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 경사에 큰집 함박웃음
▲ 구본무 회장 | ||
재계에선 일반적으로 LG전자 주가 고공행진의 비결을 ‘깜짝 실적’에서 찾는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5642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분기 대비 267%,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실적 외의 노력’이 LG전자 주가 고공행진을 떠받치는 주된 요인이 됐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눈길을 돌려봄직하다.
증권가에선 LG전자 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LG이노텍 상장 추진을 꼽고 있다. LG이노텍은 LG전자가 지분 69.8%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비상장 전자부품 업체로 지난 2월 16일 상장을 전격 선언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튜너 모터 카메라모듈 LED(Light-Emitting Diode·발광 소자)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의 가치는 상장 선언 직후부터 수직 상승 중이다.
장외시장에서 2월 초만 해도 1만 4000원대에 형성되던 LG이노텍의 주가는 6월 들어 2만 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상장 발표 직후인 지난 3월 태양광 발전용 기기 부품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LG이노텍은 지난 6월 10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증시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03년 6766억 원에 불과했던 LG이노텍 매출액은 이듬해 8000억 원을 돌파해 2005년 9400억, 2006년 1조 705억 원, 그리고 지난해 1조 3213억 원까지 뛰어올랐으며 올해 매출액 2조 원 달성이 점쳐지고 있다. LG이노텍 한 해 매출액의 60% 이상은 LG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4개월 만에 주가 두 배 상승을 이뤄낸 LG이노텍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7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LG전자가 누릴 수혜의 폭 또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LG이노텍의 성장세는 LG전자 주가 곡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11만 원대까지 올랐다가 올 1월 말 8만 5000원대까지 떨어졌던 LG전자 주가는 LG이노텍 상장 선언 직후인 2월 말 10만 원대에 재진입했다. 이후 3월 중순부터 ‘52주 신고가 경신’(현재 시점에서 이전 1년간 최고주가를 넘겼다는 뜻) 행진을 거듭한 끝에 5월 중순 한때 사상 최고치인 16만 원대에 올랐다가 조정을 거친 후 6월 13일 현재 주가 13만 6000원을 기록 중이다.
부품 공급 라인 일원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LG이노텍과의 합병설을 뿌려온 전자부품업체 LG마이크론 역시 LG전자 주가동향과 맞물려 주목할 만한 대상이다. 당초 증권업계에선 LG이노텍이 상장사인 LG마이크론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할 것으로 예견했다. 지난 1월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이 LG마이크론 사장을 겸임하면서 합병은 곧 현실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LG이노텍이 직접 상장 수순을 밟게 되자 일각에선 ‘LG이노텍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린 후 LG마이크론과 합병해 주식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려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LG마이크론의 최대주주는 LG전자로 52.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는 5월 1일 유상증자를 통한 LG마이크론의 신규발행 주식 327만여 주를 1335억 원(주당 4만 750원)에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종전의 36%에서 1.5배가량 늘렸다.
LG마이크론의 영업이익은 지난 2006년 219억 원에 이르다가 지난해 11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 또한 지난해 12월 초 4만 1000원대까지 갔던 것이 올 1월 말엔 3만 5000원 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합병 상대로 점쳐지는 LG이노텍의 2월 상장 선언으로 상승곡선을 타더니 최대주주 LG전자의 지분율 확대에 힘입어 6월 10일 현재 5만 3500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LG전자가 지배하는 두 회사의 주가 상승으로 인한 향후 최대 수혜자는 LG전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지주회사제하에서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하한선이 기존의 30%에서 20%(비상장사는 50%에서 40%)로 낮아졌다. 이미 지주회사제가 정착된 LG그룹에서 LG전자는 LG이노텍 상장 이후 기존 지분 69.8% 중 49.8%를, 상장사 LG마이크론 지분에 대해선 52.02% 중 32.02%를 매각해 수익을 챙겨도 되는 셈이다. LG이노텍 상장 이후 LG전자가 두 회사 지배에 필요한 지분을 뺀 나머지를 팔 경우 수천억 원대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계열 회사들의 상장 추진과 합병 전망은 LG전자의 제너럴 일렉트릭(GE) 가전부문 인수 소문과 맞물려 여러 추측을 낳기도 한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27일 “GE 가전사업 매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튿날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LG전자가 GE가전 인수 후보 가운데 가장 앞선 후보”라고 밝혀 인수설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렇다 보니 LG전자의 ‘계열 회사 키우기’ 작업이 거액의 M&A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LG전자가 GE가전의 기술을 앞섰기 때문에 시너지가 없어 인수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LG전자가 인수 검토를 피력하는 것이 주가 관리 차원이란 지적에도 귀가 기울여진다.
한편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 총수일가 일원들이 LG이노텍 지분 5.6%를 갖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구 회장 일가가 상장 이후 보유 지분 전량을 팔아도 LG전자의 최대주주 입지가 확고해 지배력엔 전혀 지장이 없다. 0.5% 지분을 보유한 구 회장 양자 광모 씨나 0.6% 지분을 가진 구 회장 장녀 연경 씨가 LG이노텍 주식 매각대금을 지주사 ㈜LG 지분 추가 매입에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