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김승연 한화 회장. | ||
한화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M&A 초반부터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GS와 포스코가 막판 탈락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여기에 한화가 현대중공업보다 1조 원 이상 높은 6조 원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이변이 없는 한 한화의 승리는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이틀 앞둔 22일 산업은행 내부에서 재입찰 목소리가 불거지면서 한화에 긴장감이 돌았다. 이는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국정감사에 나와 “유찰될 경우 포스코의 참여가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이 발단이었다. 재계 일각에서도 유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세는 바뀌지 않았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마지막에 유찰 논의가 있었지만 한화가 제시한 가격이 그리 낮지 않을 뿐 아니라 향후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의 M&A에 부정적인 사례를 남길 수 있어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재계 서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한화는 자산총액 20조 6000억 원으로 10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 올랐다. 여기에 자산규모 8조 7000억 원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한화의 자산총액은 29조 3000억 원으로 늘어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진그룹을 제치고 8위로 뛰어오른다.
▲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전경. | ||
하지만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우려하는 시선들도 제법 많다. 금융위기 탓도 있겠지만 한화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해지자 ㈜한화를 비롯해 계열사 주가는 줄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난 24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주가 하락에 대해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 후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것처럼 한화도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로 써낸 6조 원대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한때 10조 원을 넘었던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은 주가폭락으로 10월 24일 현재 2조 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결국 한화는 시가총액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가격에 인수하게 된 셈.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화는 2조 원가량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할 예정이다. 금리를 10%로 계산할 경우 연간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만 대략 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조선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불황의 여파까지 겹칠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한화에게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영진M&A연구소 김영진 소장 역시 “한화가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라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한화가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금조달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재입찰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자금 여력이 풍부한 포스코라는 카드를 쥐고 있기 때문에 한화의 입찰 가격 인하 제안 등을 거절할 공산이 크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소장은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끌어들인 외국 자본이 ‘셀 코리아’ 바람을 타고 투자를 취소할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노동조합(노조·위원장 최창식)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가 선정된 것에 대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은 받아들인 후 노조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광래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일단 결정이 났으니 받아들이고 한화 측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위원장은 이어 “한화가 약속대로 100%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는 핑계로 구조조정을 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