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의혹 임원 전부터 ‘잡음투성이’
‘2011년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성남시공단 고위급 임원 A 씨의 지시에 의해 사전에 정해진 합격자들이 채용됐고 점수에 의해 합격한 지원자는 졸지에 고배를 마시게 됐다는 내용의 주장이다.
성남시공단의 한 해 예산은 약 700억~800억 원. 성남시 산하기관 중에서 재정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 해 상반기 행정직 채용에서 약 112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청년 취업자들 사이에선 ‘신의 직장’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최근 ‘2011년 신입사원’ 채용 관련 면접점수 조작 건에 대해선 당시 조작 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의 증언까지 나왔다고 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공기업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 조작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금까지 해당 기업 관계자들 일부에 의해 제기된 ‘2011년 성남시공단 신입사원’ 채용과정 의혹의 핵심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목격자의 증언에서 비롯됐다. 당시 성남시공단 고위직 인물들과 업무상 친분이 두터웠던 타사 직원 B 씨가 2011년 2월 초 우연히 시공단 총무과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B 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시공단 관계자 몇몇에게 ‘내가 갑자기 들어가자 총무과 직원들이 깜짝 놀라서 뒤집어지더라. 그래서 더 이상했다. 당시 내 기억으로는 총무과 직원들이 컴퓨터를 보면서 면접점수표 란을 다시 확인한 후 일일이 점수를 지우개로 지우고 있었다. 원래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성남시공단의 C 씨는 1월 28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실질적인 1인자 격인 A 씨가 2011년 1월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자신에게 줄 댄 사람들 명단을 총무과에 내려 보내 ‘얘네들을 뽑으라’고 지시한 것 같다고 (B 씨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합격자 발표 직전 일부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좀 더 높여서 사전에 ‘그분’께 고지 받은 10여 명을 다 통과시키려고 한 거 아니냐”는 내용의 주장이다.
그래서 기자가 성남시공단 총무과 측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뜻밖에도 총무과 측은 2월 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면접관 일부가 연필로 점수를 기재했고, 그 흔적을 총무과 직원이 지우개로 지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총무과 측은 “2년이나 지난 일이다. 답변 드릴 사항도 아니고 답변 드릴 필요도 없다”면서 “면접위원들 일부가 처음엔 연필로 (점수를) 썼다. 100여 명이나 되는 면접자에 대해서 평가를 어떻게 하겠느냐. 면접자들이 받은 점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면접위원들이 (연필로 썼다가 다시) 수정한 점수를 확인하는 작업을 했을 뿐이다. 이때 연필로 적은 흔적 등을 지우개로 지우는 작업을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면접 점수조작 의혹 건은 당시 총무과 측의 지우개 작업이 휴일인 주말에 진행됐기 때문에 더 많은 의심을 낳았다. 이에 대해서도 총무과 측 관계자는 “채용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의혹 건과 관련해 공기업 면접위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가고시 및 공기업 면접에 참여했던 13년차 면접위원 김 아무개 씨는 “일반적으로 규정상 공기업 면접 채점표는 지워지지 않는 볼펜으로 작성돼야 한다. 점수 균형을 위해 수정이 필요할 경우 면접관이 직접 점수 옆에 날인을 하고 테이프를 붙이는 식으로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런데 연필 기재를 했다니 그것만으로도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 전문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다. 연필로 면접 점수를 기재했다는 게 사실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유명 공기업에서 그런 일을 했다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다. 재론의 여지가 있는 행동을 주말에 나와서 했다면 더욱 더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번 일의 중심에 있는 A 씨의 입장이 궁금했다. A 씨는 2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면접 조작 관련 의혹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관련된 일이 아니다. 총무팀에 물어봐라. 왜 나한테 물어보나. (그 면접이) 나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 불쾌하다. 제대로 확인하고 전화하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A 씨와 통화하고 약 한 시간 뒤, 시 공단 홍보팀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관계자는 “홍보파트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A 씨에게 전화하면 어떡하느냐. 사전조율 없이 공인인 분께 그렇게 전화하면 안 되지 않느냐”며 따지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원회 출신인 A 씨는 2년 전 성남시공단 고위직으로 채용될 당시부터 잡음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성남시의회 측은 A 씨의 지원자격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추정되는 이력서 및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이밖에도 여전히 성남시공단 관계자 일부는 A 씨에 대해 △ 임원직 이력서 조작 △ 신입사원 채용 점수 조작 △ 보복 인사 등과 관련한 의혹들을 제기해왔다. 급기야는 1월 7일 A 씨를 상대로 위의 내용과 관련해 검찰 고발까지 한 상태다.
A 씨가 억울한 모함을 당하고 있는지, 아니면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청년실업이 가장 큰 사회적인 고민으로 부각된 시점에서 이번에 제기된 공기업 신입사원 채용 관련 조작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해당 건에 대한 감사원 측 조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