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서 ‘1호점 오픈’ 007작전 중?
▲ “롯데가 CJ 올리브영 홍대점 근처에 드러그스토어 1호점 오픈을 검토한다”는 게 유통업계의 전언이다. 원 안은 인근에 있는 빈 점포로 범 롯데가인 농심그룹이 운영하는 메가마트가 전세권 설정을 하고 있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100억 원대였던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2011년엔 이보다 3배 많은 3000억 원 규모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배 성장한 6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2009년 71개였던 업계 1위 CJ의 ‘올리브영’ 점포수가 지난 2011년 152개로, 지난해에는 270개로 급격히 늘어난 것만 봐도 시장의 성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99년 올리브영이 국내 최초로 시장 개척에 나선 이후 최근 몇 년간 유통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앞 다퉈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리브영에 이어 코오롱의 ‘W스토어(2004년)’, GS의 ‘GS왓슨스(2005년)’가 진출하며 3강 체제를 형성하던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농심 메가마트 ‘판도라(2010년)’, 이마트 ‘분스(2012년)’까지 가세한 데다 롯데까지 참여할 예정이어서 점차 레드오션화 돼 가고 있다. 하지만 드러그스토어가 실제로는 의약품과 화장품뿐 아니라 식품, 전자기기, 패션잡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처럼 유통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업체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가 오랜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드러그스토어 시장 1위 올리브영의 목전에서 곧바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공격적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2월에 ‘홍대점’을 드러그스토어 1호점으로 오픈할 예정이며, 올리브영 바로 옆에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연내 100여 점 개설이 목표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표는 단숨에 올리브영과 W스토어(110개)에 이어 점포수 기준 업계 3위에 오를 수 있는 공격적 수치다. 롯데는 향후 최대 70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측은 공식적으로 “시장 진출을 계속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시기와 장소, 전략 등 관련된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이마트가 가림막을 치고 은밀히 공사를 진행하고선 기습적으로 서울 공덕점을 연 것에서 알 수 있듯, 통상적으로 유통업체의 매장 오픈은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매장 오픈 사실을 사전에 공개할 경우 경쟁사에서 미리 다각도로 대응책을 준비하게 돼 해당 업체로서는 좋을 게 없다”며 “오픈 이틀 전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하루 전날 물건 들여 놓고 매장을 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명의 이전도 오픈 직전에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홍대점 탐방 결과 이곳 관계자는 “롯데가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들어온다는 소문은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올리브영 홍대점이 위치한 골목 길을 중심으로 빈 점포를 물색해 본 결과 이 점포에서 골목 안쪽으로 대각선 방향에 빈 점포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의 1층 서쪽 편에 있는 142.9㎡(약 43평) 규모의 점포가 그곳이다.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알루미늄 셔터가 내려진 채 방치돼 있는 그 가게는 지난 1월 1일부로 농심그룹이 운영하는 대형할인점 메가마트가 전세권 설정을 하고 10일에 등기를 마친 상태다. 메가마트는 건물주와 전세금 3억 원에 내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계약을 체결했다.
농심그룹 측은 그곳의 활용 계획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메가마트도 드러그스토어 ‘판도라’를 운영하고 있지만 부산·경남 지역에만 4개의 점포를 갖고 영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농심 관계자는 “메가마트는 주로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서울에서는 사업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롯데와 농심(메가마트)의 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격호 롯데 총괄 회장의 차남인 롯데 신동빈 회장과 농심 신춘호 회장의 삼남인 메가마트 신동익 부회장은 사촌간이다. 재계 관계자는 “범 롯데가는 1세대의 경우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2세대인 사촌간에는 상대적으로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가 비밀스런 사업 진출을 위해 메가마트에 충분히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