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족에 찍혀라, 불붙은 선명한 경쟁
▲ 졸업 시즌을 맞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위부터 삼성 테크윈, 캐논, 니콘 디지털 카메라. | ||
디지털 카메라(디카)를 판매하는 업체들에게 떨어진 특명이다. 이 기간 디카 판매량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 대부분이 졸업하는 자녀를 위한 부모의 선물용이라고 한다. 한때 졸업선물로 각광받던 만년필, 손목시계 등은 옛말이 됐다. 요즘 학생들은 디지털 제품을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는다. 그중에서도 디카는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디카 업체들은 각종 이벤트와 신제품을 선보이며 판매 경쟁에 열을 올린다. 현재 국내 디카 시장은 삼성테크윈이 1위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캐논과 니콘이 뒤쫓고 있다. 대목을 앞두고 달아오르고 있는 디카 시장의 뚜껑을 열어봤다.
삼성테크윈은 1996년에 콤팩트 디카 ‘케녹스’를 출시했다. 그 후 IMF 여파로 잠시 생산을 중단했다가 1999년 하반기에 다시 판매를 재개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카메라 시장은 캐논 니콘 소니 등 일본 제품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판매량이 늘어나더니 2005년에 처음으로 1위에 등극했다. 회사 측이 밝힌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46%. 경쟁업체나 시장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수치보다는 8~10%가량 높다. 왜일까. 회사 관계자는 “다른 곳 발표는 누락된 것이 많다”며 “우리와 2위권과는 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테크윈은 2006년부터 콤팩트 디카 ‘블루(VLUU)’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 디자인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결과는 대성공. 덕분에 삼성테크윈은 캐논과 니콘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디카 시장 최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광고 모델로 내세운 ‘장동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후문이다.
삼성테크윈에게도 고민은 있다. 그동안 국내 시장을 주도해왔던 콤팩트 디카(소형 자동카메라 스타일)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 대신 렌즈교환식 디카(DSLR)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삼성테크윈도 1996년에 DSLR ‘LR4000’을 출시했지만 주력은 콤팩트 디카였다. 지난해 판매량에서도 DSLR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에 불과했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DSLR에서 우리가 뒤쳐진 것은 맞다”며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캐논, 니콘과 함께 3강 체제로 갈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이에 대해 경쟁업체들에서는 “전문가들이 애용하는 DSLR은 필름카메라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중요하다”며 “단기간 쫓아오기는 힘들 것이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자 삼성테크윈은 “글로벌시장에서도 삼성기술력은 최고로 인정받는다”라고 응수했다.
삼성테크윈이 최근 야심차게 선보인 것은 DSLR 제품인 ‘GX20.’ 일반인들 눈높이에 맞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손 떨림 방지기능을 렌즈가 아닌 몸체에 넣어 굳이 비싼 렌즈를 교환할 필요가 없다. 또한 타 제품에 비해 외부에서 먼지 등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 고장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콤팩트 디카도 명함크기의 ‘블루i8’을 내놓으며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이 제품은 휴대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손에 감기도록 몸체가 유선형으로 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캐논은 세계 디카 시장 점유율 1위다. 니콘과 70년을 넘게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다 1990년 이후부터는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있다. 특히 1980년대에 선보인 ‘EOS’ 시리즈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애용되며 캐논 카메라를 세계 최정상의 제품으로 올려놓는데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삼성테크윈에 밀려 2위다. 국내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해 시장점유율도 25~28%가량으로 삼성테크윈에 비해 10% 이상 뒤진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DSLR 판매 비중이 크다”며 “하지만 한국은 콤팩트 디카가 워낙 대중화되어 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비록 DSLR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콤팩트 디카에 비할 바는 못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디카 시장에서 DSLR 부문만 보면 캐논은 48%의 점유율로 단연 1위다. 하지만 콤팩트 디카에서 삼성테크윈과 차이가 커 전체 점유율에서는 2위에 머물렀다. 회사 측은 “매출액만 놓고 보면 점유율만큼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DSLR이 콤팩트 디카에 비해 값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이 점점 DSLR로 옮겨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점유율 격차는 좁혀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캐논은 그동안 일반인이 사용하기엔 기능이 너무 복잡해 ‘전문가용’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1월 24일 DSLR인 ‘EOS450D’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초보자를 위해 최대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또한 동급 카메라 중에서 최저 무게(475g)와 최고 화소(1220만)를 자랑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밖에도 기존 배터리보다 50%가량 용량이 늘어나 장시간 촬영이 가능하다.
니콘은 1917년 카메라 출시 이후 세계 카메라 시장을 석권해왔다. 하지만 이제 캐논을 따라잡기엔 너무 뒤쳐진 것 같다. 오히려 후발주자에게 2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 국내 시장에서는 한때 4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는 10% 후반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DSLR은 여전히 캐논과 함께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콤팩트 디카는 4~5위권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니콘 관계자는 “DSLR과 콤팩트 디카 모두 기술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곧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DSLR에서 캐논의 입지는 여전히 공고하고 삼성테크윈 소니 등도 DSLR 강화를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 콤팩트 디카 역시 국내 시장에서 삼성테크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국 니콘이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은 DSLR일 듯싶다. 회사 측도 이것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DSLR ‘D60’을 출시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D40X’의 후속모델이다. 이 제품 역시 초보 카메라 사용자와 여성 사용자들을 겨냥해 크기를 최대한 작게 하고 조작이 간편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촬영한 화상을 연결해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능, 촬영시 먼지 유입을 감소시켜주는 기능 등을 갖췄다고 한다.
니콘은 마케팅과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인지도는 다소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래서 월드스타 ‘비’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또한 전국 주요 도시와 지역축제를 순회하는 ‘니콘 무빙 스튜디오’ ‘니콘 디지털 라이브쇼’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