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줄’ 있는 A제약과 거래하라”
의사들 사이에서는 안전하게 리베이트 받는 수법이 은밀하게 공유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과거 ‘리베이트로 개인 병원 차리고 강남 아파트 세 채를 샀다’던 80~90년대 황금 시절에 비하면 최근의 리베이트는 소소한 식사비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일부 의사들은 말했다. 이들의 하소연은 계속됐다. “더 이상 (제약사로부터) 돈 탈 곳도 없다”는 것이다.
리베이트와 동떨어진 과에 소속된 의사들도 ‘뿔’이 나긴 마찬가지. 한 전문의는 “사실 리베이트 받는 과가 정해져 있는데 그 과 때문에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들까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내분이 일 조짐이다.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3곳 소속 전공의, 전문의 및 일부 개업의(산부인과·치과·정형외과·정신과 등 8개 과) 1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리베이트에 가장 노출된 과’로는 내과, 소아과(46%)가 가장 많았고, 신경과(23%), 정신과(11%) 순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에도 ‘부익부 빈익빈’은 있었다.
가장 리베이트를 안 받는 과로는 임상병리과(63%), 영상의학과(19%), 미용성형외과(7%)가 꼽혔다.
의사가 내놓는 처방전이 제약사 매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처방전을 쓰지 않는 임상병리과는 리베이트 유혹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약 처방을 주로 하는 내과, 소아과, 신경과 등이 리베이트 유혹을 가장 많이 받는 과라는 게 이번 조사로 밝혀졌다.
실제로 리베이트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과들 사이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터지자 ‘안전하게 받는 방법’을 공유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주고받은 은밀한 편법 리베이트는 무엇일까.
첫째, 제약사 측이 개인병원의 일부를 담보로 해서 리베이트 자금을 현금으로 건네는 방법이 있다. 자사 제품을 월 2000만~3000만 원 수준으로 써주는 대가로 1억~2억 원 정도를 의사에게 선 지급 하는 것이다.
물론 의사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병원 문을 닫게 될 경우 거액의 리베이트 일부를 다시 제약사 측에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 의사 측 병원 건물을 담보로 잡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은밀한’ 현금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베테랑 검찰도 적발하기 어렵다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둘째, ‘설문지 아르바이트’ 리베이트가 있다. 의사가 환자들의 제품에 대한 반응을 설문조사해 제약사 측에 제출하면 장당 5만~1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설문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벌이를 하는 것.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 없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소 환자 20~30여 명을 대상으로만 해도 주기적으로 200만~300만 원에 달하는 용돈을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쉽게 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셋째, ‘비서형’도 의사들이 선호하는 리베이트로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제약사 영업직원이 의사를 위한 맞춤형 비서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개업의는 “병원을 개업할 때 일부 제약사 영업직원들이 ‘병원 홈페이지 제작’을 돕거나 환자 관리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해주기도 한다”면서 “출퇴근 운전기사, 해외학회 때 짐 꾸리는 일 등 급할 때마다 호출만 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심부름꾼 노릇을 해준다”고 말했다. 금전 대신 노동력을 제공하니 뒤탈이 없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노하우도 공유되고 있었다. 이를 살펴보면 ▲ 제약사마다 100만 원 단위 이하로만 (리베이트를) 받을 것 ▲ 다양한 제약사를 상대해 리베이트 규모를 늘릴 것 ▲ 검찰 조사를 느슨하게 받는 A 제약과 주로 거래할 것 등의 내용이다.
A 제약의 경우 ‘제약사 대표의 아들이 검사장 출신이기 때문에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설이 최근 나돌면서 의사들이 선호하는 제약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해 상위 10개 제약사 원외처방 조제액 순위에서 이 제약사는 37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며 최상위 자리에 올라섰다는 후문이다.
리베이트가 이슈화된 가운데 의사들 다수는 “월 4회 40만 원 내에서만 제약사 측이 제공하는 식사대접만 받고 나머지는 거부하자”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 리베이트에 대한 여론이 점차 부정적으로 흐르자 의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눈치 보기에 나선 것이다. 이유인 즉 약사회 측의 발 빠른 대처로 자칫하면 처방 관련 이권이 약사들에게 넘어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생선’을 의사에게 주느냐, 약사에게 주느냐의 차이일 뿐, 성분명으로 처방한다고 해서 리베이트가 사라질 거라고 믿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에 혐의가 적발된 의사들 대부분이 개업의인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대학병원까지 건드리면 의협이 단체행동을 할 수 있어서 만만한 개업의들만 적발했다”는 주장이 대다수다.
김포그니 patronus@ilyo.co.kr
제약회사 직원들 애환 동성애자 교수 ‘안아달라’ 성희롱 이번 의료계 리베이트 파동을 고발한 이는 다름 아닌 제약사 직원이었다. 리베이트를 일으킨 주범이지만 이들 나름의 애환은 있단다. ‘갑’인 의사가 시키는 대로 철저히 ‘을’이 돼야 하다 보니 비상식적인 일도 종종 일어난다는 것. 한 소규모 제약회사 영업직원(이하‘영맨’) 들은 수도권 소재 모 대학병원을 방문할 때면 겁부터 난다. 동성애자로 알려진 한 40대 A 교수가 20~30대 ‘영맨’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해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동안 A 교수는 “안마해라”, “안아달라”는 말로 ‘영맨’들을 희롱하며 성적 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본 한 동료 교수는 “A 교수 취향에 맞춰 제약사 측에서도 귀여운 스타일의 ‘영맨’들을 보낸다. A 교수가 이 ‘영맨’들을 요일별로 지정해서 개인기사로 쓰는데 출퇴근할 때마다 ‘영맨’들을 희롱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가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보다 못한 대학병원 측이 A 교수에게 수차례 경고를 줬지만 소용없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영맨’들은 명절이 되면 두렵다. H 제약 한 30대 ‘영맨’은 “담당 의사에게 명절 선물을 주자니 리베이트가 될 것 같아 적당히 와인세트를 올렸다가 욕만 먹었다. ‘고작 이딴 거 가지고 왔느냐’며 와인병을 던지는 데 순간 머리에 맞는 줄 알고 아찔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잘나가는 대형제약사에서 리베이트를 하는 이유는 바로 자존심 때문이라고 한다. ‘업계강자’ D 제약 관계자는 “어차피 약 성분은 다 비슷해서 아무 제약사 제품을 써도 상관없기 때문에 대형제약사라도 특별한 경쟁력은 없다. 소규모 제약사야 중위권만 차지해도 남는 장사지만 유명 대형제약사들의 경우 매출 상위권에 못 들면 기업 전체의 이미지에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금 박치기를 해서라도 의사들에게 비위를 맞춰가며 자사 제품을 써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patronus@ilyo.co.kr |
동아제약 내부자 고발 비스토리 설마했는데…비리 간부가 검찰 ‘소스’ 동아제약 사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개원의 다수가 동아제약 제품 불매에 앞장서고 나섰다. 이밖에도 현재 의료계 일각에선 제약업계 부동의 1위 ‘동아제약’을 상대로 불미스런 의혹들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동아제약 측이 최근 약 45억 원에 달하는 리베이트 내역이 검찰에 의해 까발려지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제약사 측이 자사 단골이었던 개업의 200여 명의 신상정보가 담긴 ‘명부’를 검찰에 ‘의리 없이’ 넘겼다는 정황이 알려지자 의료계 일부와 동아제약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긴 것. 1월 29일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던 의사 및 일부 의료 관계자들은 “업계 1위 회사가 순진한 몇몇 의사들을 속여 놓고는, 검찰에 팔아넘긴 이유가 궁금하다. 검찰, 약업계와 모종의 커넥션을 갖고 의사 죽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과연 사실일까. 실제로 동아제약 측이 검찰 조사에 협조하게 된 배경에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동아제약 측 한 관계자는 3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에 명부가 넘어간 것은) 우리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고위급 간부 출신 내부자 B 씨가 직접 검찰에 고발하는 바람에 막을 도리가 없었다. B 씨는 최근 회사 돈을 몰래 챙기다 발각되자 도리어 평소 모아놓은 리베이트 자료를 들이밀고 사측에 ‘수십 억 원을 내놓지 않으면 검찰에 (명부를) 넘기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사측은 B 씨가 진짜로 검찰에 그 자료를 넘길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아제약 리베이트에 연루된 인터넷 콘텐츠 업체 ‘지명’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명 측 대표가 약사 출신이라는 게 빌미가 됐다. 한 개원의는 의사전용 커뮤니티 ‘닥플’을 통해 “약사 출신 대표와 동아제약이 서로 짜고 성분명 처방 당위성을 입증하려 든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성분명 처방이 합법화될 경우 리베이트를 받을 권한(?)은 의사가 아닌 약사가 갖게 된다. 동아제약이 검찰에 넘긴 명부에 대학병원 의사가 없다는 점도 의료계 일각의 분노를 사는 데 충분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이 같은 편인 의사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며 원성이 자자한 것. 일례로 의료계 커뮤니티 등지에선 “강 회장이 큰 기업이랍시고 VVIP인 대학병원 의사들은 보호하고 힘없는 개원의는 검찰에 팔아넘겼다”는 내용의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번 ‘명부’ 파동을 두고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의료 관계자는 “동아제약이 지난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 사이 받은 고강도 세무조사 때문에 이번에 ‘낮은’ 자세를 취하게 된 것 같다”면서 “통상 정기세무조사는 두 달을 넘기지 않는데 당시 동아제약 측은 넉 달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의 추측처럼 동아제약이 당시 고생을 톡톡히 했던 탓일까.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동아제약을 상대로 한 의료계 측 반발이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포그니 patronu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