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벤치클리어링이 연출됐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이 연출됐고 이로 인해 LA 다저스의 선발 투수 잭 그레인키가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선후배 문화가 분명해 심각한 수준의 벤치클리어링은 연출되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 팬들 입장에선 눈살 찌푸려지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벤치클리어링의 주인공은 KIA타이거즈(KIA)의 나지완과 엘지트윈스(LG)의 리드다. 16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열린 KIA의 LG와의 홈경기에서 3회말 나지완이 레다메스 리즈의 공에 등을 맞았다.
공에 맞자마자 나지완은 매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주위 만류로 분을 삭히며 천천히 1루로 걸아가던 나지완은 돌연 방향을 리즈에게로 바꿨고 이는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중계 화변 캡쳐
경기가 끝난 뒤 당시 상황은 나지완의 영어 실력 때문에 불거진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LG 구단 관계자는 리즈가 “Why do you walking around(왜 1루로 바로 안 가냐)?”고 했는데 이를 나지완이 “Fighting me”라고 듣는 바람에 생긴 일이라는 것.
나지완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해 7월 광주 구장에서 두산과의 경기를 갖던 과정에서 스콧 프록터의 공을 머리에 맞을 뻔 나지완이 흥분했다. 이 상황에서 프록터는 벤치에 있던 니퍼트에게 “Yell it me, Nip(소리쳐줘, 니퍼트)”라고 말한 것을 나지완이 “Yellow pig”로 잘못 들은 것. 결국 이로 인해 상한 감정은 결국 신일고 선후배 사이인 나지완과 김현수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영어를 쓰는 외국 용병과의 언어 차이에서 불거진 해프닝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특히 당시 상황을 빈볼로 봐야 하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물론 LG가 0대 2로 뒤지고 있는 등 경기 상황을 보면 빈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리즈는 2회 말 나지완에게 안타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2점을 실점했다. 나지완 입장에선 자신의 안타를 시작으로 2실점한 리즈가 분풀이성 빈볼을 던졌다고 오해했을 수 있었다는 것. 게다가 나지완은 유독 몸에 맞는 볼과 몸에 공을 맞을 뻔한 경험이 많은 타자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올 시즌에도 손에 공을 맞아 김주찬처럼 골절상을 입을 뻔한 기억이 있기도 하다.
또한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리즈처럼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의 150km가 넘는 직구를 등에 맞으면 순간적으로 화가 폭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행히 벤치클리어링은 금세 가라앉았고 경기가 진행됐다. 나지완에 이어 최희섭까지 볼넷으로 진루시키며 1사 1,2루의 위기를 맞은 리즈는 신종길과 안치홍을 연이어 삼진으로 잡으며 위기를 탈출했다. 그렇지만 나지완은 7회 2루타로 2타점을 올리는 등 3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이날 경기 MVP가 됐고 리즈는 패전투수가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