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임대상가 접근성·운영 방식에 주민 불만…10곳 중 3곳 빈 희망상가는 입점 제한·상권 미성숙 겹쳐

등촌1단지는 1670가구가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 단지다. 지상 상가에는 수선집과 세탁소, 낚시용품점, 부동산중개업소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이 들어서 있었다. 오래된 간판을 내건 점포들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LH는 지난 9월 30일 등촌1단지 지하 1호에 대한 입점자 모집공고를 냈다. 전용면적 401.5㎡(약 121.5평)에 임대보증금 6377만 3000원, 월 임대료 265만 7210원이다. LH는 1년 4개월 동안 최소 다섯 차례 입점자 모집공고를 냈고 공고에는 ‘장기미임대’라는 설명이 붙었다. 지하상가로 향하는 통로는 출입이 막혀 있거나 내부가 어두워 살펴보기 어려웠다. 단지 주민에 따르면 과거 지하에는 마트가 영업했으나 1~2년 전쯤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단지 내 소비 수요가 부족해 상가 운영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등촌1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하 마트가 문을 닫은 이유에 대해 “수입이 안 되니까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내 상가 대부분이 오래된 점포라며 새롭게 들어오는 업종도 많지 않다고 했다.
인근 등촌9단지 상가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1·2층 상가에는 세탁소와 미용실, 인쇄·도장·명함 제작업소, 인테리어업체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노인 돌봄 관련 업종이 들어선 가운데 일부 호실은 비어 있었다. LH는 지난 10월 13일 106호의 입점자 모집공고를 다시 냈다. 전용면적 22.24㎡(약 6.7평)에 보증금 1246만 원, 월 임대료 51만 9170원이다. 같은 호실은 지난해 9월에도 모집 대상에 포함됐다.
등촌9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급한 일이 아니면 단지 내 마트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며 주변에 대형마트와 세탁소, 미용실 등 대체할 수 있는 상업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가 업종 구성과 임대 방식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등촌9단지에서 만난 이 주민은 “1층과 2층에 각각 미용실이 있는데 운영하는 사람도 서로 다르다”며 “LH가 공실을 채우는 데 급급해 유사 업종의 입점을 허용하다 보니 상인들끼리 경쟁하면서 서로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점포를 한꺼번에 임차하기 어려운 방식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등촌1단지 낚시용품점 운영자가 인접한 6개 호실을 함께 빌리려고 했지만 결국 1곳만 확보했다”며 “여러 호실을 통째로 빌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LH의 등촌9단지 106호 모집공고에는 추첨 방식으로 입점자를 선정하며 1인 또는 1법인당 1호만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LH의 상가 운영 전문성 부족을 공실 장기화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소유주가 임대료를 조정하며 임차인을 유치하는 일반 아파트 상가나 전담조직이 소비 수요를 분석해 입점 업종과 마케팅을 관리하는 대형 쇼핑센터 등과는 대비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상가는 결국 수요와 공급을 맞춰주는 것인데 LH는 공고만 내고 입점자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은 LH가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상가 운영 문제도 앞으로 누적될 수 있다. 전담조직을 구성해 수요 분석부터 업종 배치 등 운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LH 임대상가의 빈 점포는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LH가 일요신문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영구임대상가와 희망상가 4147호 가운데 701호가 공실로 집계됐다. 공실률은 16.9%다. 청년·소상공인 등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급하는 희망상가는 1668호 중 493호가 비어 공실률이 29.6%에 달했다. 등촌1·9단지처럼 영구임대주택 입주민의 생활편의를 위해 조성된 영구임대상가는 2479호 중 208호가 비어 공실률 8.4%를 기록했다.
공실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영구임대상가 공실률은 2022년 5.8%에서 2023년 5.0%로 낮아진 뒤 2024년 6.7%, 2025년 7.4%, 2026년 8.4%로 3년 연속 상승했다. 희망상가는 같은 기간 29.2%, 26.3%, 32.2%, 29.8%, 29.6%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공실률이 한 번도 25%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임대료를 낮춰 청년과 소상공인의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임에도 공급한 점포 상당수가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20일 방문한 서울가좌 행복주택 희망상가에서도 불이 꺼진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인근 한 상인은 “청년층만 임대할 수 있는 점포라는 인식이 있고 업종도 일부 제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 상가보다는 입점 수요 자체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상가의 공실률이 영구임대상가보다 높은 배경에는 입지와 공급·운영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구임대상가는 이미 상권이 형성된 기존 주거지역에 위치하지만 희망상가는 신도시 등 신규 개발지역에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임차 수요 확보가 더딘 측면이 있다. 입점 자격과 업종 제한도 임차인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청년·경력단절여성·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지원형이 전체 공급의 약 70%를 차지하며 유형에 따라 편의점·부동산중개업·무인점포 등의 입점도 제한된다.
LH 내부 연구에서도 장기 공실을 임대상가의 수익성과 지역상권 활성화를 저해하는 ‘최대 불안요소’로 지목했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이 2025년 발간한 ‘공공임대주택 단지 내 희망상가 현황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임대 희망상가 448호 중 237호(52.9%)가 1년 이상 비어 있었고 114호(25.4%)는 공실 기간이 2년을 넘겼다. 이에 따른 잠재적인 연간 임대수익 손실은 약 8억 8300만 원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공실률 20% 초과를 상권 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심각’ 단계로 분류하고 중장기적으로 10% 이하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실이 장기화하면 희망상가를 유지하기 부담스럽다. 입점 대상을 확대하고 임대 조건과 업종 제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좁은 점포는 넓히고 넓은 점포는 분할하는 등 운영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지 주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수요까지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LH 관계자는 “희망상가 공실의 주요 원인은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신규 공급 단지의 입주 지연에 따른 상권 미성숙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LH토지주택연구원과 협업해 중장기 희망상가 활성화 방안과 공급전략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와 사회적기업 등과 협의해 장기 공실 상가를 다양한 지역 공익사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