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신드롬’…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영화 <자이언트>(1956) 촬영을 마치고 1주일이 지났을 때, 제임스 딘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은 악당’(Little Bastard)라는 별명까지 붙여준, 은색 포르셰 550 스파이더를 타고 시속 14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었다. 살리나스에서 열리는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곁엔 독일 포르셰 공장에서 온 엔지니어 롤프 보이테리히가 앉아 있었다. 캘리포니아 파소 로블레스 근처의 41번 도로와 466번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을 달릴 때 그는 포드 세단과 충돌했다. 롤프는 다리가 부러졌고 머리에도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상대 차량의 운전자는 경미한 부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제임스 딘은 목뼈가 부러지며 머리가 몸에서 거의 떨어져나가는 강한 충격을 받고 즉사했다. 1955년 9월 30일, 오후 5시 59분의 일이었다.
수많은 팬들의 눈물 속에서 장례식이 치러졌고 그는 1955년 10월 8일 인디애나주 페어몬트에 있는 파크 공동묘지에 묻혔다. 루돌프 발렌티노의 죽음 이후 그토록 거대한 슬픔은 없었다. 24세 스타의 때 이른 죽음, 영원히 박제되어 버린 청춘의 상징, 그러면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자동차 사고로 그가 죽지 않았으며, 대신 얼굴을 심하게 다쳐 흉측한 모습으로 어디선가 은둔하고 있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제임스 딘을 경험했다고 증언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제임스 딘을 주로 목격하는 곳은 딘이 묻힌 파크 공동묘지나 그의 어머니인 밀드레드 딘이 묻힌 인디애나주 마리온의 묘지 혹은 그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교차로 부근의 작은 마을인 촐라메(Cholame) 그리고 <이유 없는 반항>(1955)의 촬영지 중 한 곳이었던 그리피스 천문대 등이었다. 참고로 그리피스 천문대엔 딘의 흉상도 있다. 하지만 이 장소들 외에도 제임스 딘의 영혼이 출몰하는 곳은 많았다.
24세에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제임스 딘은 사후에도 미국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충격으로 죽을 때 떨어져 나간 제임스 딘의 머리가 둥둥 떠다니는 듯한 환각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었고, 제임스 딘이 다녔던 페어몬트 고등학교에선 연극 공연을 하던 강당 천장에 둥그런 모양의 빛이 떠다니곤 했다는 신문 보도도 있었다. 무려 제임스 딘이 죽은 지 30년 후의 일이었다. 제임스 딘의 무덤에서 그와의 대화에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1990년의 35주기 기일에 데비 보티기라는 25세의 여성은 딘의 무덤 위에서 하룻밤을 잤고 그날 밤 딘의 유령이 무덤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후 수백 명의 팬들이 딘의 무덤 위에서 잠을 자는 오싹한 의식을 치렀다.
직접 계시를 받았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33세의 애너 M. 밴 도이센이라는 여성은 제임스 딘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며, 그 매개체가 자신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딘에게 빙의된 상태에서 자동기술법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글을 썼다. “팬들이여, 이제 그만 눈물을 멈춰요.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답니다. 이곳은 혼란도 없고, 불행도 없고, 추위도 없고, 굶주림도 없지요. 그리고 내가 일곱 살 때 잃었던 어머니도 나와 함께 있어요.”
딘이 생전에 달렸던 도로. 그의 영혼을 봤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죽은 지 2년 만에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제임스 딘 이야기>(1957)가 만들어졌고 로버트 앨트먼 감독이 연출했는데 그가 죽었던 그 교차로에 스태프들이 카메라를 들고 도착했을 때 어떤 낡은 차가 자꾸 도로 저쪽에서 얼쩡거리며 촬영을 방해했다. 그러다가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이런 반복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앨트먼 감독은 제임스 딘의 유령이 나타났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한편 제임스 딘이 질주했던 도로의 일부가 이후 토지 개발을 하면서 수몰되었고 물에 잠긴 지역을 우회하는 새로운 도로가 생겼는데 그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은 물 위에 헤드라이트 불빛 같은 것이 어른거리며 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하곤 했다. 물론 그것은 물에 잠긴 도로를 질주하는 제임스 딘의 유령이 내는 불빛이었다. 하지만 이런 징조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급기야 제임스 딘의 유령과 섹스를 했다는 여성마저 등장하게 되었으니…. 그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가겠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