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회장 잡고 노 측근까지 때리나
▲ 검찰은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하며 백종헌 회장의 소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백종헌 회장과 지폐를 합성한 것. | ||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후 검찰 안팎에서는 ‘백종헌 회장은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백 회장 동생인 백종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또 다른 동생 백종안 씨도 체포영장이 발부됐기 때문.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삼형제 모두를 구속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정서상 무리가 있을 수도 있어 고민한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변하기 시작했다. 백 회장이 횡령 등에 연루된 증거가 속속 포착됐기 때문이다. 또한 비자금 조성 수사에 있어서도 상당한 성과를 얻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프라임그룹 관계자는 “회장님 조사와 관련해서 검찰로부터 어떠한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현재 비자금 조성은 실체가 없고 일부 횡령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일단 검찰은 지난 10월 2일 그룹 비서실 팀장 김 아무개 씨와 계열사 예산팀장 박 아무개 씨를 횡령 혐의로 구속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두 팀장의 구속은 백 회장 조사를 위한 전초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게 검찰 주변의 평가다. 검찰은 이들이 빼돌린 돈 중 일부가 백 회장의 채무 변제에 쓰인 것을 이미 확인했을 뿐 아니라 개인 비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집중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신문>이 최근 확인한 일부 검찰 수사 자료에도 횡령한 돈과 백 회장의 개인 비자금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프라임그룹 계열사가 대주주로 있는 A 사와 관련한 이 자료에는 프라임그룹이 계열사의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국세청 관계자 등을 상대로 벌인 로비 정황과 백 회장의 차명계좌로 추정되는 주식의 보유 현황 등이 담겨 있다.
A 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프라임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은 프라임그룹이 A 사의 지분 매각 대금 중 일부를 국세청 직원 로비에 사용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자료에는 당시 프라임그룹이 로비를 위해 동원한 인사들과 금품을 받은 몇몇 국세청 직원의 실명과 그 내용, 금액 등이 나와 있다.
자료에 따르면 우선 프라임그룹은 세무사 B 씨에게 9000만 원을 로비 자금으로 지급했다. B 씨는 이 돈으로 국세청 직원 두 명 등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다. 하지만 세무조사를 막는 데 실패하자 프라임그룹은 B 씨로부터 로비에 사용하고 남은 7000만 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이 돈은 변호사들에게도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특허 및 세무 분야 전문인 한 변호사에게 2억 6900만 원을, 대기업 총수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는 또 다른 변호사에게는 5000만 원을 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
횡령 자금은 또한 다른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는 데도 사용됐다. 자료에 따르면 C 씨 등이 프라임그룹 계열사 지분 121만 주를 유상증자로 매입했는데 이때 사용된 돈이 A 사의 지분을 판 돈 중 일부라는 것. 현재 검찰은 E 씨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사실상 백 회장 차명 지분인 것으로 보고 확인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혐의점들에 대해 프라임그룹에서는 “지분 매각으로 벌어들인 돈을 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일축했다.
한편 프라임그룹을 수사하고 있는 서부지검은 비자금과 관련해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고위 인사였던 D 씨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남 출신인 그는 프라임그룹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사건이 터진 후에도 사건 확대를 막기 위해 검찰 간부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D 씨가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만큼 수사에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혐의가 드러나면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 야당 의원은 사석에서 “정치권에서는 이미 D 씨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동안 D 씨가 여러 차례 프라임그룹 백 회장과의 친분을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