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 들이키다 탈난다
지난 2월 500선을 회복했던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600선 회복기대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개인들이 주류였던 코스닥 시장에 기관과 외국인이 뛰어들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코스닥의 강세는 다른 말로 중소형주의 강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코스피 대형, 중형, 소형주의 흐름을 살펴보면 대형주의 하락세가 뚜렷한 데 반해 중형주는 하락기울기가 완만한 편이고 소형주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강세가 중소형주 강세와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최근 중소형주 강세의 배경에 대해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활성화, ICT(정보통신기술) 및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환율 우려로 대형 수출주들에 대한 우려로 인해 코스피가 주도주 없는 순환매 장세를 보이면서 중소형주 중심의 수익률 게임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스닥 대비 코스피의 시가총액 비중은 4.5배 아래로 떨어지면서 2010년 이후 최저점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가을, 코스닥은 530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상승탄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반면 2010년 중반까지 1600~1700대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는 이 해 가을 코스닥 랠리가 주춤하면서 1800을 넘었고, 이후 2011년 4월 22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에 다다르는 랠리를 펼쳤다.
물론 코스닥이 더 오를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현재 랠리의 에너지 원천이 기대감에 주로 있다는 점이 꺼림칙하다. 다수의 중소형주 전문가들조차도 “신정부 정책 모멘텀이 장기간 지속될 이슈이기는 하지만 향후 구체적 정책 방향을 확인하면서 종목별 옥석 가리기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할 정도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신정부 정책의 실행시기가 사실상 늦춰진 데다가, 코스닥 미디어 및 콘텐츠 관련주 랠리를 주도했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아울러 최근 랠리의 또 다른 주도주인 삼성전자 ‘갤럭시S4’ 관련 부품주들의 상승세도 장담할 수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신상품 출시 초기에는 완제품(Set) 업체보다, 부품업체 주가가 먼저 움직인다. 완제품 업체는 실제 매출에 영향을 받지만 부품업체는 초기 제품에 납품한다는 재료로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제품이 잘 팔리면 완제품 업체가 부품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완제품 성공의 과실이 시간이 갈수록 부품업체보다 완제품 쪽에 쏠릴 수 없는 현상을 말해준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복병은 코스닥의 고질병인 경영 투명성이다. 2000년 이후 코스닥 시장이 달궈질 때마다 그 끝에는 회계 부정과 작전 등이 뒤통수를 쳤다. 기업 규모가 작다보니 경영감시 체제가 미흡하고, 시가총액이 얼마 되지 않아 손쉽게 작전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코스닥이 뜨거워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유상증자와 자본성채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우회상장에 의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먹튀’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다고 코스닥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현재 코스닥 지수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00선보다 한참 낮다. 당시 코스피가 2000을 조금 넘었던 점을 생각하면, 현재 코스닥 수준이 아주 높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