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에 안아 놓고 왜 서자 취급?’
▲ 금호 계열사로 편입된 대한통운과 대우건설 직원들이 자신들은 찬밥신세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 ||
지난 10월 30일 대한통운은 금호렌터카를 약 3073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점유율 20.2%로 업계 1위인 금호렌터카와 4.5%로 3위인 대한통운이 합쳐지면서 금호는 2위인 에이비스렌터카(점유율 16.8%)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대한통운과 금호렌터카는 “중복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류 정비 보험 등의 통합으로 수백억 원대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통운의 금호렌터카 인수는 올해 초부터 그룹 차원에서 계속돼 오던 물류부문 통합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금호렌터카 관계자도 “그동안 방법에 이견이 있었지만 대한통운과의 합병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다. 박삼구 회장이 대한통운을 중심으로 물류 계열사들을 합치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여기에 지난 7월 경쟁사인 한진그룹이 렌터카 부문에 진출한 이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번 인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통운과 금호렌터카 내부에서 이번 인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듯하다.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금호렌터카의 상당수 직원들은 ‘어떻게 1위 업체가 3위 업체로 들어가느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며 분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금호렌터카 관계자는 “그런 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일 뿐이다. 대부분 직원들은 ‘대한통운 렌터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한통운이라는 큰 회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한통운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통운의 한 내부인사는 “지금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가 계열사 뒤치다꺼리하는 곳이냐’라는 원성이 자자하다”고 전했다. 이는 금호렌터카의 올해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금호렌터카는 올해 상반기에만 100억 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일시적이기는 했지만 지난 9월에는 금호렌터카에 대해 캐피탈 업체들이 대출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자동차업체에서 판매를 중지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금호렌터카의 신용등급을 ‘점진적 관찰’로 등록했는데 이는 신용등급의 변동 상황이 불확실할 경우 붙는다. 신용평가업계의 한 관계자는 “점진적 관찰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는데 금호렌터카의 경우 후자에 가까운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대한통운 관계자는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 한 일이라 우리가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금호는 이번 인수로 박 회장이 그토록 원했던 물류 계열사 통합뿐 아니라 자금 유동성 부문도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호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약 3조 5000억 원의 자금을 보호예수로 묶어 놨는데 금호렌터카를 매각하면서 3000억 원이 넘는 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한통운 내부에서 ‘실적을 올리면 뭐하나. 결국 다른 계열사로 다 빠져나가는데…’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듯하다.
지난 12일 이뤄진 박 회장과 총수 일가의 지분 매각도 대한통운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게 다가올 것 같다. 박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금호개발상사 지분 18.75%를 금호렌터카에 전량 매각했다. 금호에서는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 일가가 매각한 금호개발상사의 주당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에 박 회장 일가는 주당 6만 6140원에 지분을 팔며 총 149억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불과 2년여 전 금호개발상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발행할 당시 주당 가격이 1만 2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섯 배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각한 것이다. 금호 관계자는 “금호개발상사 가치가 2년 전에 비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어찌 됐건 대한통운은 금호렌터카의 자산과 부채, 기타 모든 권리와 의무를 인수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에 박 회장 일가가 매각한 지분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 돈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에 앞서 지난 2006년 금호에 인수된 대우건설에서도 금호를 향한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호에 편입된 이후 대우건설이 사실상 같은 계열사인 금호건설에 밀려 ‘차별대우’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한 내부인사는 “한 수 아래인 금호건설과 우리가 경쟁이 되느냐. 하지만 수주 등에서 여러 번 어쩔 수 없이 양보했다”고 털어놨다.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게다가 대우건설은 최근 완공된 신사옥(본관·Main Tower)이 아니라 예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본관이던 구사옥(1관·First Tower)에 입주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