 것처럼 저의 뇌물죄도 조작됐다는 사실도 밝혀주시길 바란다. 제가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은 팩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 않다. 뇌물죄도 조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