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없는 신생사에 90억대 일감 몰빵”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민주한국인삼공사지부(민주노조·위원장 김성기)와 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최근 민영진 KT&G 사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조 관계자는 “민 사장이 남대문 시장 인근의 비즈니스호텔 신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나인드래곤즈홀딩스’를 인허가 대행사로 선정하고 수십억 원의 특혜를 줬다”며 “이와 관련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G는 최근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중구 남대문로4가 1×-2×. 일대 2966.3㎡)에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의 특2급 비즈니스호텔을 신축키로 하고 중구청에 건축 인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KT&G 관계자는 “2월 7일부로 심의를 통과하고 건축 인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인드래곤즈홀딩스는 지난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비리 수사 무마 등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강 아무개 씨가 대표인 회사다. KT&G 관계자는 “문제가 있어 조사가 진행되면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KT&G가 민 사장의 연임을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지난 2월 5일 민주노조가 성명서를 내면서부터다(<일요신문> 1083호 보도). 민주노조는 성명서에서 실적부진과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민 사장이 정권 교체기의 공백을 틈타 ‘꼼수 연임’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월 말 민 사장을 3년 임기 사장으로 내정했지만, 김원용 위원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7명이 민 사장이 영입했거나 임명한 최측근에 속해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 사장의 각종 의혹을 거론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사옥. 연임에 성공한 민영진 사장의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숙 기자
민주노조는 또한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과 관련이 있는 회사를 통해 수백억 원대 청주공장을 매각한 의혹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무리하게 인수해 부실을 초래한 점 △500억 원을 투자해 중국에 6년근 인삼회사인 ‘길림한정유한공사’ 설립했지만 중국정부가 판매를 불허해 회사자금 및 공적자금의 막대한 손실을 끼친 점 △KGC인삼공사가 제조한 6년근 홍삼제품에 붙는 브랜드인 ‘정관장’ 가맹점에 대한 횡포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밖에 실적부진 등 민 사장의 경영 능력도 비판하며 연임을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회사는 물론 다른 큰 노조들까지 반박 성명을 내며 민주노조의 주장에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조가 소수의 ‘제2 노조’인 데다 제기한 의혹들이 모두 허위사실이란 것이 주요 골자다.
이후 노사·노노 갈등의 골은 더 깊어져 갔다. 민주노조 측은 지난 2월 14일 추가 성명을 통해 KT&G의 각종 의혹에 대해 공개토론회와 민 사장의 연임에 대해 무기명 설문조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KT&G 측은 “일고의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이 같은 요구를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양측은 태풍의 눈을 연상시키듯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냉전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2월 28일 민 사장은 주총을 통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갈등 과정에서 터져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KT&G는 새 국면을 맞게 될 듯하다. KT&G는 지난 2002년 정부 보유지분이 모두 매각되면서 완전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포스코나 KT처럼 태생상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민주노조 측은 “각종 의혹이 나오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청와대에서도 민 사장에게 구두 경고를 통해 자진 사퇴를 촉구했지만 민 사장은 정권 교체기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자리를 보전하려 했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KT&G 측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