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소리에 절레절레
CJ그룹이 최근 MRO(소모성자재) 대행사를 새로 선정하면서 삼성 관계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를 최종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RO는 기업체 유지·보수·운영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인 필기구와 복사용지, 프린터 토너 등 사무용품과 청소용품 등을 구매 대행해 주는 사업.
CJ그룹은 지난 연말 IMK를 MRO 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의를 진행하다 돌연 코오롱 계열의 ‘코리아이플랫폼’으로 사업자를 바꿨다.
이는 4조 원대 유산 소송을 계기로 ‘남보다 못한’ 사이로 전락한 형제 그룹 삼성과 CJ의 감정싸움 과정에서 생긴 결과물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IMK는 지난해 2조 450억 원의 매출을 올려 LG그룹 계열 서브원에 이어 MRO 업계 2위 업체다. 이 회사가 주목 받는 이유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의 계열사였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2011년 12월 ‘중기 적합 업종’ 논란 끝에 IMK를 전자상거래 업체인 인터파크에 매각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계열사는 IMK 지분 10%를 보유 중이며, IMK 매각 당시 인터파크에 5년간 9조 9000억 원대의 삼성 물량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 경영권은 완전히 삼성의 품을 떠났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삼성 계열사 비중이 약 86%에 달할 정도다.
앞서 언급한 대로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간 소송이 시작되면서 삼성과 CJ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CJ가 MRO 대행사를 급하게 바꾸게 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의 감정싸움은 당분간 화해가 어려워 보인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다면 모를까, 굳이 상대 관계사와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측은 “비딩(입찰)을 통해 조건이 맞는 회사로 결정한 것일 뿐”이라며 “금액도 연 100억 원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유산 상속 소송과 관련해 지난 1일 1심 재판에서 패한 이맹희 전 회장 측이 항소 포기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에서 이 전 회장 측 원고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비록 1심에서 졌지만 법원이 일부 청구 주식에 대해 상속 재산임을 인정함으로써 소송의 ‘명분’은 얻을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차원에서 항소 포기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