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추락하자 세계가 흔들
▲ 미국의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전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덮치고 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미국 주택(원 안)의 모습. EPA/연합 | ||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어느덧 1년을 넘어가면서 이제 지구촌은 지난 1929년 10월 24일(목요일) 뉴욕증권시장의 대폭락을 계기로 시작된 대공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미국에서 전문업체들이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택 시세의 100% 수준까지 고금리로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세계 여러 금융기관들이 미국의 모기지 업체들에게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러나 미국 주택 경기가 하락, 대출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서 연쇄적으로 미국 모기지 업체들이 당장 파산 국면에 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업체들에 투자했던 기업들이나 그 파생상품들을 취급하던 기관들이 휘청거리며 그 파장은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발 신용위기의 현재 상황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프레디 맥과 페니 매이, 인디 맥 같은 미국 거대 모기지 업체들이 이미 직격탄을 맞아 부도위기를 맞거나 정부의 긴급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이 업체들에게 투자를 했던 일본이 약 56조 원, 대만이 23조 원, 중국이 20조 원 규모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5조 50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구촌 전체가 미국 모기지 업체들에게 ‘세게 물려있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직접적 손실 외에도 위험 분산 등을 위해 만들어진 각종 파생상품이 지구촌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면서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 최악은 오지도 않았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벤 버냉키 의장의 경제 진단은 현 시점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의 흐름을 가늠하는 주요 단서가 된다.
그런 버냉키 의장이 지난 6월 25일 “경제성장을 저해할 위험요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해 세간에서 일고 있는 경제위기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버냉키 의장도 20일 뒤인 7월 15일 말을 바꿔 “미국 경제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있다”며 사실상 미국 경제가 태풍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시인했다.
버냉키 의장이 ‘말 바꾸기’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최근의 미국 경제, 더 나아가 지구촌 경제는 연일 쏟아지는 악재에 시달려온 게 사실이다. 파산의 불안감이 예금주들 사이에 퍼지면서 인디 맥 앞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인파가 몰려들어 결국 자금이 고갈, 미국 정부가 경영권을 인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은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둔화세를 나타냈다고 발표했고 유럽지역의 지난달 인플레이션율은 4.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은 투자자 심리지수가 1990년대 경기침체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 유가도 언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지 아무도 예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중동발 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샤하브-3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이스라엘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는 이란이 실제 도발을 할 경우, 중동 지역은 또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국제유가의 폭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중국 경제도 벌써부터 ‘특수는커녕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지구촌 경제가 언제쯤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갈지 알 수 없다는 쪽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든 미국 경기의 여파로 이제 지구촌 전체가 서서히 경기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처럼 향후 1년 6개월 안에 미국 내 중소 금융기관 150여 개가 도산할 경우, 뉴욕증시의 폭락과 이에 따른 연쇄적인 지구촌 금융위기도 예견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비관적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면서 세계 경제도 어떤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놓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테러와의 전쟁’에 56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달리 새 대통령이 새로운 경제 회생책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하반기 국제 유가 폭등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관건으로 마냥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