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P 사업에 쓰일 ESS 운영·전력거래 최적화 솔루션 개발…배터리 판매 넘어 에너지 플랫폼 사업 공략
#여러 자원을 모아 하나의 전력자원으로

ENSWER는 VPP 사업에 활용될 솔루션의 이름이 될 전망이다. VPP는 여러 ESS와 태양광·풍력 등 소규모 에너지 자원을 하나로 묶어 큰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개별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규모가 작아 전력시장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지만 VPP 사업자는 여러 자원을 모아 하나의 전력자원처럼 시장에 참여시킬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원 통합과 발전량 예측, 전력시장 입찰, 운영 등을 제공하는 VPP 사업자로 사업 영역을 넓힌 상태다.
특히 VPP를 구성하는 자원 중 ESS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질 수 있지만 ESS는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대에 다시 공급할 수 있다. 전기가 남거나 가격이 낮을 때는 ESS에 저장하고, 수요가 많거나 가격이 높을 때는 저장한 전기를 내보내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언제 충전하고 방전할지, 어느 시점에 얼마를 시장에 내놓을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ENSWER는 이런 의사결정을 돕는 소프트웨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북미 시장을 겨냥해 관련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지난 9월 공개된 아마존웹서비스(AWS) 기술 블로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텍사스 전력시장인 ERCOT를 대상으로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자산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전력가격과 기상, 발전량, 전력수요 등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ESS의 충·방전 시점과 전력시장 입찰 전략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ENSWER는 VPP 사업을 위한 것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사업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상표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출원했다”며 “북미 등 글로벌 지역의 VPP 사업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고객사 등을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 다만 앞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축 부상한 ESS, 활용가치 높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미국 ESS 시스템통합(SI) 전문기업 NEC에너지솔루션즈(현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ESS 통합 솔루션 역량을 확보했다. 여기에 ESS를 활용한 VPP 사업까지 확대하면서 기획·설계·구축·유지보수는 물론 운영과 전력시장 대응까지 아우르는 에너지서비스(EaaS, Energy-as-a-Service) 사업자로 보폭을 키우는 것이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의 배경에는 ESS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반면 AI 데이터센터 확대 수요가 커지면서 ESS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상반기 ESS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6배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ESS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후반까지 높아졌다. 올해 3분기에도 ESS 사업 호조에 힘입어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인 9조 6434억 원을 기록했다.

김선규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단순 ESS 판매가 일회성 설비 공급에 가깝다면 VPP와 EaaS를 통해 배터리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운영 데이터와 제어 기술, 시장 참여 역량까지 확보하면 제품 공급 이후에도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며 “테슬라도 가정용 배터리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고객의 배터리를 VPP로 통합해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계통을 지원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운영을 통해 확보하는 데이터도 배터리 제조사에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윤아윤 한국공학대 에너지전기공학부 교수는 “배터리 제조사는 ESS 직접 운영을 통해 충·방전 이력과 열화 특성, 수요 및 시장 대응 데이터 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러한 데이터는 향후 배터리 설계와 유지보수, 보증, 운영 알고리즘 개선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솔루션 개발에 나선 북미는 VPP 사업을 확대하기 유리한 시장으로 꼽힌다. 윤 교수는 “북미는 이미 VPP와 전력거래 시장 기반이 상당히 구축돼 있는 지역”이라며 “태양광과 ESS 등의 자원을 모아 도매전력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에 참여시키기 위한 제도도 지역별로 확대되고 있다. 전력수요 증가로 계통 유연성 확보 필요성도 커지고 있어 이미 구축된 시장을 기반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성은 지역별 전력시장 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김선규 연구원은 “(VPP 사업이) 배터리 업체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기술력과 자산 규모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에너지 자원이 다양한 시장에 참여하고 실제 계통 기여도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는지에 따라 국가와 지역별로 사업성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짚었다.
김명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