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디자인과 기능으로 더위 날린다
신일산업은 1967년부터 선풍기를 생산해 판매했다. 당시 선풍기 시장은 금성사(현 LG전자)와 한일전기가 장악하고 있었지만 신일산업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고 1970년대 후반부터는 1위로 올라섰다. 1980년에는 선풍기 최초로 KS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는 한일전기와 선두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 30%가량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은 270억 원대.
일부 경쟁사에서는 신일산업 선풍기가 “시대에 뒤처졌다”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지금 내놓고 있는 제품들이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 이에 대해 신일산업 측은 “40년 전부터 선풍기를 만들어왔다. 기술력만큼은 우리가 최고”라고 응수했다. 또한 “매년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일산업은 현재 11종류의 선풍기를 내놓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좌석용 리모컨 선풍기’(SIF-14RUS)다. 이 제품은 높이조절이 11단계까지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또한 숙면 타이머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수면시 작동할 때 자동으로 바람 세기와 시간이 조정되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 흡착력이 좋은 활성탄을 선풍기 보호망을 연결해주는 가드링에 첨가해 안전성을 높였다.
선풍기 업계 최고 성수기인 6월을 앞두고 있지만 신일산업에서는 특별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각 대리점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이벤트를 실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사은품으로 선풍기를 많이 주고 있는 업체와의 거래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에 자체 개발 공장을 가지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저렴하면서 기능이 우수한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전기는 신일산업보다 2년 빠른 1965년 선풍기를 생산했다. 그 이후 40년여 동안 신일산업과 선풍기 시장의 ‘지존’ 자리를 놓고 격돌해왔다. 신일산업에 비해 KS마크는 4년 늦게 획득했지만 디자인이 우수한 전자제품에 주는 GD마크는 신일산업보다 먼저 받았다. 지난해 한일전기의 시장점유율은 25~27% 수준으로 신일산업에 이어 2위. 매출액은 230억 원가량이다.
한일전기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신일산업을 앞서나갔다. 하지만 2004년 이후부터 신일산업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오히려 뒤처졌다. 매출액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한일 측은 “여러 차례 신일과 1위를 주고받았다. 큰 의미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한일전기의 베스트 상품은 ‘아트팬’(EFL-504RDB)이었다. 이 제품은 날개가 다섯 개인 것이 특징. 높이뿐 아니라 각도도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타사 선풍기의 날개 크기가 20㎝ 내외인 것에 비해 아트팬은 35㎝다. 이와 관련해 한일전기에서는 “날개 크기가 클수록 더 시원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LCD스크린을 장착해 편리함은 물론 디자인까지 돋보이도록 했다.
한일전기의 장점 중 하나는 전국에 직영 판매점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한일전기 관계자는 “직영점이 많기 때문에 제품 신뢰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한일전기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출시한 ‘헬로키티 선풍기’(EFe-229HK)의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 선풍기는 신일산업과 한일전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생산·판매되고 있다. LG전자도 1980년대부터 OEM방식으로 선풍기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LG전자의 선풍기를 만들고 있는 곳은 선풍기 업계 5위인 오성전자. LG전자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유통과 판매에서는 타사에 비해 유리하다”고 했다.
LG전자는 올해 4월 신제품 ‘SEF-1490’을 출시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세련된 디자인이 장점이라고 한다. 날개가 다섯 개로 특히 소음이 적어 실내에서 사용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1위 업체들과의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들에 비해 다소 늦은 1970년대 초에 선풍기를 생산·판매를 하다가 1990년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그 이후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팔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은 LG전자와 비슷한 8%가량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5위 안에 드는 회사 중 유일하게 중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선풍기를 “한 수 아래”라고 접어두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비록 중국산이지만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들여온다”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의 주력 선풍기는 ‘SF-35GF8P’. 모터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녹이 생기지 않고 뜨거워지지 않으며 소음이 적다”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판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기타 제품과의 연계를 통해 판매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