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가 차남 지분매각 실탄 어디에 쓸까

로펌사업 대비 무게

[일요신문]

변호사로 새출발한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사진합성).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최근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남과 동시에 보유 지분까지 거의 대부분 매각하자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 1200억 원의 용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월 27일 회사를 그만둔데 이어 지난 4일에는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보유주식 252만 주 중 240만 주(6.84%)를 6.2~9.7% 할인된 가격에 기관투자자 등에 매각한 바 있다.

우선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고문 변호사로서 새 직장이 된 법무법인 ‘현’을 인수하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과 부인 이여진 변호사는 모두 뉴욕주 변호사 자격이 있는 미국 변호사다. 문제는 법률 시장 개방 1단계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한국 변호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만 국내에서 법무법인을 설립·인수하는 것은 물론 지분투자도 가능하다. 현재로선 대표변호사뿐 아니라 파트너 변호사(지분 참여 변호사)도 될 수는 없는 처지다.

하지만 오는 7월(한-미 FTA는 2014년 3월)부터 법률시장 개방이 2단계로 들어가면 외국 로펌이 국내 법인과 제휴해 국내법 사무를 일부 처리할 수 있다. 또한 2016년 7월(한-미 FTA는 2017년 3월) 3차 법률시장 개방부터는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소송도 맡을 수 있어 사실상 완전 개방이 이뤄진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볼 때 조 전 부사장이 당분간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현의 든든한 측면 지원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하면서, 시장 개방 단계에 따라 역할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 관계자는 “조 변호사의 역할이 내부적으로 정해졌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법무법인 현에서 법률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업을 진행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IT(정보기술)나 게임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조만간 이 사업들에 뛰어들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조 전 부사장의 구체적인 향후 행보를 직접 듣기 위해 지난 7일 서울 신사동의 법무법인 현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부부는 지난 1일 해외출장길에 오른 상태로,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현에 따르면, 공승배 대표 변호사는 지난 2월 26일 조 전 부사장 부부가 28일부터 같이 근무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렸다. 또한 28일 영입과 동시에 대표의 권유로 해외 동반 출장을 떠날 것이란 사실도 이날 공지됐다.

예정대로 조 전 부사장 부부는 2월 28일 신사동의 현에 들러 파트너 변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음날인 3월 1일 출국했다. 공승배 대표 변호사는 “효성은 오랜 고객이었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과는 알고 지냈다”며 “당분간 글로벌 영업 및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여러 나라들을 순방할 계획이고, 귀국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